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해외 리포트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사용자를 분석하라 01: PF User Research

 

 

-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적이 있다. 결국, 하차할 역이 다가오면 음악을 듣거나 졸다가도 스마트폰이 알람을 주어 미리 인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아이디어로 결론을 내린다.

 

-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앉은 모습을 보면서 ‘저 의자는 이렇게 디자인을 바꿔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도촬(?)하고, 얼른 수첩을 꺼내 기록해둔 적이 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그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기 전까지 이 불편한 관찰은 계속된다.

 

-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어주는 미용사에게 ‘그 드라이기 안 불편하세요?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요?’ 라고 물은 적이 있다. ‘아니요. 안 불편한데요?’ 라고 대답하는 ‘거짓말, 그럴 리 없어…’ 라며 미용실은 다시 찾지 않는다.

 

- 지하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찾아 몇 바퀴를 헤매다가 ‘공간 디자인이 잘못됐어… 운전자가 주차공간을 잘 찾을 수 있게 했어야지…’ 라고 푸념한 적이 있다. 결국,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아슬아슬한 곡예주차를 마치면 모두 잊어버린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차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금 같은 불만을 토로한다.

 

- 출장차 회사 (외국인) 동료와 방문한 서울을 둘러보며, 외국인의 시선에 서울의 모든 것이 어떻게 비칠지 일거수일투족, 작은 표정 하나까지 관찰한 적이 있다. 결국 ‘서울 좋지?’ 라며 으쓱한다. 신기한 상황에서 평소 없던 애국심이 발동한다.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해봤으리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관찰하고 분석하려 했던 경험,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앉아있을까? 왜 저런 방법으로 사용할까? 뭐가 불편할까? 저 디자인을 보고 어떤 반응을 할까?’ 등등… 혹자는 이것을 디자이너들이 가지는 직업병이라고 부르고, 필자는 이것을 디자이너라면 꼭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도에 따라 변태나 국정원 직원쯤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디자인을 공부하던 학창 시절, 한번 즈음은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꼽히던 책 중의 하나 “인간을 위한 디자인 (빅터 파파넥)”을 붙잡고 씨름을 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결국, 디자인은, ‘인간을 위해야’ 하는 것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지만, 1 더하기 1은 귀요미가 아니라 2라는 것을 모르면 함수도 미적분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을 위함"을 기본적인 진리로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사용자를 알아야 한다.’ 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디자이너들이 인터뷰나 저서를 통해,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반복해서 해온 말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이야기지만, 정작 디자이너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여전히 자주 간과하고 지나가곤 한다. 왜 그럴까? 필자가 생각하는 개인적인 견해로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첫 번째,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그냥’ 사용자 조사, 분석 등의 ‘리서치’를 싫어한다. ‘재미가 없다.’라는 단순하고 솔직한 이유다. 그리고 그 이유에 필자 역시 많이 공감한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꿈으로 삼고 ‘디자인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 처음 하는 일이, 결국 그들이 만든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미대입시학원’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또한 필자의 세대에서 많은 학생들이 ‘그림 잘 그린다고 미대 가래요.’라는 이유로 디자인 학과를 택했기 때문에 애초에 그림을 그리는 기술과 표현에만 집중했었던 탓에... 프로젝트가 시작하고 나면 따분하고 해본 적 없는 리서치를 시작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이미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에게도 해당하였던 이야기)

 

두 번째로, (한국에서 일하던 당시의 경험에 의하면) 한국의 많은 클라이언트가 ‘리서치’에는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는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를 알아야 나온다.’라는 디자인의 기본 명제를 무시한 판단이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께 잘 팔릴만한 핸드폰을 디자인해주세요.’ 라고 젊은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면서 노인들을 관찰, 분석할 기회를 주지 않을 거면, 그냥 연세 지긋하신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는 편이 논리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지금의 회사 동료들과 대화 중 예전에 중국 시장을 위한 핸드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는 필자의 말에 바로 돌아왔던 질문은 ‘그럼 중국 어디 어디 가봤어?’ 였다. 하지만 필자는 중국집은 내 집 드나들듯이 다녔지만, 중국은 가본 적이 없다. ‘맹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려면 적어도 며칠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살아봐야 해.’ 라는 대학 시절 교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한때 한국에서 일하던 당시에는 클라이언트 분들이 교수님 수업을 한번 들어봤어야 해…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느새 푸념 섞인 서론이 조금 길어졌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필자가 경험한 독일 디자인 이야기 중에서도 사용자 리서치, 그러니까 사람을 알기 위해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에 관한 것이다. Pilotfish에서 5년째 생활하며, 여전히 리서치와 아주 친하지는 않지만, 마치 대학생 때 모두가 재미없다고 듣지 말라던 수업을 재수강하고 마주한 흥미로움에 ‘누가 이 수업 재미없다고 했어…’ 라고 생각하게 된 기분이랄까? 그만큼 사용자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Pilotfish의 사용자 조사, 분석 과정을 다소 많은 양의 글이기에 리포트 두 편에 걸쳐 소개한다.

 

 

 

 

- User Interview (사용자 인터뷰)

 

Pilotfish의 프로젝트 견적서와 계획서를 살펴보면 리서치 과정에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자한다. 이는 앞서 장황하게 밝힌 바와 같이 디자인할 대상이 되는 ‘제품’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관계, 그리고 사용되는 ‘환경(공간, 상황)’에 대한 이해를 완벽하게 해야 가장 완벽에 가까운 (완벽한 디자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은 신이 아니다. 주어지는 모든 주제에 관해서 이미 다 알고 있을 수 없는 노릇. 디자이너들에게도 실질적인 Creation에 앞서 정확한 학습과 Input이 필요하다. 어느 자리에서건 공을 받아 골을 넣은 수 있는 스트라이커를 보유했더라도, 상대 수비진보다 상대편 골대에 가까이서 공을 받으면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하게 된다는 것을 모르면 그가 만들 수 있는 골은 없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디자이너들에게도 그들이 디자인해야 하는 제품과 사용자에 대해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축구의 룰과 같이 기본 바탕이되어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골을 넣게 하리라. Pilotfish는 사용자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들의 작은 사용 습관까지도 분석하는 것을 모든 프로젝트에서 지향하는 목표로 삼는다. 물론 모든 클라이언트가 그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그들이 받는 견적서의 금액인 ‘10’이라는 숫자 중에 ‘4’가 리서치, ‘6’이 실제적인 Creation이라고 했을 때, 6만을 택했을 때의 결과물의 퀄리티가 ‘6’일 경우, 앞선 ‘4’까지 선택했을 때 결과물의 퀄리티는 ‘10’을 넘어 ‘20’이 된다는 것을.

 

 

 

 

 

 

▲ User Interview 01 (Image ⓒ Pilotfish): 일대일 인터뷰를 통해 Pilotfish의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직업군, 관심사, 나이, 국적, 성별의 사람들을 만난다. 실제로 선발된 인원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사례비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고, NDA (non-disclosure agreement: 비밀유지협약서)를 작성한다. 인터뷰 대부분은 녹화 기록하여 후에 이어질 분석과정에서도 이용된다.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더 많이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디자이너의 유연하고 노련한 진행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인터뷰 대상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대부분의 인터뷰 장소는 시끄럽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안락한 장소를 택한다. 위 이미지는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 디자인을 위한 사용자 인터뷰 과정으로, 유럽 3개 도시 (런던, 파리, 뮌헨)에서 선발된 열 명의 모바일 디바이스 사용자들의 평소 생활을 일종의 일기처럼 기록하는 사전 과제를 주었고, 며칠 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생활 속 모바일 디자이스의 사용패턴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차세대 모바일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학습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조사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 User Interview 02 (Image ⓒ Pilotfish): 두 번째 인터뷰 방식은 흔히 Expert Interview (전문가 인터뷰)라고 불리는데,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처럼 일반인 사용자가 디자인의 대상이 아니라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인터뷰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Amazon과 같은 커다란 Warehouse의 물류 배송 시스템을 디자인하거나 (첫 번째 이미지), 병원에서 사용되는 환자 수송 로봇을 디자인할 때가 (두 번째 이미지) 그것인데, 전문가 인터뷰를 위해서는 그들의 지식을 100퍼센트 따라갈 수 없지만, 사전에 어느 정도 학습을 통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인터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더 알아들을 수도 더 물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전문가 인터뷰에서는 인터뷰 전에 질문지를 미리 발송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런 경우 인터뷰에 응하는 전문가들이 더욱 정확하고 중요한 정보를 준비할 수 있다.

 

 

 

 

 

 

 

 

 

 

 

 

▲ User Interview 03 (Image ⓒ Pilotfish): 앞서 말한 전문가 인터뷰를 위해 사전 질문지를 잘 작성했을 경우에는 그들이 답변에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할 시간을 제공하게 되는데, 그 경우 더 많은, 가치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대량의 물품을 분류, 저장하고 배송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Warehouse의 새로운 배송 시스템을 디자인한 프로젝트의 예를 들어보자. 인터뷰 전에 미리 제공된 질문지를 받아본 한 Warehouse의 시스템 책임자는 Pilotfish의 디자이너들이 궁금해하고 개선하고 싶어하는 사항들이 실제의 작업환경과 과정, 그리고 뒤에 감춰진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인지하고 전체 Warehouse에 대한 견학을 제공했다. 독일의 유명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의 자동차 부품을 보관 배송하는 이 Warehouse는 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4백만 개의 부품들을 관리하는 최대 규모의 Warehouse이다. 견학을 통해서 디자이너들은 부품의 입고부터 분류, 보관, 배송 준비와 배송 주문, 선적, 실제 배송 과정을 순서대로 학습할 수 있었고, 각 과정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직면하는 문제점, 시스템을 더 잘 운용하는 방안들을 즉석에서 제안하고 평가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Pilotfish에게 주어진 디자인 대상은 가장 마지막에 배송을 위한 포장라인이었지만, 이는 최초 입고부터의 모든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일차원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User Interview(사용자 인터뷰)가 어떻게 User Observation(사용자 관찰)으로 이어지는지, 사용자만 볼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본 리포트에서는 사람(사용자)을 이해하는 것이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하고, 그 실질적인 예로 User Interview에 관한 내용을 다뤄보았다. 다음 리포트에서는 질의응답식의 인터뷰 외에 제한된 상황에서 사용자를 관찰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고 디자인이 이뤄진 후 평가를 맡겨 객관적인 피드백을 얻어내는 과정을 소개하겠다.

 

 

다음 편으로 바로 가기 >>> http://www.designdb.com/dreport/dblogView.asp?gubun=1&oDm=3&page=1&bbsPKID=21151#heads

 

 

 

 

 

 

리포터 소개

 

리포터 양성철은 독일 뮌헨의 디자인 에이전시, Pilotfish GmbH(www.pilotfish.eu)에서 Senior Industrial Designer로 일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겪는 디자이너의 일상들이나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Tag
#Pilotfish #독일 디자인 회사
"사용자를 분석하라 01: PF User Research"의 경우,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발행기관이 저작권 전부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