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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의 딤블비 강연(Dimbleby Lecture)

영국에 디자인 전략과 이노베이션(Design Strategy and Innovation) 석사과정을 처음 공부하러 왔을 때, 첫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분위기 파악을 할 겸 이런저런 설문조사를 했었다. 가장 이노베이티브한 디자인과 디자이너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서, 나와 몇몇 외국학생을 제외한 영국학생들은 전부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과 그의 진공청소기를 꼽아 영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게 되었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위생적인(?) 한국주거환경 특성상 바닥재를 쓸고 닦을 수 있는 ‘물걸레’ 청소기 등이 인기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카페트 중심의 생활을 하는 영국에서, 강력하기로 소문난 ‘다이슨 진공청소기’는 타제품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이슨 사는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2000년에는 이중 드럼이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도록 한 세탁기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 사진 설명 : 제임스 다이슨과 생산중인 그의 제품들


이렇게 디자이너들에게 뿐만 아니라 영국대중에게 이노베이티브한 디자이너로 존경받고 있는 제임스 다이슨은, 제2의 브루넬(Brunel : 영국의 다리, 철도 등의 엔지니어 디자인에 크게 공헌을 한 인물로 2년 전 BBC에서 실시한 역사상 최고의 영국인(The Greatest Briton)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에서 셰익스피어,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다윈, 뉴튼, 레논, 넬슨, 크롬웰, 다이애나 전왕비 등을 제치고 윈스턴 처칠에 이어 2위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의 이름을 딴 브루넬 대학도 엔지니어링 디자인 계통에서 인정받고 있다.)로 불리며 98년에는 여왕으로부터 그 업적을 인정 받아 왕실 훈장 CBE를 수여 받기도 하였다.




<발명가, 엔지니어, 제조업자,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

1947년 노폭(Norfolk) 지방에서 태어난 제임스 다이슨은 RCA에서 가구디자인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였다. 편평한 모양의 고속 보트 Sea Truck, 바퀴가 공모양으로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손수레 Ballbarrow, 64km/h의 속도로 육해에서 이동이 가능한 Wheelboat, 그리고 보트를 물가에 띄우도록 도움을 주는 Trolleyball 등 기술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제품들을 디자인해온 그는, 1978년 집에서 사용하는 청소기의 먼지봉투를 정기적으로 갈아야 하는 것에 짜증이 나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청소기를 개발하기로 하였다.


* 사진 설명 : 왼쪽부터 Ballbarrow, Wheelboat, Trolleyball


5년여 동안 실패를 거듭한 끝에 5,127개의 프로토타입을 통하여 마침내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한 그는, 이후에 제품을 라이선스받아 제조할 사람을 영국과 유럽 내에서 구하려 하였지만 실패하였다. 먼지봉투의 판매가 영국 청소기 시장에서만 해도 수백만 파운드를 했기에 기존 회사들이 다이슨의 청소기를 제조하는 것에 반대하였기 때문이다. 그 후 일본에서 제조업자를 만나 탄생한 G Force Dual Cyclon 청소기는 나오자마자 진공청소기 시장을 잠식하였다. 1991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 디자인 페어에서 수상하기도 한 이 모델은 아이콘처럼 꼭 가져야만 하는’must have’ 제품이 되어, 패션 디자이너인 폴 스미스의 런던 매장에서 판매되기도 하였다.

일본 라이선스(licence)를 통한 수입으로 다이슨은 영국에서 그의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하여 새로운 모델을 생산하기로 하였다. 1993년 윌셔(Wiltshire) 지방에 연구 센터와 공장을 설립하였고, 잇따라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청소기 시리즈를 개발하였다. 당시 시중에 알려진 진공 청소기 가격의 두 배가 넘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만들어진 가장 잘 팔리는 진공청소기가 되었고, 현재 18 종류의 다이슨 청소기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며 영국 시장의 1/3을 잠식하고 있다. 또한 그의 제품들은 기능적 디자인을 인정받아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과 샌 프란시스코의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 파리의 퐁피두 센터, 시드니의 파워하우스 뮤지엄등에 전시되고 있다.



* 사진 설명 : 왼쪽부터 모델 DC04 전면과 후면, 모델 DC07 측면과 실린더. 실린더를 통해 공기를 회전시켜, 먼지가 많이 싸이거나 조금만 큰 이물질이 들어가면 흡입구가 막히는 문제점을 보완하였다.



<디자인 뮤지엄 의장직 사임>

몇 달전 제임스 다이슨의 이름이 다른 이유로 신문에 자주 거론되어지며 영국 디자인계를 떠들석 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의 갑작스런 런던 템즈강변에 위치한 디자인 뮤지엄 의장(Chairman)직 사임이 그것이다. 의원회에 보낸 사임편지에서 그는 현재 디자인 뮤지엄이 기능과 형태에 대한 디자인 요소의 균형있는 메세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스타일’ 중심의 빈 껍데기 디자인에 치중하고 있어, 테렌스 콘란이 세계 최초로 디자인 뮤지엄을 설립했을 때에 유지하려 했던 본질을 잃어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최근의 마놀로 블라닉의 신발디자인 전시회, 사울 바스의 영화 포스터 디자인 전시회 등과, 엉성한 디자인 뮤지엄 웹사이트 등을 예로 들며, 최근 몇년사이의 디자인 뮤지엄 활동에 대한 실망을 표시하여, 디자인 뮤지엄의 디렉터인 앨리스 로우쏜(Alice Rawsthorn)과의 불편한 관계 또한 암시하였다. 과연 기능적 디자인이 스타일 디자인보다 우월한 것인가, 아니면 엔지니어링 디자인, 산업디자인은 21세기인 지금에는 고리타분한 구식 용어인 것인가, 디자인 위크지에서는 이 이후에 여러 디자이너들이 찬반양론을 가리는 토론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딤블비 강연(Dimbleby Lecture)
전설적인 BBC 아나운서였던 리차드 딤블비(Richard Dimbleby)를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매년 이맘때쯤에는 딤블비 강연(Dimbleby Lecture)이 열린다. 빌 클린턴, 켄터베리 대주교등 각 분야의 정상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역대 강연자로 선정되었는데, 올해에는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12월 8일 BBC1에서 밤 11시부터 12시까지 ‘엔지니어가 차이를 만든다(Engineering the Difference)’라는 주제로 제임스 다이슨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최근의 디자인 뮤지엄 의장직 사임에 대한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하면서 시작한 그의 강연은 서비스나 유통업, 스타일링이 중심이 되는 현재 영국산업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엔지니어 디자인과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강연을 보면서, 그가 디자인 뮤지엄의 스타일에 대한 최근 동향이나 제조업자에게 관대하지 않은 영국 법과 정부 정책, 이익을 내는데 장기간이 걸리는 제조업체 투자에 비호응적인 금융업계, 손에 더러운 것을 뭍히지 않으려는 영국(비단 영국뿐은 아니지만)의 화이트 칼라에 대한 선호사상 등에 안타까워 하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의 강연은 애플 컴퓨터의 성공이 스타일링과 브랜드, 마케팅에 관한 브랜드라고 단정하는 등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엔지니어 디자인에 중심을 두긴 했지만, 유통업계와 스타일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현재의 영국 산업구조와 디자인 현실을 되새겨보게 한 강연이었다.

제임스 다이슨의 딤블비 강연내용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연설문을 아래에 첨부하였다.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의 딤블비 강연(Dimbleby Lecture)"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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