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해외 리포트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일요일의 여유, Museum Brandhorst

 

 

나른한 주말, 일주일 동안 밀린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이다. 지난번 리포트에서 언급했던 대로 “불타는 금요일”과 피곤에서 벗어나는 토요일을 보낸 후 맞는 일요일 아침은 하루밖에 남지 않은 주말을 보상받겠다는 의지와 함께 으레 해가 중천에 뜬 다음 뒤늦게 시작하기 마련. 게다가 날씨가 추워진 탓에 폭신한 이불에 남아있는 온기를 꾸역꾸역 아껴 쓰고 말겠다는 생각에 시계에서 시선을 피하려 눈을 질끈 감아버리곤 한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 는 말 위에 죽죽 선을 그어 없애고,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 라고 고쳐쓰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역시 옛말에 틀린 말이 없다고, 일찍 일어나면 얻을 것이 있다는 것이 요즘의 생각이다.

 

뮌헨의 일요일은 사실 즐길 거리가 드물다. 전통적으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뮌헨은 일요일에 레스토랑과 카페를 제외한 모든 샵이 (슈퍼마켓 역시) 문을 닫기 때문에 쇼핑을 할 수 없고 또한 이 때문에 도심은 오히려 한산해진다. 오직 관광객들만이 도심을 돌며 사진을 찍을 뿐…

 

하지만 이렇게 심심해할(?) 뮌셔너들을 위한 볼거리가 마련되어있다. 바로 미술관. 뮌헨 시내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Pinakothek 피나코텍 (알테, 노이, 모던 피나코텍 – 고대, 근대, 현대 미술품들을 볼 수 있는 공립 미술관) 과 더불어 오늘 소개할 Museum Brandhorst 는 일요일에 한해 모든 방문객들에게 단 돈 1유로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말의 마지막 날을 복잡한 도심이 아니라 종교와 미술작품으로 이어지는 여유롭고 메마른 감성을 충전하며 보내라는 의도일 수 도 있겠다는 나름의 좋은 평가를 해본다. (물론 일요일 아침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안이 텅 비어있다면, 장을 볼 수 없는 이 제도를 불평하기도 한다.)

 

어찌됐던 오늘은 일요일, 일찍 일어난 새가 먼저 미술품을 볼 수 있는 일요일이다. 1유로에 미술품을 보려는 관람객들이 많아져 복잡해지기 전에, 어서 이불 속에서 나와 서둘러 미술관으로 향해본다.

 

Museum Brandhorst 의 탄생은 세제나 접착제 등 화학제품으로 유명한 기업인 Henkel 설립자의 증손녀 Anette Brandhorst 와 그의 남편 Udo Fritz-Hermann 의 예술품 수집에서부터 조금씩 시작되었다. 조금은 슬프고도 로맨틱한 사연이 있는데, Anette 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남편 Udo 는 그간 부부가 수집한 모든 미술품을 그녀의 이름으로 바이에른 주에 기증하고, 이에 바이에른 주는 그녀의 이름으로 6천 7백만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현대미술관을 세우게 된다. 이것이 현재 뮌셔너들이 사랑하는 Museum Brandhorst 탄생비화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Museum Brandhorst 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의 느낌, 폴스미스 전시장인가? 혹은 수수깡이 모티브인가? (실제로 이 미술관을 지인들에게 설명할 때 ‘수수깡으로 둘러싸인 듯한 건물’ 이라고 표현한다. 이 기묘한 느낌의 수수깡 건물은 독일 베를린에 근거를 둔 건축디자인 회사, Sauerbruch Hutton 에 의해 디자인 되었고 Andy Warhol, Cy Twombly, Sigmar Polke, Damien Hirst 등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 200여 점 이상이 전시되고 있다. (image : google)

 

 

 

 

일본계 사진 작가 Hiroshi Sugimoto 의 특별전 “Revolution” 전시가 한창이 요즘. (image : 필자)

  

 

 

미술관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매표소와 서점. (image : 필자)

 

 

   

 

 

매표소 정면의 카페테리아 : 전시공간을 제외한 미술관의 전체적인 내부는 와인색 벽과 원목 가구의 조합으로 이루어져있다. (image : 필자)

 

 

  

 

안타깝게도 이 미술관은 식품, 애완동물의 반입 외에 미술품의 사진촬영 역시 금지 되어있어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을 본 리포트에 담을 수 없다. (image : 필자)

 

 

 

 

 

 

 

지상 2층과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의 계단과 통로 : ‘수수깡’ 이라고 부른 외관재를 통해 들어오는 간접 외부 채광은 미술품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방문객들에게 관람하기 좋은 조명을 제공한다.  (image : 필자)

 

 

 

 

 

2층 휴게실 : 역시 와인색 벽과 원목의 조화로 이루어진 휴게실에서 관람객들은 미술관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소파와 테이블에 앉아 커다란 창문을 통해 알테, 모던 피나코텍과 넓게 펼쳐진 정원을 볼 수 있다. (image : 필자)

 

 

필자의 일요일은 이렇게 미술관 휴게실에 앉아 쉬면서 여유롭게 흘러간다. 일찍 일어나 서두르길 잘했다는 생각과 어쩌면 일요일은 이렇게 한가해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샵들이 문을 닫아 불편한 것 투성이였던 뮌헨의 일요일은 어쩌면 원래 일요일은 이래야 한다고 알려준다. 조금은 천천히,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은 따뜻하게 보내는게 좋을거라고 말이다.

 

 

 

리포터 소개

 

리포터 양성철은 독일 뮌헨의 디자인 에이전시, Pilotfish GmbH (www.Pilotfish.eu)에서 Industrial Designer로 일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디자이너의 삶을 시작한 지 3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하루하루 겪는 디자이너의 일상들이나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Tag
#뮌헨 #브란트호스트 뮤지엄
"일요일의 여유, Museum Brandhorst"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