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통해 고객과 교감하고 성공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 시킨 영국브랜드 중, 지난번의 이노센트(innocent)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는 러쉬(LUSH)이다.

러쉬는 모든 제품을 기계가 아닌 직접 손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로, 잉글랜드 남쪽 바다근처의 풀(pool)이라는 지역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 지점을 두고 있다. 지난번의 이노센트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러쉬사의 실제 창업이야기 또한 독특하다.

마크 콘스탄틴(Mark Constantine)과 리즈 웨이어(Liz Weir)는 자신들이 손수 만든 제품들을 여성원(Women’s institutes)같은 곳에서 설명회를 가진 후 판매하곤 하였다. 후에 그들은 바디샾(The body shop)의 창립자인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을 찾아갔고, 그들의 제품은 바디샵에서 판매되었으며, 곧 이들이 만든 제품들은 바디샵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이 되었다. 아니타에게 제품제조법 등을 인수하여 번 돈으로, 마크, 리즈는 모 콘스탄틴(Mo Constantine)과 함께 코스메틱스 투 고(Cosmetics To Go)라는 자신들의 고유 제품을 판매하는 통신판매 회사를 차렸다. 훌륭한 제품들이었지만, 많은 회사들이 그랬듯이 운이 안 따라서 결국 망하게 되었다.

이들 세 사람은 현실에 비관하지 않고 새 회사를 구상하였다. 회사명과 브랜드명, 각각의 제품명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던 그들은, 소비자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그들의 결정에 맡기기도 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엘리자베스 베넷이라는(Elizabeth Bennett) 에딘버러에 사는 주부가 응모한 브랜드 이름이 선택되었다. 그것이 바로 싱싱함을 뜻하는 단어 ‘러쉬(LUSH)’이다.

이노센트와 마찬가지로 러쉬의 창립이야기는 브랜드의 성격과 추구하는 가치를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정직(honest)과 고객과의 교감, 유머는 러쉬 브랜드 아이덴티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 정직 (과장되지 않은 브랜드 정책, 자연산 순수재료의 사용)

흡혈귀와 맞서 싸우는 젊은이들을 주제로, 미국에서 인기를 끈 TV 드라마 제목인 ‘뱀파이어 해결사(buffy the vampire Slayer)’에서 따온 이름인 ‘엉덩이 해결사(음 번역이…)(Buffy the Backside Slayer)’는, 자연산 스크럽제와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는 버터를 통해 셀룰라이트를 제거하고, 굴곡을 매끄럽게 해주는 보디 컨디셔너이다. 이러한 제품명은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보통 스크럽제(exfoliant soap scrub)가 포함하는 ‘피부를 가꾸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이슈이며, 우리는 소비자가 자신의 몸매를 가꾸는데 얼마나 열심히 투자하는지 알고있다.’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타사의 제품명과 설명서 방식과 전혀 다르다

* 사진설명 : 러쉬 사가 발행하는 신문인 러쉬 타임즈(LUSH Times)에 실린 ‘엉덩이 해결사’ 제품설명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외모 콤플렉스를, ‘엉덩이 해결사’와 같은 재미있는 이름을 통해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한 외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웃으면서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모두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지만 결국 ‘미’라는 것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라는 사실 또한 기억시켜준다. 세심하게 선택된 단어와 고객들을 향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승부하는 러쉬의 브랜드 방침은 각각의 제품뿐 아니라 가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회사의 신념이 담겨있는 짤막한 글은 러쉬 웹사이트나, 가게 유리창, 쇼핑백 등에서 항상 보여지며, 이 글과 창립이야기를 연결 지어 보면, 러쉬브랜드가 이러한 것들을 실제로 의미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글 마지막에서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 의미가 변형되어 자주 사용되는 ‘신선함(fresh)’과 ‘유기농(organic)’ 같은 단어들을 지적하여, 자신들이 정직한 의미의 ‘신선함과 유기농’을 추구함을 강조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러쉬 라이프란,

우리는 동물성 성분을 제외한 유기농 과일과 채소, 최상의 에센셜 오일 그리고 몸에 안전한 인공성분을 사용하여 효과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런 성분을 제품의 라벨에 표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직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회사로부터 원료들을 구입하고 안전한 테스트를 위해 우리의 제품을 사람에게 실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러쉬의 신선한 제품을 손으로 만들고, 직접 제작한 라벨을 붙이고 우리만의 향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촛불을 켜두고 하는 목욕과 마사지, 그리고 집안을 온통 향기로 채우는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실수를 하고 모든 것을 잃을지라도 다시 극복하고 시작하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러쉬의 제품이 좋은 품질을 가져야만 하고 그만큼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고객은 항상 옳다는 것을 믿습니다.

* 우리는 ‘신선함’과 ‘유기농’ 과 같은 단어가 마케팅 이상의 정직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A LUSH LIFE WE BELIEVE

…in making effective products out of fresh organic* fruit and vegetables, the finest essential oils and safe synthetics, without animal ingredients, and in writing the quantitative list on the outside.

We also believe in buying only from companies that test for safety without the Involvement of animals and in testing our products on humans.

We believe in making our own fresh* products by hand, printing out own labels and making our own fragrances.

We believe in long candlelit baths, massage, filling the house with perfume and in the right to make mistakes, lose everything and start again.

We believe that our products should be good value, that we make a profit and that the customer is always right.

*We also believe words like “fresh” and “organic” have honest meaning beyond marketing)

*사진설명 : 가게 유리창에 부착된 러쉬라이프 글귀



잉글랜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국제적으로 발전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지점을 둔 러쉬는 세계 어느 지점이나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 재료들은 양질의 재료를 생산하는 곳으로 특별히 선정된 지역에서 오며, 사용되는 물 또한 맑고 깨끗한 자연수를 사용한다. 자연산 재료를 사용자고자 하는 노력뿐 아니라, 사용재료를 정직하게 고객들에게 알리려는 방침은, 패키지 디자인에 모든 사용재료를 뚜렷하게 표시하여, 고객들이 구매 시 무엇을 사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하였다. 녹색은 유기농(organic)과 자연산(natural, 적색은 자연산(natural), 검은색은 안전한 합성물(safe synthetic)을 의미한다.

2) 고객과의 교감

고객의 의견을 통해 처음에 러쉬라는 회사이름을 지은 이래로, 이들은 같은 방식으로 제품 아이디어를 내고 이름을 지어왔다. 어느 러쉬 매장에서나 구할 수 있는 홍보신문인 러쉬 타임즈(Lush Times)를 읽어보면, 고객들의 아이디어와 자발적인 참여를 추구하여, 고객과 제품브랜드 간의 거리감을 줄이고자 하는 브랜드 정책을 느낄 수 있다. 러쉬 타임즈는 , 마치 소녀들이 밤새도록 수다 떨며 즐거워하고, 모두가 대화에 참여하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 사진설명 :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행된 러쉬 타임즈 표지와 제품 설명의 예. 제품군별로 페이지를 분할하고, 각 제품란을 분배한 후, 제품명, 가격, 사용된
재료, 사용법, 관련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이야기,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같이
실어 가족신문 같은 느낌을 준다.

* 사진설명 : 고객들이 보낸 일러스트레이션 중 우수작들을 모아 ‘러쉬 갤러리’라는 란을 따로 만들어 실었다. 모든 일러스트레이션은 러쉬의 제품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거나 제품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이다.

* 사진설명 : 고객들의 여러가지 고민거리(러쉬 제품사용에 관한 것이든 인생에 대한 고민이든 상관없이)를 털어놓고, 파멜라 아줌마라는 애칭을 가진 편집자에게 조언을 받는 란이다. 답변의 글은 친근한 이웃아줌마가 옆에서 말하듯 정감이 가는 어조이며, 곳곳에 유머가 가득 차 있어 절로 웃음이 나게 한다.



고객의 의견을 듣기에 강한 러쉬는, 이러한 장점를 다양한 마켓의 니즈에 적응시키기도 한다. 한 예로, 워너 브라더스사는 우디 알렌의 ‘애니 홀’의 재발매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품과 관련하여 러쉬에 연락하였으며, 러쉬에서는 ‘애니의 다양한 사탕들(Annie’s Hallsorts: 원래는 all-sorts이나 애니 홀과 연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철자를 바꾼것으로 생각됨)라는 제품을 개발하였다. 이 제품은 이후에 석탄표면(Coalface)이라는 이름으로 러쉬 매장에서 재판매되고있다.

3) 유머

러쉬는 먼저 향기로 고객들의 감각을 자극하여 어필하고(뉴카슬에 있는 한 매장에서는 위층에 위치한 관광안내소에까지 향이 심하게 올라온다는 불평이 들어와 천정을 메꾸어야 했다고 한다.), 자연산 재료에서 나오는 화려한 색상, 패키지 라벨이나 설명문구에 담겨있는 유머감각으로 고객을 이끄는 브랜드이다. 러쉬 매장을 지나던 사람들은 이러한 순서로 이끌려 매장 안으로 들어가서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가게 곳곳에는 겹겹이 쌓인 색색의 비누 조각들과 여러 가지 제품 진열로 마치 인도의 직물시장에 온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러쉬 매장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매장 곳곳에 걸린 칠판에 쓰여진 글귀들과, 제품 하나하나에 달린 설명문들이다. 브랜드의 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특별히 선발된 점원들이 일정한 필체로 분필을 사용하여 적는다.

* 사진설명 : 러쉬 매장의 전경, 내부 인테리어와 제품 디스플레이, 설명어구들



사진에서 언뜻 볼 수 있듯이, 제품들 또한 기발한 이름으로 충동구매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파란 하늘과 푹신푹신한 하얀 구름들(Blue Skies & Fluffy White Clouds)’, ‘신은 청결을 구하신다(God Save the Clean)’ , ‘핑크 캐롤라인 (Pink Caroline)’, ‘나는 코코해야한다.(I Should Coco)’, ‘슬픈 샤워 젤을 위한 행복(Happy for SAD Shower Gel)’, ‘벌거벗은 천사들(Angels on Bare Skin)’, ‘전문가(The Ologist)’, ‘세계평화(World Peace), ‘8:30분 이후(After 8.30)’, ‘피부에 대한 연민(sympathy for the skin)’, ‘피부의 지상 낙원(Skin’s Shangri La)’ 등은 고객들에 의해 지어진 제품명 중 몇 가지 나열한 것이다.

러쉬라는 브랜드는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언어적 아이덴티티(verbal identity)에 강하게 살고있으며, 이는 고객과의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진다. 물론 러쉬의 이러한 매력들은 회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계속 지켜가기가 점점 힘들어 질것이다. 그러나 러쉬 라이프에 관한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자연재료를 사용한 신선한 제품을 만들고, 고객과의 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소비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유머를 지키려 노력하는 한 러쉬는 성공적인 브랜드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웹사이트 : www.lu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