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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카 쿨라(Onkar Kular)와 노암 토란(Noam Toran) 두 번째

이러한 관심은 그들을 다음 협업으로 이끌었다. 런던의 서머셋 하우스에서 있었던 ‘좋지 아니한가(Wouldn’t it be nice 展)’에 처음 소개된 이 듀오 디자이너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맥거핀 라이브러리(MacGuffin Library, 2008)가 그것이다. 단편영화 시놉시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게 될 소품들이 한데 어우러진 이 작업은 맥거핀(MacGuffin) ❶ 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에게 바치는 일종의 존경 표시다. ‘맥거핀 라이브러리(MacGuffin Library)’는 요제프 괴벨스 ❷ 의 주전자, 미키 마우스 유골 단지 같은 상징성을 지닌 물체들이 연속적으로 전시된 일종의 확장된 아카이브 형태를 띠고 있다. 정갈하게 나열된 맥거핀들은 이 물건들이 등장하게 될 (아직 제작되지 않은) 영화의 시놉시스와 함께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❶ 역주 1_ 맥거핀(MacGuffin):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이 만들어낸 영화 요소/개념으로 영화 등의 줄거리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트릭이다. 히치콕은 보통 아무 의미 없는 특정한 물건들을 즐겨 사용했다.



위_ 맥거핀 라이브러리(MacGuffin Library) 중 괴벨스 티포트(Goebbels"s Teapot) 2008, photo © Sylvain Deleu

❷ 역주 2_ 파울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 1897 ~ 1945): 나치 독일에서 "국민 계몽 선전부 장관"의 자리에 앉아 나치 선전 및 미화를 책임졌던 인물. 히틀러의 최측근 역할을 했다. 나치당의 뇌라고 불릴 만큼 나치당의 지식인 이였던 그는 선전 방법뿐만 아니라 유창한 말솜씨 또한 가지고 있었고 그는 사람들을 선전하다 못해 광신적인 사람들로 만들었다. 특히 그는 라디오와 TV를 통해 정치 선전을 했었는데, 정기적인 TV 방송으로 선전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 그의 선전 방송을 들은 당시 독일 국민은 패전의 상황에서도 승리를 확신했다고 한다.



위_ 맥거핀 라이브러리(MacGuffin Library) 중 히어 유 리브 투데이(Here You Leave Today) 2008, photo © Sylvain Deleu

“이 두 가지(맥거핀과 시놉시스) 요소를 동시에 전시함으로써 우리는 관객을 전시의 세 번째 요소로 초청했다. 관객은 물체를 관찰하고 시놉시스를 읽는 행위를 통해 영화 제작자이자,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창조자가 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와 레이몬드 카버(Raymond Carver)에게 깊은 영향을 받은 이 글들은 관객과 전시품 사이의 간격을 채우는 압축된 스토리텔링으로서 존재한다.



위_ 맥거핀 라이브러리(MacGuffin Library) 중 쿤스 발룬 몰드 (Koons Balloon Mold) 2008,  photo © Sylvain Deleu

맥거핀 라이브러리의 연작 중 하나인 ‘쿤스 발룬 몰드 (Koons Balloon Mold)’라고 불리는 이 오브제는 팝 아티스트 제프 쿤스(Jeff Koon)의 작품 ‘발룬 도그 (Balloon Dog)’를 주조하는 금속 틀처럼 생겼다. 이 오브제는 주조공장을 운영하는 늙고 빈곤한 한 부부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 어느 날 이 부부는 미술잡지에서 ‘발룬 도그’를 보게 되고, 이것을 제작할 수 있는 주조 틀을 만들어 큰 부자가 된다. 

그들의 최후의 프로젝트는 지난해 런던 디자인 페스티발 기간,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Victoria & Albert) 뮤지엄에 전시됐던, ‘아이 클링 투 버츄(I Cling to Virtue)’다. 미국 케네디 家의 모토에서 작품 이름을 따온 이 작업은 지난 작업처럼 서술적인 접근을 통해 물체와 관객의 이해관계를 자극하고, 미술관의 공터를 영화적인 상상으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이 작업에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소통의 매개체로서 존재한다.



위_ 아이 클링 투 버츄(I Cling to Virtue), 2010, Mixed Media, photo © Onkar Kular, Noam Toran

토란은 동유럽 유대인 혈통을 가진 채 멕시코에서 나고 자랐다. 쿨라는 인도계 영국인이다. 가족사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토란과 쿨라는 자신들의 가족사를 결합해 묘한 무엇인가를 창조해보고 싶었다. 사실상 20세기의 상징적인 가족사(이주민)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스토리는 ‘로비(Lovy) 가족 이야기’라는 픽션으로 재탄생된다. 모나크 로비(Monarch Lovy)의 나레이션과 유리 진열장에 전시된 물건들은 한 가족의 중요한 순간순간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기억의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근거를 제작함으로써 아카이브라는 개념을 복잡하게 만들고자 했다. 사실 기억은 반드시 사실인 것은 아니다. 이는 유연하고 결함이 있다. 역사는 마치 한 조각의 비누처럼 미끄럽다. 우리는 신화(Myth)와 기록이 나누어지기 시작하는 경계에 관심이 있었다. 5천 년 동안 만들어진 4천 5백만 개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A museum)의 관리 기관인 빅토리안 인스티튜션즈(Victorian institution’s)의 수집품에 이 작업의 결과물을 끼워 넣는 것이다.”

이야기는 종종 나레이터의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레고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한인도 시골 마을의 농장은 런던에서 자란 반식민지 이주민으로서 인도 어린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특수한 것부터 평범한 것까지, 로비(Lovy) 가족이 20세기를 거쳐 가져온 일반적인 가정의 믿음들과 개인에게서 추출된 숭고하고 때론 충격적인 충돌들이 비현실적으로 버무려있다. 이는 결국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위트로 숙성된다. 이 작업이 토란과 쿨라의 비정상적인 가족사를 반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토란은 이야기한다.
“우리 둘의 가족사에는 엄청난 일이나 충격적인 사건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가족사는 다채롭다.”

무엇이 그저 특별할 것 없는 퀄리티의 연마되지 않은 포슬레인(porcelain)으로 만들어진, RP(Rapid Prototyping)기계에서 제작된 괴상한 가보(家寶)들과 이야기꾼의 기억을 연결하고 있는가? 불안하게 잠들어 있는, 힘없이 누워있는 소품들이 가진 모호함은 이 작품이 가진 결정적인 힘이다.



위_ 아이 클링 투 버츄(I Cling to Virtue), 2010, Mixed Media, photo © Onkar Kular, Noam Toran

“모든 물체는 우리에게 스크린에 불과하다. 우리에겐 오브제에 덧붙여지는 그 무엇인가가 오브제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 오브제들이 탄생할 때 가지는 무의미함은, 이들이 수상한 기념품들로 바뀔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된다.”

RP는 이제 토란과 쿨라 작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기계의 미끌미끌한 구멍에서 생성된 이 반항적인 물체들은 현대 디자인의 방법론을 비웃으며, 대량생산의 과정을 이용해 오직 스토리의 반영을 위한 꿈과 같은 토템(Totem)을 제작해낸다. 묘한 완성도를 가진 이 흰 물건은 화학약품 냄새를 풍기며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역사를 재조명하고 소독한다.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은 작품에 이질적인 완성도를 더한다. 우리는 확정 지을 수 없는 새로운 언어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오브제들은 제품과 건축 그리고 영화 소품, 그 언저리에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지 자신을 호출하는 곳으로 이동해 그 범주 안에 머무를 수 있다.”

그들의 작업처럼 그들 자신도 어디엔가 소속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 인기 있는 듀오 디자이너는 디자인과 개념미술, 영화를 행복하게 넘나든다. 명민하게 그리고 소속감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함이나 동요조차 없이 쿨라는 “나는 우리 자신을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운이 좋게도, 우리의 작업들은 각종 다른 매체들에 받아들여지고, 비판받는다”고 말한다. 토란과 쿨라는 이제 디자인을 넘어 특유한 자신만의 장르로 새롭게 분류되고 있다.

비록 쿨라와 토란의 작업에 흥미를 느끼는 큐레이터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아직도 이들을 자신의 이해 범주에 넣지 못한다. 아마도 쿨라와 토란의 작업이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갤러리를 위해 제작된 한정판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작업은 굉장한 미학적인 가치가 있음에도 사실상 경제적인 가치는 거의 없다. 그런데 경제성을 잃어버린 물건이 과연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들은 디자인이 그들의 작업에 물성을 부여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말한다.

쿨라는 디자이너로서 습득한 재료와 기술에 대한 지식과 이해는 다양한 재료로 ‘세발자전거(아이 클링 투 버츄, I Cling to Virtue의 전시품 중 하나)"를 만들어 내는 과정 등에서 유용하게 쓰인다고 했다. 쿨라와 토란은 필자가 소개했던 비평적 디자인의 창시자 안토니 던 (Anthony Dunne)의 제자이자 친구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비평적 디자인의 범주에 넣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사실 그들의 작업들은 사회를 비판하는 데 그 맥락을 두고 있지 않다. 그들은 사회보다 인간 자체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쿨라와 토란은 자신들의 행위와 작업, 그리고 삶이 디자인이라는 명제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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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의 제품 디자인 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Philips Amsterdam에서 Senior Interaction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www.hwangkim.com | hwang.kim@network.rca.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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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암토란 #Onkar Ku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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