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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Dinner and More

  

싱숭생숭한 봄 날씨에, 밖으로 나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예찬과 함께 지난 리포트에서는 뮌헨의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디자이너스 슈탐티쉬(Designer’s Stammtisch)를 소개했다. 그와는 조금 반대될 수도 혹은 동일 선상에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바로 지금 내 옆의 동료와 친해지기.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파일럿피쉬(Pilotfish)의 잦은 행사라 할 수 있는 저녁모임, 파일럿피쉬 슈탐티쉬(Pilotfish Stammtisch)라고 하면 적당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오래전 리포트를 통해 파일럿피쉬의 주방 문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리포트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 http://designdb.com/dreport/dblogView.asp?page=1&bbsPKID=20534)

  

파일럿피쉬의 주방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라 만나고, 이야기하고, 알아가고, 함께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회사의 주방은 모든 직원에게 매일 개방되고, 심지어 주말에도 가족이나 친구들을 데리고 파티를 즐길 수 있게 되어있다. 집 같은 회사, 가족 같은 동료가 서로에게 되고자 하는 의지이다.

 

5월 2일 목요일, 시원하게 봄바람이 불던 날 저녁, 업무를 마치고 난 후, 이렇게 편한 주방에 집에 가기 싫은 몇 명의 파일럿피쉬들이 모였다. 오늘의 메인디쉬는 오너인 마크(Marc Nagel)이 담당하기로 했다. 평소에도 전문 요리사 수준의 음식 솜씨를 자랑하는 만큼 모두의 기대가 크다. 식전 요리를 맡은 필자가 뭘 만들지 고민도 하기 전에 주문이 들어왔다. 파일럿피쉬들이 푹 빠져있는 해물파전이 그것. 손을 걷어부치고 오늘은 한식전도사가 되어보기로 한다.

 

 

 

   

▲ PF Cooking Time (Image ⓒ Pilotfish) : 식자재의 양만 보아도 오늘 파티가 얼마나 늦게까지 계속될지 짐작할 수 있다. 식전 요리는 필자가 만드는 한국식 해물파전, 주요리는 마크가 준비하는 네 종류의 소스와 드레싱을 곁들인 아일랜드산 최상급 소고기 스테이크, 그에 곁들이는 요리는 세바스티안 베커(Sebastian Becker)의 로즈마리와 함께 구운 감자와 토마토 샐러드, 식후 요리는 마르타(Marta Sebine)가 담당한 아이스크림이다. 물론 술이 빠질 수 없다. 진토닉과 레드와인이 이미 산처럼 쌓여있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나머지 파일럿피쉬들은 음악을 준비하고 테이블을 세팅한다.

 

 

  

 

 

 

(Image ⓒ Pilotfish) 먼저 완성된 해물파전이 서빙되고 오븐에 천천히 구워지는 스테이크를 기다리며 허기진 배를 조금 채운다. 싱싱한 해산물을 구하기 어려운 뮌헨에서 그나마 급히 공수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만들었지만, 엄지를 치켜세우며 맛있게 먹어주는 착한 동료들. 해물파전과 진토닉의 조합도 의외로 나쁘지 않다.

 

 

 

 

(Image ⓒ Pilotfish) 꽤 많은 양을 준비했음에도 금세 모든 파전을 해치우고 예정보다 오래 걸리는 스테이크를 기다리며 다시 배를 비우기 위해, 사내 공식 여가 스포츠인 탁구를 하는 파일럿피쉬들. 재미삼아 시작한 게임은 어느새 진지해지고 점수를 세기 시작하면서 불꽃 튀는 경기가 시작된다. 이 와중에도 오너인 마크는 직원들에게 먹일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Image ⓒ Pilotfish) 드디어 완성된 마크의 역작 아일랜드산 소고기 스테이크와 로즈마리와 함께 오븐에 구운 감자, 시금치와 토마토 샐러드. 어느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저녁 만찬에 파일럿피쉬들은 어느새 탁구 채를 놓고 접시를 챙기기에 분주하다.

 

 

 

 

 

 

 

(Image ⓒ Pilotfish) 한국에서 요즘 대세라는 먹방의 독일판, 식사는 와인이 가미되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계속되고, 술잔 너머로는 시작하는 프로젝트 이야기, 베를린에 새롭게 투자되는 파일럿피쉬 사업 이야기, 정치 이야기 등 진지한 주제부터 마크의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와 최근 개봉한 영화 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사는 모습들이 오고 간다. 마무리는 축구 이야기,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바이에른 뮌헨을 응원하는 파일럿피쉬들은 경기 당일에 어디서 응원을 할지 계획을 세운다. 음악의 볼륨이 오르고, 흥이 오른다. 조금 열어놓은 창틈으로 봄날 저녁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다음 파티의 요리 담당은 누가 될지, 그때는 더 많은 파일럿피쉬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최근 두 번의 리포트에서 놀고먹는 모습만을 소개한 듯하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후에 보상처럼 주어지는 시간을 독일 디자이너들이 팀원들과 혹은 회사 밖 사람들과 어떻게 즐기면서 보내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기저기 돋아나는 초록빛의 생명을 보며 설레는 계절, 점점 짧아지고 있어 더 아쉬운 이번 봄에는 가까운 팀원들이든 새로운 사람들이든 만남 속에서 행복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리포터 소개

 

리포터 양성철은 독일 뮌헨의 디자인 에이전시, Pilotfish GmbH(www.Pilotfish.eu)에서 Senior Industrial Designer로 일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겪는 디자이너의 일상들이나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Tag
#독일 디자인 #독일 디자인회사 #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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