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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디자이너(Food Designer) 마르티 귀세(Marti Guixe)

“푸드 디자이너(food designer)로서 귀세는 음식을 디자인하지만, 사실 요리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다.”

마르티 귀세와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진가 잉가 크놀케(IngaKno’lke)의 이 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의미와는 다른 '푸드 디자이너'라는 개념을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 푸드 디자인은 음식이 맛있어 보이도록 하는 행위가 아니며, 요리법과는 관계가 없다.

“나는 먹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지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요리를 할 줄도 모르거니와 배우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푸드 디자인(food design)은 음식을 오브젝트로 취급하면서 이 오브젝트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해석하는 작업이다.”




Seed Safe’ Marti Guixe, 2010, Copyright © Imagekontainer / Knolke

시드 세이프(SeedSafe)는 제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움직임이다. 현재 지구 상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과일이 수백 종이나 존재한다. 그리고 이 멸종을 막기 위해 수백 개의 NGO가 활동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북극에서 1,200km 떨어진 스발바르 제도(Svalbard 諸島)와 스피츠베르겐 제도(Spitsbergen 諸島)에 정부 차원의 씨앗 금고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현상의 급박함을 잘 보여준다. 시드 세이프는 이 현상에 대한 담론을 위하여 탄생한 제품이다. 시드 세이프는 마치 귀중품을 보관하는 저금통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새로운 콘셉트의 물건에는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를 가진 4개의 구멍이 있는데, 이는 서로 다른 형태의 씨앗들을 보관할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사기(沙器)로 된 이 물건은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의 고유성이 침식당하는 현 세계에서 씨앗을 보관한다는 것이 얼마나 급박하고 전 지구적으로 필요한 일인지 역설하고 있다.


Seed Safe’ Marti Guixe, 2010, Copyright © Imagekontainer / Knolke

사람들은 평생 두 개 정도의 의자를 구입 하지만 밥은 하루에 세 번씩 먹는다. 즉 음식은 우리의 삶과 직접 연관되어 있고, 다른 어떤 제품보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이다. 귀세의 푸드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1997년 바르셀로나의 스팜트(Spamt) 갤러리에서 선보인 실험적인 전시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푸드 디자인은 흥미롭게도 1990년대 중반, 한국을 방문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마르티 귀세의 푸드 디자인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초콜릿, 설탕 등 케이크의 원료 비율에 따라 화려한 컬러의 파이 그래픽으로 표현한 ‘아이 케이크(I-cakes)’는 장식 자체가 영양 정보를 준다. 또한, 다리를 3개 붙인 츄파춥스에는 ‘핸즈프리 롤리팝(Hands-free Lollipop)’이란 이름을 붙였다. 귀세의 푸드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제안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음식을 섭취하는 경험을 공간으로 확장한 푸드 디자인 시스템(systematic food design)을 개발했다. 특히 특정 메뉴를 선택하면 다른 테이크 아웃 레스토랑에서 대신 배달을 해주는, 주방이 없는 레스토랑인 푸드 패실리티(Food Facility), 길거리 벤치에 적힌 고유번호를 알려주면 해당 벤치로 음식을 배달해주는 푸드 뱅크(Food Bank) 등이 그것이다.



Food Designing’ Marti Guixe, 2010, Copyright © Imagekontainer / Knolke

“푸드 프로젝트는 개념적인 것이 많긴 하지만, 음식이라는 대량 생산 제품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음식 산업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음식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푸드 디자인은 음식 산업이 보수성을 탈피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캠퍼의 푸드볼, 그리고 마르티 귀세의 푸드 프로젝트는 귀세식 푸드 디자인을 논하기에 충분하지만, 그의 확장형 ‘푸드 디자인 시스템(systematic food design)’의 개념을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2011년 밀라노 패션 위크 기간에 귀세와 요리사 안토 멜라스니에미(Antto Melasniemi)가 함께 선보인 ‘라핀 쿨타 태양열 식당(Lapin Kulta Solar Kitchen)’을 잠시 맛보고 넘어가기로 하자.

핀란드의 국민 맥주인 ‘라핀 쿨타(Lapin Kulta)’의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 친환경 주방은 오직 태양열 에너지로만 음식을 만든다. 이 식당에서는 매일 다른 태양열 지수에 따라 그날의 메뉴가 정해지기 때문에 손님은 같은 음식을 기대할 수 없다. 만약 날이 눈부시게 맑다면 운 좋게 가장 좋아하는 스프를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양이 돕지 않고 흐린 날씨를 보여준다면 아쉽게도 미트볼을 포기해야 한다.




Kulta Solar Kitchen Restaurant’ Marti Guixe, 2011, Copyright © Imagekontainer / Knolke

친환경적인 미식가(美食家)의 식도락 예술 프로젝트인 ‘라핀 쿨타 태양열 식당(Lapin Kulta Solar Kitchen)’은 몇 가지 컨템포러리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바로 자연 주도적 과정(nature-driven process)과 유연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태양은 직접 요리사와 관계를 맺으며 주도적으로 메뉴를 결정한다. 손님들은 자연이 주는 그날의 맛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자연은 직접적인 정보전달 역할 또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흐린 날에는 메뉴가 바뀌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며, 비가 오면 식당에 굳이 전화해볼 필요도 없이 약속을 미뤄야 한다.




Kulta Solar Kitchen Restaurant’ Marti Guixe, 2011, Copyright © Imagekontainer / Knolke




Kulta Solar Kitchen Restaurant’ Marti Guixe, 2011, Copyright © Imagekontainer / Knolke




Kulta Solar Kitchen Restaurant’ Marti Guixe, 2011, Copyright © Imagekontainer / Knolke

이 식당은 앞으로 세계 각국을 돌며 오픈할 예정이며, 이미 빈 테이블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 혁신적인 레스토랑은 먹고 마시고 요리하는 방법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그리고 자원에 대한 새로운 관계의 확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태양지수에 따라서 세계를 여행하며 각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맑은 날이면 어디선가 오픈할 이 맛있는 식당은 친환경, 유기농 음식을 제공하며 더 나아가 환경과 자연 그리고 ‘먹는다’는 철학에 대해 겸손한 태도와 자세를 지니고 있다.

“전통적인 요리 방법과는 전혀 다른 태양열 요리법은 음식의 맛과 촉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사실 이것은 요리하는 새로운 방법론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식경험을 창조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소품을 디자인하며 중요하게 여기는 전제는 ‘재치있는 단순함(brilliantly simple)'과 '호기심 넘치는 심각함(curiously serious)’이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제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소비되는 과정과 문화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말한다. 드룩 디자인과 함께 제작한 액자 테두리 모양의 테이프 ‘Do Frame’, 표면을 긁어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명등 ‘Do Scratch’, 종이뭉치에 테이프를 둘둘 말면 축구공이 완성되는 ‘Football tape’ 등은 마지막 선택권을 사용자에게 양보함으로써 사용자가 직접 제품의 완성 단계에 개입할 여지를 남겨둔다.

“몇몇 제품은 형태보다 기능이 더 중요한데, 그런 제품은 기본적으로 아이디어에 의존해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형태나 소재는 단지 그럴 수 있는 것이 된다.”




‘Cau Lamp’ Marti Guixe, 2010, Copyright © Imagekontainer / Knolke

뉴욕을 거점으로 하는 건축회사 다네즈(Danese)에서 출시된 탁상램프 카우 램프(Cau Lamp)는 귀세의 또 다른 디자인 접근법을 보여준다. 사용자에게 건축용 램프의 새로운 소통법을 제안하고 있는 이 램프는 서스펜션(Sospensione) 케이블 끝에 달린 건축용 토치(torch)와 이 토치에 미려(美麗)한 간접조명 기능을 추가해 주는 탁상용 셰이드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Cau Lamp’ Marti Guixe, 2010, Copyright © Imagekontainer / Knolke

마르티 귀세는 ‘디자이너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non-designers)’으로 꼽힌다. 사람들은 전위적이고 엉뚱하며 심각한 암류(暗流)가 존재하는 귀세의 다음 작업들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마르티 귀세의 디자인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첫 번째는 귀세가 자신의 디자인을 자신을 나타내는 크리에이티브 페르소나(creative persona)나 개인 성명(聲明)으로 사용하지 않고 디자인 프로세스의 과정으로써, 그리고 독립 디자이너들의 프로토콜(protocol)로써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개념(Conception)이라기보다는 서식(Foamming)으로써 귀세의 디자인 프로토콜은 다른 디자이너들도 사용하거나 해석할 수 있다. 즉, 귀세식 디자인은 개방형 어플리케이션(open source application)이나 개념적인 프리웨어로서 자신들의 직업이나 관습적인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특정인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Foodball tape’ Marti Guixe, 2004, Copyright © Imagekontainer / Knolke
축구공의 단면이 출력된 이 재기 발랄한 테이프는 귀세가 제안한 ‘Do’ 테이프 콘셉트 중 하나다.

두 번째로 귀세의 디자인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위해 사회적 공간에서 자연 발생한 형틀처럼 나타났다. 귀세의 디자인에서는 개념적인 타당성과 형태적인 유연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마치 디자인 개념의 객관성에 도전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ex-artist'로서 그리고 'ex-designer'로서의 마르티 귀세로부터 거듭되는 섬세한 제안 도구로써의 디자인에 대해 마르티 귀세는 말한다.

"'ex-design'은 허구가 아니면서도 비평적이고 전략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새로운 장과 같다. ‘ex’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것은 새로운 지평을 여는 방법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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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Philips Amsterdam에서 Senior Interaction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www.hwangkim.com | hwang.kim@network.rca.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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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 Guixe #마르티 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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