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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들, 한자리에 모이다. Designer’s Stammtisch

 

 

해가 길어졌다. 아침에는 커튼 사이로 비추는 햇볕에 잠을 깨고,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도 여전히 환해서 마치 막 점심을 먹은 듯 뭐라도 해야 할 기분이다. 얼마 전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우승을 거둔 후에 첫 앨범을 발표한 미남 가수(게다가 어리기까지…)의 노래처럼, 봄봄봄 봄이 왔다. 집집이 발코니를 화려하게 꾸미고 있는 꽃들, 나뭇가지마다 돋아난 초록의 잎사귀들이 점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는, 날아갈 듯 가벼운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서 마치 누군가를 만나야만 할 것 같은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이다. 이런 날씨에 동요라도 된 것일까? 뮌헨의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디자이너스 슈탐티쉬(Designer’s Stammtisch)가 얼마 전 열렸다.

 

 

 

 

 

디자이너스 슈탐티쉬(Designer’s Stammtisch) 초대장 (Image ⓒ Lunar Munich) : 매년 따뜻한 봄이 오는 요즘 같은 시기에 뮌헨의 디자이너들에게 전해지는 초대장. 올해 초대장은 조금의 유머가 가미된 잡지표지 스타일이다. 이미지에서 보이다시피 독일 디자인 최고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디터 람스(Dieter Rams)와 현대 디자인의 아이콘 중 하나인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의 얼굴을 합성하여 만든 재미있는 포스터 겸 초대장이다. 세대나 국적을 넘어서 뮌헨의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이자는 뜻으로 좋게 해석해본다.

 

 

 

 

 

(Image ⓒ Lunar Munich) 더불어 2011년 디자이너스 슈탐티쉬의 초대장 역시 소개한다. (필자의 기억대로라면 2012년에는 아쉽게도 공식적인 모임이 열리지 않았다.) 초대장에 쓰인 대로 실제 출력한 안경을 쓰고 나타난 디자이너들도 몇몇 있어 웃음을 자아냈었다.

 

 

매년 뮌헨의 루나 디자인(Lunar Europe) 오피스에서 주최하는 다소 생소한 단어인 디자이너스 슈탐티쉬(Designer’s Stammtisch)의 어원을 살펴보자면 이러하다. 슈탐티쉬(Stammtisch)라는 독일어에서 슈탐(Stamm) 은 영어로는 레귤러(Regular)로 해석되는 ‘정기적인’이라는 뜻의 단어이고, 티쉬(Tisch)는 테이블(Table) 을 뜻한다. 직역하면 ‘정기적인 테이블’이라는 뜻이 되는데 정확한 뜻을 이해하려면 역사적인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위키피디아를 통해 알아본 결과 오래전 귀족과 평민의 신분사회였던 19세기 중반 이후 독일에서는 일정 신분 이상 (귀족이나 관료, 의사, 교사, 부농 등)의 사회 구성원들이 모여 식사를 나누거나 그들의 모임에 새로운 멤버들을 소개하는 등의 정기적인 집회를 했는데, 현대로 넘어오며 신분사회가 무너지면서 점차 비슷한 직종이나 공통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고 한다. 결국 뮌헨 디자이너스 슈탐티쉬(Munich Designer’s Stammtisch)는 뮌헨 디자이너들의 정기적인 모임으로 해석되는 아주 쉬운 이야기이다.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nst) (Image ⓒ 필자) : 몇 해 전부터 디자이너스 슈탐티쉬는 뮌헨의 유명한 잉글리쉬 가든(Englischer Garten : 뮌헨에 조성되어있는 가장 큰 녹지 공원, 필자의 리포트 중 닷지볼 토너먼트가 매년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초입에 있는 미술관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nst : 직역하면 ‘예술의 집’)” 내의 “골든바(Golden Bar)” 에서 열린다.

 

 

 

 

 

골든 바(Golden Bar) (Image ⓒ Golden Bar Munich)

 

 

  

 

 

 

디자이너스 슈탐티쉬의 모습들 (Image ⓒ 필자) : 필자가 도착한 시간은 파티가 시작하기로 계획된 저녁 여덟 시 즈음, 잠시 한적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바 내부는 각기 다른 디자인 오피스에서 온 디자이너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어느 곳이나 비슷하겠지만, 디자인 필드는 하나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라고 했던가? 여기저기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혹은 동료의 반가운 인사 소리가 들린다. 또한, 서로의 동료를 소개하고 소개받는 시간이다. 역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스크린 밖으로 나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는 시간이 훨씬 인간적이다. 오늘은 누구도 일 얘기는 하지 않는다.

 

 

 

 

 

한국인 디자이너들 (Image ⓒ 필자) : 독일어, 영어가 뒤섞인 스탐티쉬의 한편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여러 번 리포트를 통해 소개했듯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뮌헨에서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수많은 외국인 사이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인들을 만나는 것은 늘 반갑다. 사진 속 인물들은 지바(Ziba Munich)의 이응규 디자이너와 티그(Teague Munich)의 이정훈 디자이너. 가깝게 지내는 동생들과의 즐거운 대화는 디자이너스 슈탐티쉬를 통해 덤으로 받은 선물이다.

 

 

마치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만 같은 날.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와, 마우스와 펜을 잡던 손으로 보고 싶던 동료와 악수를 하고 떠나가게 웃고 싶은 날. 뮌헨의 디자이너들을 이렇게 만나 밤늦은 시간까지 평소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했다. 본 리포트를 읽는 모두에게 나른하지만, 기분 좋은, 새로 시작하는 계절인 만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기운을 주고받는 요즘이 되길 바란다.

 

 

 

 

리포터 소개

 

리포터 양성철은 독일 뮌헨의 디자인 에이전시, Pilotfish GmbH(www.Pilotfish.eu)에서 Senior Industrial Designer로 일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겪는 디자이너의 일상들이나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Tag
#독일 디자인 #독일 디자인회사 #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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