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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영감을 얻는가 01: PF Inspiration Trip

 

 

석연찮은 판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게 한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여왕이 은퇴했고, 올림픽을 여섯 차례나 출전한 이규혁 선수도 영광스러운 도전을 끝내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운동선수에게는 선수생명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신체의 나이가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젊은 후배 선수들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노장 선수들을 보는 대중들도 ‘저 선수는 내년 시즌을 어떻게 준비할까?’가 아니라 ‘언제 은퇴할까?’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는 어떨까? 디자이너의 선수(?) 생명은 언제까지일까? 올해로 디자이너로 활동한 지 6년째에 접어들면서 종종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모든 일에 ‘체력’은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력’이라는 것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5년 동안 Pilotfish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동안 영감을 얻고 싶을 때 가장 자주 사용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물론 많은 디자이가 이미 해왔고 하고 있는 방법이지만 그만큼 검증된 방법일 수 있기에 공유하고자 한다. 또한, 5년 전 이야기지만 한국의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근무할 때에는 (해야 한다는 것은 알면서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기에 어쩌면 여전히 같은 상황에 있을지도 모르는 몇몇 디자이너들에게 (정답은 아니지만) 자극이 되길 바라며…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던 당시에 가끔 학교를 방문한 졸업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학교에서 밤새지 말고, 인터넷으로만 리서치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 였다. 그 당시에는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똑같은 얘기를 후배들에게 하는 필자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서 프로젝트 중간에 혹은 프로젝트와 관련 없이도, Pilotfish의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펜을 놓고, 컴퓨터를 끄고, 회사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냥’, ‘무조건’, ‘아무 계획 없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룰’이 있다.

 

 

 

1. 새로운 것들을 찾아다녀라.

 

Automotive, Consumer Electronics, Medical Device 등의 디자인을 주로 하고 있는 Pilotfish 디자이너들이 Inspiration Trip에서 가지 않는 곳은 아이러니할 수 있지만 ‘전자제품 매장’이다. 그 대신 가장 많이 찾는 곳들은 가구, 패션, 생활용품 매장. 매일 다루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들에서, 당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위해 혹은 프로젝트와 관련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얻어 Pilotfish만의 Inspiration Pool에 저장한다. 이때 얻은 영감들은 언제 어떤 형태로 프로젝트를 위해 귀하게 사용될지 모른다.

 

 

 

 

 

 

 

▲ Pilotfish 디자이너들이 찾아다니는 것들 (Image ⓒ Pilotfish): 위의 사진들은 실제 Pilotfish의 디자이너들이 관심 가지고 본 것들이다. 조명, 가구, 생활용품 등 다양하다.  

 

 

 

2. 만지고 사용해라.

 

눈을 사로잡는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면 눈으로 보지만 말고 만져보고 사용해봐야 한다. 오감을 최대한 이용해야 정확한 감상을 할 수 있는 법. 직접 만져보면 그렇게 디자인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디자인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내고 적용된 재료를 느끼며 그것을 만들어낸 디자이너의 생각이 어떠했을지 상상해봐야 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는 그다음의 일이다.

 

 

 

 

 

 

발견한 것들을 만지고 사용하는 Pilotfish 디자이너들 (Image ⓒ Pilotfish): 스페인 신발 브랜드 Camper(캠퍼)의 매장에서 특이한 디테일을 살피고 독일의 수제품 전문 매장 Manufactum(마뉴팍툼)에서 나무로 제작된 헬스용 Rowing Machine(로잉머신)을 사용해보고 있다.  

 

 

 

3. 기록을 남겨라.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관심 있게 본 모든 사물을 모두 기억하기는 힘들다. Inspiration Trip에서 새로운 것을 찾았다면 그 새로운 것을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스마트폰의 발명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발견한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Pilotfish 디자이너들 (Image ⓒ Pilotfish)

 

 

 

4. 팀과 공유하라.

 

내가 영감 받은 사물을 다른 사람이 본다면 어떤 영감을 받을까? 보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으므로 팀 회의가 필요한 법이다. 본인이 발견한 영감을 팀과 공유하면 내 영감 위에 쌓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것에 시간을 보냈다면 최대한 편안한 카페로 간다. 커피와 케이크를 시키고 서로의 스마트폰으로 기록한 이미지를 공유하며 받은 영감들을 전달한다.

 

 

 

기록한 이미지 공유하기 (Image ⓒ Pilotfish)  

 

 

 

5. 아이디어를 그려내라.

 

영감을 받은 이미지만 기록하면 Inspiration Trip을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기록된 이미지들을 공유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그려낸다. 무엇을 그리든 제한은 없다. Camper 구두에서 받은 영감은 어느새 노트북이 되고, 자동차가 되고, 스마트폰의 UI 디테일이 된다.

 

 

 

 

 

아이디어를 Thumbnail Sketch로 그려내는 Pilotfish 디자이너들 (Image ⓒ Pilotfish): 스케치 된 아이디어들은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적용되거나 혹은 Pilotfish의 Inspiration Pool에 저장된다.

 

 

 

 

Pilotfish의 Inspiration Trip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빠르게 표현하고 팀과 공유하는 순발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 되기도 한다. 아직 해보지 않았다면 밖으로 나가 보시길, 직장인이라면 프로젝트를 위해서 팀장님께 과감히 건의 드려보고, 학생이라면 동기들과 함께 외부 학습이라 생각하고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Pilotfish Inspiration Trip의 가장 중요한 룰을 빠뜨렸다.

“There is No bad idea.”, “Yes, And! Instead of No, But!” 서로의 아이디어가 허무맹랑하더라도 “그건 말이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금지되어야 할 태도다.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생각은 “Why?”가 아니라 “Why not?”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뮌헨을 벗어나 런던으로 떠났던 Pilotfish의 Inspiration Trip을 간단히 소개하며 본 리포트를 마친다.

 

 

 

 

 

▲ Pilotfish London Inspiration Trip (Image ⓒ Pilotfish): 친숙한 뮌헨이 아닌 런던에서 지하철, 자전거, 2층 버스, 택시를 타고, 거리를 걷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하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펍에서 맥주를 즐겨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Pilotfish의 영감을 얻는 방법은 다음 리포트에서도 이어진다.

 

 

 

 

 

리포터 소개

 

리포터 양성철은 독일 뮌헨의 디자인 에이전시, Pilotfish GmbH(www.pilotfish.eu)에서 Senior Industrial Designer로 일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겪는 디자이너의 일상들이나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Tag
#Pilotfish #독일 디자인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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