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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예술과 행동주의

예술은 간접적이고 포괄적으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반면에, 액티비즘은 직접적이고 단도적으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친다. 그런데 사실 요즘 액티비즘은 이제 너무 무기력한 상태 같다. 시위나 직접적인 정치적 견해 표방으로 바꿀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이야기다. 일본은 60년대의 동경 야스다 강당 사건이나 산리즈카 사건등을 통해 전통적인 시위의 방법의 무능함을 채험했고 일본 전 사회의 정치적 무관심을 경험한다.

이후 일본의 액티비스트들은 대안으로서 예술적인 방법론을 차용해 운동을 하는데 예를들어 모리 요시타카, 마쓰모토 하지메, 이치무라 미사코, 료 야마자키, 사카구치 교헤등이 있다. 아울러 예술쪽에서도 무기력한 행동주의나 예술 스스로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가는데 그 방법론을 재미있게도 현재나 과거의 행동주의에서 찾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예술의 가시적이지 않은 간접적인 영향에 대해 조금 답답해 하는 것일까. 


Be Clean Project, High Red Centre, image copyright © Artist


Be Clean Project, High Red Centre, image copyright © Artist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 생활을 꾸려나가는 듯하지만, 뒤집어보면 현대인은 자본주의의 노예나 다름없다. 노동의 대가로 번 돈을 다시금 소비에 쏟아붓는다. 더 크고 좋은 TV를 사고, 새 자동차를 사고, 내 집을 마련한다. 이따금 해외여행도 필수. 그리곤 다시 다음달 돌아올 카드값을, 주택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죽어라 일을 해야 한다. 악순환이다. 

일본에서 ‘스트리트 게릴라’ ‘가난뱅이의 별’로 불리는 마쓰모토 하지메(35)가 현대인들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호세(法政)대학 재학시절, 노숙동호회에 가입해 갈고 닦은 노숙의 노하우를 비롯해 자신이 35년간 궁리해온 돈 없이도 유쾌하게 살 수 있는 비책과 기존의 체제와 권력에 맞선 통쾌한 투쟁의 역사를 기록한 <가난뱅이의 역습>(2008, 이루)을 펴냈다. 그는 평범한 현대인들의 인생을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져버리는 자전거에 비유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일을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서는 ‘가난뱅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마쓰모토 하지메 Matsumoto Hajime 

그는 체제로부터 탈주를 끊임없이 감행한다. 그렇다고 그를 아나키스트로 이해하는 것은 오해의 소치이다. 그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돈을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느냐에 있다. 자본주의 체제가 강요하는 소비의 미덕을 거부하고, 이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그는 대학시절 학생식당의 음식값 인상에 반대해 ‘호세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고 식당을 점거해 결국 밥값 인하를 단행하도록 주도했고 대학 졸업후에는 도쿄에 ‘가난뱅이 대반란 집단’을 결성했다. 2001년 크리스마스에는 일본 자본주의의 첨단을 보여주는 롯본기힐스에서 “롯본기힐스를 불바다로”라는 전단을 뿌린 뒤 길거리에서 찌개를 끓여먹었다. 2005년에는 도쿄 고엔지에서 재활용가게 ‘아마추어의 반란’을 열고 무모한 ‘축제’를 무시로 벌이고 있다. 2007년에는 길목 좋은 곳에서 데모를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도쿄 스기나미 구의회 선거에 입후보해 무도회와 콘서트, 토크 이벤트 등을 열어 따분한 선거판 문화를 바꿨다. 

이 모든 행위에 앞서 그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자치(自治)이다. 그가 감행한 다양한 집회와 시위, 축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근대국가체제가 공고화된 이후 법의 이름으로 우리 일상에 얼마나 많은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지, 돈 없이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경향신문 2009년 5월 7일자 / 윤민용 기자님의 글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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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필립스 암스테르담(Philips Amsterdam)에서 수석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Senior User Experience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www.hwangkim.com | hwang@hwangkim.com
Tag
#일본 행동주의 예술 #마쓰모토 하지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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