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동경의 카치도키에 위치한 @btf에서 '거울의 머리모양'이라는 유니크한 타이틀의 전람회가 개최되었다.

거울은 외출 전 그날의 헤어스타일을 정리하거나 몸가짐을 체크하기도 하면서 매일과 매우 밀착되어있는,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오브젝트 중 하나이다. 이러한 '모습을 비추는 도구'로서의 거울에 처음부터 머리모양이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기 전에 이미 그곳에 기록되어 있는 머리모양의 주인공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자신의 모습을 비춰야할 거울이 다른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촉매가 될 줄이야.
거울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있어서도 이제껏 경험한 적 없었던 신선한 사건은 아닐까.

전람회의 서브테마는 일본사.
이이 나오스케(井伊直弼), 쇼토쿠 타이시(聖徳太子)등 일본의 역사를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의 머리모양을 한 거울들이 단도직입적이면서도 위트있는 디자인으로 완성되고 있다.

'이이 나오스케 (井伊直弼)'
W1170 x H1800 x D50

 

디자이너는 시미즈 히사카즈(清水久和).
쿠와사와 디자인 연구소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학과를 졸업한 후, 주식회사 캐논에 디자이너로 재적하면서 1007년 기획전 '사랑의 패드 디자인 展'을 개최. 그 다음해에는 디자인 스튜디오 SABO STUDIO를 설립하게 된다.
기업에서의 디자인과 자신의 스튜디오 명의로 진행하는 디자인에 구분이 없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웃으며 말하는 시미즈씨. 캐논에서는 디지털 카메라 IXI DIGITAL시리즈의 디자인을 맡아오며 첨단의 디자인을 진행하는 반면,
자신의 스튜디오에서는 손에 익은 목제 아이스크림 스푼을 리디자인 한 '아이스크림 스푼'이나 불량식품가게에서 팔던 쭈쭈바 300개로 제작한 '츄츄 상들리에' 등 일상에서 가깝게 접하고 있는 사물에 '사랑'이라는 조미료를 살짝 첨가하는 것으로 아트인지, 디자인인지 구별하기 힘든 영역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진행해 오고 있다.

'아이스크림 스푼' / 츄츄 상들리에

대량생산을 위한, 그리고 흔히들 '엣지있다'라고 표현하는 디자인과 오브제에 가까운, 어딘가 따뜻함과 그리움마저 느껴지는 디자인. 이 상반된 두 개념 사이에서 시미즈씨는 어느쪽 하나 치우침 없이 절묘한 균형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이번 전람회를 통해 만난 거울들 또한 첫눈에는 아트에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찬찬히 작품을 살펴보면 디지털 카메라 등의 정밀한 기기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 높은 완성도와 디테일에 놀라게 된다.
디자이너의 결벽증에 가까운 고집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이이 나오스케의 제작과정

좋은 창작물의 조건 중 하나는 본 사람이 무언가를 연상할 수 있게 하고, '나라면 어떨까' 하고 자신을 대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거울이라는, 자신을 비추는 도구가 그 소재로 쓰인다는데 더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Youtube를 통해 갤러리 @btf에서의 전시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XLU7ieiNlPY&feature=player_embedded

관련 사이트

SABO STUDIO : www.sabostudio.jp/

@btf : www.shopbt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