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해외 리포트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캐리 영(Carey Young) 인터뷰

김황_ 나탈리 벨(Natalie Bell)은 "우리는 산업과 정치 그리고 예술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장을 본 증인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대에 디자이너에게 어떤 역할이 있나?

캐리 영_ 만약 우리가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의 "예술은 시스템의 압점(壓點)들을 드러내는 비판적인 노동이다."는 이론에 조건 없이 동의한다고 해도, 현재의 패러다임(Paradigm)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정 분량의 연구가 필요하다. 완벽한 자유 시장(Free Market)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는 마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인 모든 요구를 충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신자유주의는 디자이너에게 필수적으로 문제시되고, 논해지고, 비판돼야 하는 영역이다.

생각해 보라, 많은 디자이너가 출금하기 위해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는 마치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존재가 지속적으로 출금을 가능하게 하려고 디자이너를 사들인 것 같은 논리 구조를 갖춘다. 이 관계는 내가 가장 경계하는 부채다. 이 부채에 대한 ‘부정의 길(Via Negative)’을 걷는 행위는 내가 비평을 창조하는 가장 기본적인 관점이라 할 수 있다. 내 리서치 지향적인 작업들은 내가 디자이너로서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경제 전문가로서 제록스(Xerox)나 BBC 같은 법인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독특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평범함과 거리가 먼 아티스트들과 다르게, 너무나도 평범한 직업을 갖게 됐던 내 아이러니한 상황은, 오히려 내가 빠르게 다른 아티스트들과 차별될 수 있는 불법주의자적인 정체성을 줬다.

김황_ 뉴욕의 폴라 쿠퍼 갤러리(Paula Cooper Gallery)에서 있었던 당신의 "컨시더레이션(Consideration)"이라는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 관객들은 계약서에 서명해야 했다. 당신은 왜 당신 전시를 관람하러 온 관객들의 관람 행위를 불편하게 만들었나?


컨시더레이션(Consideration: Installation view), 캐리 영, 파울라 쿠퍼 갤러리, 2005 © Carey Young, Courtesy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이 그림으로 만들어진 구역으로 침입해 경계 안에 있는 동안에는 당신은 미국의 헌법이 당신에게 적용되지 않음에 동의한다.""By entering the zone created by this drawing, and for the period you remain there, you declare and agree that the US constitution will not apply to you."

캐리 영_ 나는 각종 기관의 법적인 장치를 비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미술 기관이 수도 없이 존재하고, 이들이 경영, 법률 기관과 크게 다름에도, "기관"이라는 단어는 왠지 미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내 작업은 이러한 ‘미술 기관’을 위한 작업이었는데, 보수적인 안무와 전형적인 관람행위로 이뤄져 있었다. 관객들은 초청받고, 갤러리에 입장하고, 관람하는 행위를 한다. 심지어 갤러리 안에는 예술 작업처럼 보이는 완벽한 유형의 작업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법적인 과정에 개입되며, 내 작업이 가진 지리학적 경계는 법적이고, 정치적이고, 개인적인 경계가 된다.

내 작업들은 법을 주 맥락으로 해 리서치된 것들이다. 즉 법은 내 예술적인 행위의 무대와 같다. ‘컨시더레이션’이라는 전시의 제목은 몇 가지 중의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계약 법의 중심이 되는 언어들의 유희, 둘이나 셋 사이에 만들어지는 법적인 강제성을 가질 수 있는 계약으로서의 약속 등이다. 이 전시에서 나는 미국의 증가하는 소송 문화와 자유발언의 부재에 대해서 반응하고자 했다. 증가하는 법적인 책임과 신자유주의의 각종 기업문화는 위의 사회적 현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작업들은 마치 굉장히 과장된 방식을 채용해 현대의 법 집행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들은 이미 존재하는 불합리하지만, 공식적인 법적 논리를 과장없이 보여주고 있다. 만약 사회가 현재의 추세대로 흘러, 오직 법적인 용어만을 사용해 소통하기 시작하는 날이 온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김황_ 당신이 ‘컨시더레이션’이라는 맥락에서 만들어낸 전시품 중 하나인 `법적인 블랙홀"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줄 수 있나?

캐리 영_ 그것은 ‘디클레어드 보이드(Declared Void)’라는 작업이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Guantánamo) 기지를 갤러리에 투영하고자 했다. 이 회색 공간은 미국의 헌법에 어긋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합법적인 공간이다. 내 작업의 법적 조언자인 로버트 랜즈(Robert Lands)와 제이미 스테이플턴(Jaime Stapleton)은 위와 같은 공간을 창조해 내는 것은 미국 의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작업은 관람객들과의 합의에 따라서 만들어진 허구적인 공간이며, 마치 미국이 쿠바 관타나모 기지를 만들어낸 것과 똑같은 논리로 만들어졌다. 나는 갤러리의 구석에 공간을 만들고 바깥에 미국 헌법의 부조리한 거짓말을 썼다. 이 디자이너의 선포를 통해 관람객들은 공간으로 침입하는 순간 잠깐 아티스트에게 계약으로 얽매이게 된다. 이 작업의 법적인 족쇄는 잠깐이지만, 갤러리에 전시된 다른 작업들은 더 오랜 시간 동안 효력이 작용한다.

쿠바 관타나모(Guantánamo) 기지_ 쿠바 동부 관타나모주(州)에 있는 도시로 1903년 이래 미국의 해군기지가 됐다. 관타나모 기지는 쿠바의 땅이면서 미국이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27㎞의 접경 선을 사이에 두고 쿠바와 대치하는 중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알 카에다와 아프가니스탄의 전 탈레반 정권에 연루된 외국인들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구체적 증거 없이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구금하고 있다. 물론 재판과 같은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그리고 수용 가능 인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의 구금, 방치하고 있어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다.(역주)


디클레어드 보이드(Declared Void: Installation view), 캐리 영, 파울라 쿠퍼갤러리, 2005, Vinyl drawing and text, Dimensions variable, 337.8 x 337.8cm, as installed Consideration(Installation view) © Carey Young, Courtesy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김황_ 예술가의 물성을 시장의 공간으로 이끌어낸 ‘인벤토리(Inventory)’라는 작업은 가치, 실재와 허구에 대한 의문들을 유동적으로 이끌어냈다. 당신은 당신의 몸과 시장경제 사이의 협상을 만들어냄으로써, 당신의 작업을 개념미술로서 남게 했다. 이 작업에서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며, 이 작업의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 작업이 실제로 판매돼 당신 몸의 화학 물질들이 부를 창조해 낸 적이 있는가?

캐리 영_ 먼저 그 작업이 내과 의사의 관점으로 본 인간의 몸의 가치에 관해 기술한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저널 <도큐먼츠(Documents)>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밝혀야 하겠다. 나는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보기로 했다. 내 리서치는 1929년에 이 이론이 정립된 이후로 시도된 인간의 몸에 대한 수많은 과학적인 발견의 무의미한 행위 중 하나다. 영국의 임페리얼 컬리지(Imperial College London)와 켐브리지 대학교(Cambridge University)의 과학자들과 협업으로 나는 내 몸의 화학적인 원소들의 가치를 추출했다. 그리고 이 결과물을 갖고 현대 세계 화학 시장의 시가에 맞춰 내 몸의 가치를 도출했다.


인벤토리(Inventory: as installed, value has altered due to fluctuations in the artist"s weight), 캐리 영, 파울라 쿠퍼 갤러리, 2007 © Carey Young, Courtesy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이 원소들은 산소, 탄소, 질소, 텅스텐, 금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작업은 그래픽적 표현 방법에 따라 재생산돼 전시장의 벽에 걸리게 된다. 이 그래픽은 나의 현재 가치를 영국 파운드화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 옆에는 어떤 계산법으로 그 금액이 도출됐는지 과정을 보여주는 수학적 과정이 걸려 있다. 매번 새로 전시를 할 때마다, 나는 현재의 내 몸무게에 따라 계산해 작업을 새롭게 만든다. 적혀있는 금액은 이 작업의 판매가격이기도 하다.

나는 이 작업이 내 몸의 가치와 시장의 협상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업은 내 몸과 원자재, 그리고 시장 경제에 연관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이는 또한 엄청나게 불합리한 방식으로, 사회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상품으로서 관념적으로 사용되는 여성의 몸에 대한 것이다. 이 작업은 예술가의 가치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해답을 도출하기 위한 과장되고 풍자된 과정을 통해 도출된 수학적 결과는 밀수 시장에 장기를 파는 것보다 더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업 과정 중 가장 흥미로 왔던 것은 내 몸에 대한 미립자와 소립자의 막대한 네트워크를 보는 일이었다.
Body Techniques, after Parallel Stress, Dennis Oppenheim, 1970


Body Techniques, after Sculpture II, Kirsten Justesen, 1969

김황_ 법과 시장경제를 이용한 당신의 작업 유희는 2007년 ‘바디 테크닉스(Body Techniques)’라는 작업을 통해 기업 문화로 옮겨졌다. 당신은 이 작업을 통해 현대 기업들뿐만 아니라 그 전시를 보고 있는, 미래의 소비자가 될 소지가 있는 관객들까지도 비판하고 있다.

캐리 영_ 이 사진 연작 작업들은 팽창해 가는 세계 경제와 예술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첫 번째 사진은 엄청난 규모의 빌딩 숲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들에서 나는 홀로 정장을 입고 리차드 롱(Richard Long),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 마이얼 레더만(Mierle Laderman)등 개념미술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드는 행위를 연상시키는 움직임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너무나도 유명한 기존 거장들의 작업들은 내 작업 속에서 시공간과 몸의 물성이라는 주제로 재주조(Recasting)되고 있다.


Body Techniques, 1969


Body Techniques, 1969

이 모호함은 내가 나를 풍경이라는 틀 속에 주조(Cast)함으로써 탄생한다. 또한, 이 사진들은 몸과 공간의 저항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내 작업의 배경들은 텅 비어 있고, 사람이 살지 않는 라스베이거스의 재개발 지역들이다. 타불라 라사(Tabula Rasa)와도 같은 사막에 건설된 과장된 럭셔리하고 호화찬란한 장소는 수천 개 회사의 유입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인 마을이 될 미래의 경제특구는 다국적 회사들의 본부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는 아무것도 아닌 이 공간은 실재성을 지닌 허구적(Hyper-Real)이며 완성되지 않은, 경제적인 관점의 유토피아다. 이 절반 정도 완성된 대규모의 압도적인 경제 원리 속에서 나는 경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포장된 채 정장을 입고 미세한 입자로서의 개인이 되어 공간 속에 존재한다.


Body Techniques, 1969


Body Techniques, 1969

-

글쓴이 :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왕립예술학교(RCA/Royal College of Art)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AYAF)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필립스 암스테르담(Philips Amsterdam)에서 수석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UXD Design Lead)로 활동하고 있다.

www.hwangkim.com | hwang@hwangkim.com
Tag
#carey young #캐리 영 #R
"캐리 영(Carey Young) 인터뷰"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