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ro - 꼴라쥬 50년

<무제, 1959, 32 x 24,5 cm, © Adagp>

1932년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에로^Erro의 50년 꼴라쥬 작품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전시가 퐁피두센터 그래픽 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1958년 그의 초기 꼴라쥬 작품에서부터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총 66점이 전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인지도가 높은 예술가로 유럽에서 첫 « Happening »을 선보였던 Jean-Jacques Lebel과 절친한 사이기도 하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하듯이 에로^Erro도 외국인 예술가로서 파리에 자리를 잡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였다. 잠시 에로(Erro)라는 이름에 대한 파리에서의 에피소드 하나를 전한다. 그는 아이슬랜드 출신으로 그의 본명은 Guomundur Guomundsson로 매우 길고 복잡했다. 그래서 파리에서 작품활동을 할 때 쓸 예술가명으로 페로^Ferro라는 이름을 짓는다. 이 이름은 일주일간을 여행한 스페인의 도시 « Castel del Ferro »에서 얻은 아이디어였는데 특히나 아이슬란드어로 "fer ro"는 « 고요 » 라는 뜻이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파리에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있을 무렵, 가브리엘 페로^{Gabriel Ferraud}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브라질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이 시절 파리에는 외국인 예술가들은 다른 두 사람이 발음상으로나 철자상으로 같은 한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법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는 이 법 때문에 페로^Ferro라는 그의 첫 이름을 지키기 위해 두 번의 재판을 하고 패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여러 궁리 끝에 그는 그의 이름 Ferro에서 F를 E로 바꾸기로 결정 하는데 그 이유는 아이슬란드어로 "er ro"는 « 이제는 조용하다 »라는 뜻으로 첫 이름의 의미를 그대로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이름이 지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유명 꼴라쥬 일러스트레이터 에로^Erro인 것이다.

파리에 온 후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게 된 에로^Erro는 과학잡지나 기술전문 브로셔 혹은 각종 잡지와 신문의 사진과 일러스트 등을 이용한 꼴라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펼친다. 그 후 60년대에는 서로 다른 그림들을 꼴라쥬해 함께 그리는 스타일로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는 훗날 그의 작품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에로스타일의 일러스트 느낌을 주게 되었다. 그 후 1970년대가 되면서 그는 또 한 번 작품 스타일을 바뀌게 되는데 자신의 그림을 미국 월트 디즈니의 만화들과 꼴라쥬하여 그리거나 중국, 러시아 그리고 쿠바 등의 혁명이나 독재자들의 이미지와 꼴라쥬하는 방법을 사용하며 점점 그만의 스타일을 발전해갔다.

그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는 다양한 색채와 각종 캐릭터들의 상황조합으로 유머러스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인 전쟁과 독재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측면까지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화려함과 유머러스함 뒤에 숨겨진 에로^Erro 작품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Career Diplomats, 1959, 33,5 x 25,7 cm, © Adagp>


<Meca-Make-Up, 1959, 32 x 25 cm, © Adagp>


<La Defaite de l’Armada espagnole, vers 1977, 34,2 x 37 cm, © Adagp>


<Louis XIV, 1977-1981, 23,5 x 16,5 cm, © Adagp>


<Le Bain turc, 1979, 24,4 x 17 cm, © Adagp>

<The Last Duck Scape, 1993, 27 x 41,2 cm, © Adagp>


<Rock and Role, 1996, 39,2 x 32,7 cm, © Adagp>

<무제, 2000, 29 x 37,7 cm, © Adag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