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 밍 페이의 건축들 – 향산 호텔과 쑤저우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와 홍콩 중국은행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 贝聿铭)는 현존하는 가장 성공한 중국계 건축가이다. 1983년 중국계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오 밍 페이는 쑤저우의 명망 있는 집안 출신인 조부 덕에 어린 시절을 가족 소유의 정원인 사자림(獅子林)에서 보냈다. 그는 쑤저우 4대 정원인 사자림과 현대적인 건물이 즐비했던 상하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건축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어린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던 만큼 그는 조국에 대한 큰 애착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할 기회를 원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중국 본토에 남긴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향산 호텔, 베이징 중국은행 본사, 쑤저우 박물관 정도에 불과하다. 그가 중국에 실현한 건축들은 중국식 원림(园林)의 요소를 바탕으로 하며 건축 주변 환경 및 전통 유산과의 조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건축물들 모두 흰색을 주조로 하며 회색과 황갈색 포인트로 디테일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가 추구했던 ‘민족 건축 예술의 정신’이 잘 실현된 향산 호텔과 쑤저우 박물관 건축을 소개한다.

향산 호텔(香山饭店)

아이 오 밍 페이의 중국 첫 작품인 향산 호텔은 베이징 북서쪽 외곽 향산에 위치한다. 1982년 완공된 향산 호텔은 중국 개혁개방 이후 외국 국적 건축가의 첫 작품으로 당시 중국 건축계에서 중국 전통 건축과 모더니즘에 대한 격렬한 토론을 불러왔던 작품이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관과 단순하고 소박한 디자인이 특징인 건축물은 중국 강남지역 민간 주거 양식에 원림의 요소를 결합하였다. 아이 오 밍 페이는 향산 호텔 설계 전 쑤저우와 난징 등 중국 내 여러 건축과 정원을 답사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다만 북방지역의 스케일에 맞춰 탁 트인 정원을 구현했다. 또한, 지형에 맞게 레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먼 곳에서 보면 산세와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사진1. 정원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2. 로비 모습
사진3. 산과 어우러진 향산 호텔 모습


건물은 15만 제곱미터의 넓은 대지에 위치하지만 각 공간을 적절히 분할하면서 시선을 제한해 거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예술을 사랑하는 그는 로비를 지나 안쪽 정원으로 가는 중간에 절친이자 프랑스 국적의 유명 중국계 화가인 자오우지(赵无极)의 작품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사진4. 자오우지의 향산을 주제로 한 수묵화 작품.



쑤저우 박물관(苏州博物馆)

2006년 완공된 쑤저우 박물관은 이오 밍 페이의 마지막 작품이다. 15,000제곱미터의 대지에 1~2층의 낮은 건물 높이를 유지하고 있다. 기존 태평천국 시기 충왕부(忠王府)의 전통건축을 살리며 새로운 건물을 디자인했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쑤저우의 주변 환경과 어울리도록 흰색 바탕에 회색 화강암 등으로 포인트를 두었다. 쑤저우 전통 건축 스타일에서 착안하되 새로운 재질과 기하학적인 디테일로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전시를 위한 빛 조절을 위해서는 유리 지붕에 금속과 나무재질의 차양을 설치했다.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정원들이 인상적인데 특히 북쪽 정원에 공을 많이 들였다. 전체 면적의 1/5을 차지하는 북쪽 정원은 쑤저우 4대 정원 이자 세계 문화유산인 ‘졸정원(拙政园)’과 인접해 있다. 졸정원의 가산(假山), 작은 다리, 죽림, 연못, 팔각정 등 요소들을 박물관 내로 연속해서 끌어들이며 건축가만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건물 내부의 모습들이다.






사진 출처: 김은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