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해외 리포트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법과 디자인 사이, 캐리 영(Carey Young)

던 앤 라비의 작업이 인터렉션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발전,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법률, 경영, 기업 문화와 디자인 사이의 벽이 무너지는 현상을 보는 것은 어떠한가. 이런 주제를 이야기하기에는 캐리 영(Carey Young)보다 더 좋은 디자이너는 없다고 생각한다.


바디 테크닉스(Body Techniques: after A Line in Ireland, Richard Long, 1974), 캐리 영, 2007
Lightjet print, 59 ¾ x 48 inches © Carey Young, Courtesy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캐리 영은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텍스트를 이용해 세계 시장 경제의 결과인 기업 문화와 법률, 그리고 개인의 관계에 대해 표류하는 디자이너, 아티스트이자 법률가다. 그녀의 작업들은 현대사회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계약’과 ‘관리’에 이용되는 언어들을 개념적으로 표현하는 드로잉과 예술적인 미디어를 이용한 기록(Documentation)이 양립하며 좌우가 다른 데칼코마니처럼 존재한다. 즉 법률이라는 비인격적이고 감성이 배제된 이성적인 개념들 사이에서 감성을 추출해내는 작업이다.

“나는 계약이라는 명제를 이용해 사람과 사람, 공간, 물체, 시간 사이의 관계를 창조한다. 계약은 감성적인 행동 중 하나다. 사람들은 계약을 통해 약속하고, 제공을 동의하고, 도덕적인 책무를 진다.” - 캐리 영


디클레어드 보이드(Declared Void: Installation view), 캐리 영, 파울라 쿠퍼갤러리(Paula Cooper Gallery), 2005
Vinyl drawing and text, Dimensions variable, 337.8 x 337.8cm, as installed ‘Consideration’(Installation view) © Carey Young, Courtesy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그녀는 관람객들을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때론 자극적인 방법으로 전시에 참여시키며 관람이라는 소외된 노동과 전시 상황을 재결합한다. 그녀의 많은 작업이 전시와 퍼포먼스의 중간 즈음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종종 캐리 영은 관객들을 초청해 모순적인 계약서에 서명하게 한다. 관람객들은 복잡하고 정밀하게 디자인된 계약서를 통해 계약에 동의함으로써 가학피학성(加虐被虐性)의 성적인 뜻이 있는 기관에 등록되거나, 서명하는 순간 법적으로 전시 일부분이 돼 전시장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캐리 영의 날카롭고 재기발랄한 작업들은 디자인과 아트의 영역뿐만 아니라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합법이 가진 불합리성을 연구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디클레어드 보이드(Declared Void: Installation view), 캐리 영, 파울라 쿠퍼갤러리(Paula Cooper Gallery), 2005 
Vinyl drawing and text, Dimensions variable, 337.8 x 337.8cm, as installed ‘Consideration’(Installation view) © Carey Young, Courtesy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현대 디자이너들은 수많은 계약에 노출됨과 동시에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형성된 각종 법적 관계에 얽혀 살아간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든 회사에 소속돼 있든 간에 법률에 목마르지 않은 디자이너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수용하고 있는 이 법적 시스템은 과연 언제나 옳은 것인가? 법적인 동의를 통해 디자인이라는 행위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행위를 통해 법적인 동의가 진행될 수는 없는가? 디자인과 예술, 법률 사이에는 어떠한 함수관계가 성립되는가?

-

글쓴이 :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왕립예술학교(RCA/Royal College of Art)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AYAF)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필립스 암스테르담(Philips Amsterdam)에서 수석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UXD Design Lead)로 활동하고 있다.

www.hwangkim.com | hwang@hwangkim.com
Tag
#carey young #캐리 영 #R
"법과 디자인 사이, 캐리 영(Carey Young)"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