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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미술사이, 프랑스의 여성 아티스트 소피 칼(Sophie Calle)

 

얼마 전 런던, 화이트체플 겔러리(Whitechaple Gallery)에서 있었던, 소피 칼(Sophie Calle)의 개인전을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적인 개념미술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죠. 그녀의 흥미로운 작업들을 한번 보실까요? 

 

 

소피칼은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예술과 관련한 정규 교육은 거의 받은 바 없으며 독학으로 창작활동을 하였습니다. 26세에 처음 사진을 배우게 된 소피 칼은 1979년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일상을 카메라로 추적해 《베니스에서의 추적 Suite Vénitienne》이라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된 작품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칼은 1980년 제 11회 파리 비엔날레에 출품한 《잠자는 사람들 Les Dormeurs》로 유명세를 얻었죠. 이 작품은 그의 친구들 혹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들, 얼굴도 전혀 모른 채 전화로만 부탁한 사람들 27명이 교대로 그의 집에 와서 그의 침대에서 잠을 자는 모습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것입니다. 이듬해 그는 《호텔 L’Hotel》이라는 작품에서 베니스의 한 호텔 객실 서비스 직원으로 일하며 손님이 나간 객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허구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잠자는 사람들(Les Dormeurs), Sophie Calle, 1980

 

칼의 작업은 자유로운 상상으로부터 나옵니다. 임의의 규칙을 가지고 일종의 게임을 벌이는 것 같은 그의 스타일은 유희적이고 가벼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나와 타인의 삶의 경계를 허물며 보편적인 교감을 이루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는 피갈 광장의 가건물 무대에서 스트립쇼 걸이 되기도 하고, 사설탐정을 고용해 자신을 미행하도록 하여 그 자료와 사진으로 작품을 구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칼는 1998년 자신을 모델로 한 인물이 등장하는 폴 오스터(Paul Auster)의 소설 《거대한 괴물 Leviathan》에서 영감을 받아 《이중게임 Doubles-jeux》이라는 7권의 전집을 출판하였습니다. 그는 폴 오스터에게 자신이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해달라고 의뢰한 후 그 소설 속 인물의 행동을 직접 실천에 옮겼죠. 그는 자신의 삶을 예술의 소재로, 일상적인 것들을 가상의 시나리오로, 가상의 인물을 자기 자신으로 끝없이 교차시켰습니다. 그에게는 자신의 몸과 삶 전체가 허구를 만들어 내는 작품의 대상이고, 그 진실과 허구 사이의 게임을 누구보다도 극대화시킨 작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Whitechaple Gallery에서는 그녀의 신작인 <잘 지내 Take Care of Yourself>가 전시되었습니다.

어느날 그녀는 갑자기 남자친구로부터 이별통보를 받게 됩니다. 

 


소피 칼은 정신분석학자, 성 전문의, 크로스워드 퍼즐 전문가, 사립 탐정, 교수, 광대, 배우, 가수 등의 여성들에게 그 한심한 남자의 편지를 보내 철저히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image courtesy designboom.com

 


image courtesy designboom.com

 


image courtesy designboom.com


소피 칼은 그 메일을 복사해 자신의 친한 여자친구 107명에게 차례로 보냈죠. 잔느 모로(Jeanne Moreau) 같은 유명 여배우부터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같은 동료 아티스트에까지 이르는 107명의 여성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그녀는 이 서한에 대한 응답을 요청합니다. 그 결과, 한 친구는 그 편지를 자신의 애완동물에게 던져줘 이빨로 씹어버리게 한가 하면, 문법 교사인 한 친구는 그 편지의 틀린 문법을 교정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재치있는 이 작업에는 수 많은 콘텍스트가 녹아있습니다. 이별통보, 감정의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메세지를 차갑게 전달하는 현대인의 생활상과, 여성 아티스트만이 가질 수 있는 페미니즘적이고 섬세한 접근방법, 현대의 남성적인 문명에 대한 비판등, 그녀의 작업에는 언제나 풍부한 논란거리가 숨어 있지요.

그는 살아있는 작가로는 유일하게 2004년 프랑스 퐁피두 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가졌으며, 2007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주요 작품에는 《베니스에서의 추적 Suite Vénitienne》(1979), 《잠자는 사람들 Les Dormeurs》(1979), 《호텔 L’Hotel》(1981), 《색채 식사 The Chromatic Diet》(1997), 《절묘한 고통 Exquisite Pain》(2004), 《잘 지내 Take Care of Yourself》(2007)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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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Philips Amsterdam / Singapore 에서 Senior Interaction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44 (0)759 0039 380 | www.hwangkim.com | hwang.kim@network.rca.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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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칼 #Sophie Ca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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