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가구공방인 슈미딩어-모둘(Schmidingermodul)에서는 건축가 스티븐 홀과 함께 개발한 나무 가구들로 보스턴 근처에 있는 엠아이티의 기숙사 새 건물 시몬스 홀의 10층분 실내를 꾸몄다.

시몬스 홀 외관(Simmons Hall, MIT, Cambridge, Massachusetts) / 건물설계: 스티븐 홀(Steaven Hall)

기하학적 기본형태를 이용해 면과 공간을 잘라내기 좋아하는 건축가 스티븐 홀이 설계한 시몬스 홀 건물은 굵은 줄이 강조한 격자무늬 파사드로 그 중간 중간에 큼직큼직한 네모 구멍이 나있다. 이 네모 격자무늬 들은 바로 작은 창들이 모여 만드는데, 실내 공간의 크기에 따라 9개부터 여러개의 크기가 같은 정사각형 창문이 모여 한 쪽면을 이루게 된다.

건물 중간 중간에는 마치 동굴같은 느낌을 주는 부정형의 콘크리트벽이 가로막는데, 이 콘크리트 동굴안에는 각 층들을 연결하는 계단실이나 공동 휴식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간단하고 깨끗한 선으로 그려지는 나무가구들로 이름난 슈미딩어모둘은 그들의 가구 스타일을 따르는 높은침대, 책상, 의자 그리고 공동 공간인 응접실, 식당, 휴게실등의 소파와 식탁, 의자 등을 만들었다.

공동 식당과 휴식공간의 식탁과 의자들
식탁 '다섯번째 시간의 중간' / 디자인: Sirch/Bitzer
의자 '델타' / 디자인: Christian Steiner

높은침대
사다리를 이용해 오르내리는, 공간을 절약하는 높은 구조의 침대로 침대다리는 책장뒷면과 서랍장 옆면을 활용한다. 침대 아래쪽 공간에는 취향에 따라 책상을 두거나 의자를 두거나 하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수 있다.

공동 공간용 소파



슈미딩어모둘사에서 시몬스 홀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한 가구들에서도 볼수 있지만, 여러사람이 쓰는 대량생산용품일지라도,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격과 실용성, 내구성 등에 초점을 맞추어 형태를 풀어내는 디자인의 기본자세가 중요한 것을 알수 있다.

실제로 독일 기숙사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가구나 설비물들이 알고보면 상당히 "유명"제품인 경우가 많다. 우리학교 강의실에서 사용되는 의자만 하더라도 -아무도 별다른 주의를 주지는 않지만- 사실은 건축가 에곤 아이어 만이 1950년에 디자인한 나무 의자로 소위 말하는 '디자인 클래식 제품'이다. 학교 기숙사 화장실에는 지금은 유명한 전문 사업체로 성장한 도른브라흐트나 한스 그로에 사 같은 제품들 자리하고, 특히 공동 세탁실의 세탁기들은 대부분 밀레제품을 쓴다.

이런 사실은 여러사람이 같이 쓰는 물건이기 때문에 고장이 자주나는 저가격 제품보다는 손을 덜타는 튼튼한 제품을 선호하는 실질적 사고와 한편으로는 미래의 소비자가 될 학생들에게 좋은 물건을 경험하게 하여 후에 정기고객으로 유도한다는 경영사고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것으로 볼수 있다.

또한 이런 사고와 경영자세가 보다 튼튼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만들는 디자인을 요구하게 되는데, 대량수요품에서는 의자나 책상형태에서 나사를 하나씩만 줄일수 있어도 전체적으로 엄청난 생산비 절약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디테일에 예민해지게 된다.

또한 사업체 입장에서도 사후관리체제까지 만들어 놓으면 큰 프로젝트 진행으로 생기는 수입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습관에 따라 사용하는 물건의 마모상태에 대한 자료를 얻어 다음 제품개발에 개선할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수 있다. 질이 좋은 유명제품들의 노하우란 바로 이런 점들 차곡차곡 쌓여간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