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엑스포가 연일 화제인 가운데, 저도 얼마전 상하이 엑스포를 둘러보았습니다. 엑스포의 백미는 역시나 세계 각국의 파빌리온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역대 엑스포 파빌리온들을 돌아보면, 건축사에 길이 남을 만한 작품들이 많이 있죠. 그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엑스포 파빌리온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바로 블러 빌딩입니다. 

먼저 리즈딜러의 TED Talk 강연모습입니다. 제가 여행 중에 리포팅을 작성하고 있는 관계로, 사파리 브라우저를 이용하다 보니, 아니면 홍콩의 인터넷 환경과 designdb와 호환 때문인지, 임베드가 힘드네요. 링크로 대신합니다. 

리즈 딜러, 건축과 놀다.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기존 건축의 메너리즘과 상식에 도전하는 리즈 딜러의 용기가 감동스럽습니다.

건축가그룹인 ‘딜러 앤드 스코피디오(Diller & Scofidio)’는 2002년 스위스 엑스포에서 ‘블러 빌딩(Blur Building)’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습니다. 그들은 건물의 외부에 3만1500개의 고압 노즐로 미세한 물방울을 뿌려 인공 안개를 만들었는요. 이것은 건물이 호수 위 물안개 속에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창조해냈죠.

Diller & Scofidio, 2002 Switzerland Expo, Blur Building

딜러 앤드 스코피디오는 건축계의 ‘통합’ 또는 ‘통섭’ 트렌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유명합니다. 이 건축가그룹은 건축에 미디어 설치, 시각예술, 행위예술,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예술과 건축의 새로운 소통’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Diller & Scofidio, 2002 Switzerland Expo, Blur Building

Diller & Scofidio, 2002 Switzerland Expo, Blur Building

블러 빌딩의 상부 갑판과 내부 모습, Diller & Scofidio, 2002 Switzerland Expo, Blur Building

이처럼 현대 건축은 구조와 공간, 재료, 스킨(skin·외피), 주변 환경(landscape) 등을 통합해 새로운 틀을 구성하고 나아가 새로운 건축 모델을 발견하는 모색기에 와 있습니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런 움직임에 속도를 더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 통합 트렌드는 건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분야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사회·문화적 구조를 형성합니다. 구조주의 예술가 라슬로 모홀리너지나 나움 가보가 이뤄 내려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 철학은 통섭을 논하면서 모든 학문의 상호보완적인 결합을 이야기하고, 예술도 자기 분야를 뛰어넘는 새로운 결합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예술과 건축의 결합은 더 큰 변위와 변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오고 있지요.

Diller & Scofidio, 2002 Switzerland Expo, Blur Buil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