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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앤 라비(Dunne & Raby) 인터뷰

김황_ 당신들의 작업은 디자인이 기술에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추가하거나,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의 탄생을 추구하지만은 않는다는 신념을 표방하고 있다. 디자이너에게 어떤 다른 역할이 있나?

던 앤 라비(이하 D&R)_ 디자인은 우리에게 생각하게하며, 산업에 대해서 더 많은 질문을 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 내는 데있어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색과 질문들이다. 이 노력은 현대 산업체계 속에서 가장 잉여적인 행위로 치부돼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자인 전문가에게는 더 높은수준의 책임이 요구되기에, 우리는 일상으로부터 추출된 자원과 방법론에 대해 비평하고 비판하며 그 대안적인 생각을 산업사회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의 가장 큰 필요성은 사회와 산업으로 하여금 사람들의 진정한 필요를 고민하고 탐구하게 한 후, 이를 성취하도록 도와주어 더 나은 사회가 되도록 하는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황_ 런던의 과학 박물관(Science Museum)에 설치된 미래 에너지에 대한 당신의 작업은 흥미롭다. 깊은 과학적 리서치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수소 에너지 도시와 같은 기존의 예측과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어, 인분이 새로운 대안 에너지가 되고, 테디베어 모양의 ‘혈액 주머니’라는 대체 자원으로 작동하는 라디오 모듈이 그렇다. 왜 당신들은 미래에 대하여 감각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띈 대안을 보여주는 암묵적인 사회적 경향을 따르지 않나?


테디 베어 블러드백 라디오(Teddy Bear Bloodbag Radio), Copyright © Dunne & Raby

D&R_ 이 전시는 7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들을 주관객으로 기획됐다. 많은 사람은 기술이 보여줄 찬란한 미래를 기대하고 전시장에 입장한다. 하지만 사실 기술의 발전은 도덕적으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아이들이 3가지로 주어진 대표적인 기술의 영향력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길 바랐다.

첫 번째는 수소 에너지다. 우리는 여기서 아이들의 관점에서 시나리오를 설정해 경제 시스템 속에서의 에너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자신들의 용돈을 벌기 위해 일정량의 수소 에너지를 직접 개발한다는 이야기다. 인분이 새로운 대안 에너지가 돼 더러움이 가치가 되는 문화적인 운동을 이끌어 사람들이 보관하고 싶어 하거나, 하수 시스템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거나, 심지어 선물로 줄 수도 있다는 가상 시나리오도 있었다. 또 현대 의학 기술 분야에서는 자생력이 있는 로봇이나 자신의 피를 이용해 가동하는 심박 조율기 등의 제품을 가능하게하는 미생물 에너지 세포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기이기에 우리는 아이들이 윤리적인 측면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생물의 피로 공산품을 움직이게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말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흥미를 끌기위해 약간 과장된 면도 있기는 했지만.


‘블루드 / 미트 에너지 퓨처(Blood / Meat Energy Future)’, Copyright © Dunne & Raby, Photo: Jason Evans

김황_ 당신들은 왜 디자인이 생명 공학, 인조 생물학, 전자 공학 등의 범주에 침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D&R_ 모든 기술은 독자적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우리 일상과 미래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이 행보에 발을 맞출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디자인 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디자인이 미학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추상적인 콘셉트, 유형, 의제들을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행위는 우리에게 미래를 먼저 고민하게 해준다. 이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그저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며 제품과 서비스는 경제와 기술적 압박에 의해 끌려가게 될 것이다. 원래 인터랙션 디자인은 디지털과 문화의 접점에서 발생 했으며, 컴퓨터라는 도구를 더욱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탄생했지만 이제는 어떠한 다양한 형태의 인터랙션 디자인이 출몰할지 지켜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됐다.
김황_ 5년 전 당신들은 퐁피두 센터에서 "에비던스 돌스"를 전시했다. 이 플라스틱 제품은 미혼 여성들에게서 유전학이 얼마나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냈다. 이 작업에 대해 조금 더 말해줄 수 있나?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자극제는 무엇이었나?

D&R_ 퐁피두 센터의 큐레이터인 발레리 기욤(Valerie Guillaume)이 비평적 디자인에 대해 전시하고 싶어했고, 이 작업을 중개했다. 우리는 이미 바이오 랜드(BioLand)에서부터 시작된 스케치를 갖고 있었는데, 전시는 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좋은 기회가 됐다. 이 프로젝트는 생물학 연구소 학생들과 진행 됐는데, 쟁점은 남성들이 DNA 조사를 거부할 수 있어 친자를 밝히는 조사에서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처지에서 보면 이는 불평등한 것이다.

우리는 영국의 한 유명 여배우의 실화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는데, 결별한 애인이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의 휴지통을 뒤져 DNA의 흔적을 찾기위한 형사를 고용한 해프닝이었다. 피오나는 이 과정을 좀 더 간단하게 만들고 싶어했다. 인형은 효과적으로 여성 애인들의 DNA를 저장할 수 있게 고안됐다. 아마도 잘린 손톱이나 머리카락 같은 것들일 것이다. 이는 보관됐다가, 이후 필요한 경우에 분석에 사용될 수 있다. 이 수집된 물건들은 작은, 중간, 큰 크기의 남성성기 모양의 서랍에 보관된다. 또 인형은 개인화돼 각기 다른 애인을 대변할 수 있다.


에비던스 돌스, Copyright © Dunne & Raby, 2005

김황_ 여성들의 반응이 어떠했나? 이 독특한 작업을 환영하는 반응이었나?

D&R_ 이 프로젝트는 비밀리에 진행됐다. 여성들과 그들의 과거 애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사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여성이 이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한 점은 내 예상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다. 프로젝트는 그들이 이 제품을 원하거나 또는 사용하길 바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기술이 어떻게 하면 사랑과 로맨스, 그리고 데이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황_ 당신은 6년간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학과가 아닌 "디자인 인터랙션(Design Interaction)"학과의 학장으로 학과를 이끌고 있다. 처음에는 이 학과의 명칭이 "인터랙션 디자인"이었는데, 그것을 바꾼 동기가 무엇인가?

D&R_ 인터렉션 디자인이라는 명제는 전자제품이나 시스템의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당신이 디자인 회사에 소속되길 원하거나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려면 아주 좋은 배경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산업 간에 경계를 허물기를 원하거나, 새로운 디자인 방법론을 찾는다면, 인터랙션 디자인은 그다지 좋은 배경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도 분명히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하지만, 이는 우리가 하는 행위 중 극히 일부일뿐이다. 

우리 디자인의 흥미로운 점은 인터랙션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닌 "인터랙션" 자체를 디자인함에 있다. 그래서 우리를 인터랙션 디자인을 디자인하는(Designing Interaction Design)집단으로 정의하고자 했다. 이름을 변경한 가장 주된 목적은 인터랙션 디자인을 디지털과 전자공학에서 분리함과 동시에, 다른 기술들 예를 들어 생명 공학, 미생물 공학 등과 접합을 시도한 후 새로운 화두를 만들어내 사회적, 문화적 진보를 만들어 내는 것에 있다.

우리의 목적은 기술의 발전에 집중하는 인터랙션 디자인의 조류를 융합, 가능성, 다른 관점 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맥락의 방법론으로 돌려서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데 있다.

김황_ 최근의 작업은 어떤 것들인가?

D&R_ 우리는 얼마 전 마이클 아나스타시아즈(Michael Anastassiades)와 함께 몇 개의 전자 제품들을 제작했다. 이는 "취약한 개성(Fragile Personalities)"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으로 같은 이야기를 전자제품의 영역에 적용한 작업이다. 예전에 도쿄 여행을 한 적이있었는데, 그 후로 나는 로봇과 개념적인 제품들을 제작하는 것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됐다. 로봇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일종의 인격을 획득할 정도로 발전한 뒤에는 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어떤 형태의 상호 의존과 관계가 생성될 것인가? 우리가 만드는 오브제들은 어떻게 하면 일종의 인격을 획득한 미래의 로봇이 우리와 연결되는지 복종, 친밀, 독립, 동등이라는 4가지 형태의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논쟁을 일으키려 한다.


테크놀로지컬 드림 시리즈(Technological Dreams Series): 넘버 1, 로봇(No.1, Robots), Copyright © Dunne & Raby, Photo: Per Tingleff, 2007


로봇 1: 링(Robot 1: Ring), Copyright © Dunne & Raby, Photo: Kristof Vrancken

"로봇 1"은 독립적이다. 자신의 삶을 살며 자신의 일을한다. 이 로봇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함에 문제가 없으면, 우리는 사실 이 녀석을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아마도 집을 관리하는 컴퓨터 정도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이상한 성질이있다. 바로 전자파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TV와 라디오가 켜질 때 또는 휴대폰에 전화가 오면, 이 녀석은 자동으로 방의 가장 조용한 지점으로 이동한다. 이 로봇은 원형의 링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주인은 그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의자를 방 중앙에 비치함으로써 로봇이 숨어 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미래에는 많은 전자제품과 로봇이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제작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능력에 따라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로봇 2: 뉴에로틱 원(Robot 2: Neurotic One), Copyright © Dunne & Raby

"로봇 2"는 아주 신경이 예민해서, 누군가 방에 들어오면 자신의 많은 눈으로 불청객을 바라보며 분석하기 시작한다. 만약 사람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불안해하고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아마도 집을 경비하는 데 최적의 로봇일 것이다. 우리는 점점 더 디지털 데이터 저장매체에 삶을 의존한다. 심지어 우리는 가장 개인적인 비밀의 보관까지도 이 방법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원할 때 이들에게 접촉하는 것이 보장되어 있는가?


로봇 3: 센티넬(Robot 3: Sentinel), Copyright © Dunne & Raby, Photo: Per Tingleff

"로봇 3"은 보초병이다. 이것은 망막스캔 기술을 이용해 누군가가 데이터에 접근하는지 판별한다.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흔히 이 로봇을 잠시 쳐다보며 접촉을 시도하는데, 이 로봇은 아주까다로워서 언제나 눈을 오랫동안 맞추길 원한다.


로봇 4: 니디 원(Robot 4: Needy One), Copyright © Dunne & Raby, Photo: Per Tingleff

"로봇 4"는 아주 영리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몸체에 갇혀 주인의 노동에 이동성을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제작자는 이 로봇에게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줬다. 하지만 이들은 곧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냈는데, 그들의 언어를 들어보면 인간의 언어가 기원이 됐다는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우리는 음식을 부패시키는 미생물 원료 세포에도 깊은 관심을 두게됐다. 미래에는 로봇도 소화기관을 가질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들을 재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만약 먹이를 줘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그들과 소통해야 하는가?

혹자는 이것들이 순수예술이 아니냐고 묻는다. 사실 비평적 디자인이 순수예술에서 많은 방법론과 접근방법을 차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술보다는 일상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차이가 있다. 일상은 비평적 디자인의 추진력과 불편함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한 표현방식을 택하면 순수 예술이 될 수 있고, 너무 평범하면 소극적인 동화로 비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순수예술을 한다.”고 말해 버리는 것이 더욱 손 쉬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디자인으로 남길 고집한다면, 이는 디자인도 예술도 아닌 경계에 서게 되기 때문에 지켜보는 이들이 더욱 다양한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은 어떻게 비평적 디자인이 미래 시나리오에 적용될 수 있으며, 사회적 쟁점이 되는 기술과 접목되며, 이론적으로 완성될지, 지속 가능할지에 놓여있다.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해 새로운 책이라는 결과물을 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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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왕립예술학교(RCA/Royal College of Art)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AYAF)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필립스 암스테르담(Philips Amsterdam)에서 수석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Senior UX/User Experience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www.hwangkim.com | hwang@hwangkim.com

Tag
#비평적 디자인 #던 앤 라비 #미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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