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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캐나다를 횡단한 까닭은?

 

올여름 소형 로봇이 히치하이크만으로 캐나다를 횡단했다는 소식은 단연 이슈였다. 버킷을 뒤집어쓴 듯한 몸통, 고무재질의 무릎까지 올라오는 웰링턴 부츠를 신은, 6살 아이 체격의 이 로봇이 이동한 거리는 무려 6,000km를 넘는다.

 

© Ryerson University

발광 다이오드(LED)의 눈과 입을 가진 히치봇은 늘 웃는 얼굴이다. © Ryerson University

 

인공지능(AI)과 유저 인터페이스(UI) 디자인으로 사람과 간단한 대화를 하고 직접 촬영한 풍경을 소셜 미디어로 공유할 줄 아는 이 로봇의 이름은 히치하이크 로봇을 줄인 ‘히치봇’(hitchBOT)이다. 영화 ‘타이타닉’의 배경이기도 한 캐나다의 동부 끝자락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지난달 27일 시작된 여정은 서부 끝자락에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까지 3주 조금 넘게 이어졌다.

 

‘로봇은 인간에게 이로운가, 혹은 위협적인가’에 대한 질문을 일방적으로 던져온 인간들에게 ‘과연 사람은 로봇에게 믿을만한 존재인가’라는 역발상에서 히치봇은 탄생했다. 지난해 맥마스터대학의 데이비드 해리스 스미스 교수와 라이어슨대학의 프라우케 젤러 교수가 콜라보레이션 아트의 일환으로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올해 캐나다의 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중이다.

 

hitchbot.me

핼리팩스에서 빅토리아까지, 히치봇이 히치하이크로 지나온 길 / © hitchbot.me

 

유명인사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히치봇은 그러나 성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로봇이다. 짧지 않은 여행은 낯선 이들의 호의가 있어야만 무사히 마칠 수 있다. 사람들이 직접 차에 태워 안전벨트를 매주고 적당한 위치에 내려줘야 한다. 또 태양열로 자가 충전이 가능하지만 때로는 플러그를 이용해 충전도 해줘야 한다. 히치봇이 얼마나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애초 이 프로젝트는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구현이 아닌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에 관해 묻고 있으므로.

 

아이폰의 시리(SIRI)같은 기계음을 내는 히치봇은 모든 주제의 대화가 자유롭진 않다. 최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의 언어를 배우기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에 대해서만큼은 자연스럽게 이어나간다. 캐나다 일간지인 토론토스타 기자가 “혼자 하는 여행이 두렵진 않으냐?”고 묻자 히치봇은 “물론 그렇지만 그게 모험의 대가가 아니겠느냐”며 유쾌하고 철학적인 답을 내놓기도 했다.

 

히치봇의 여행 시작점은 핼리팩스 공항 부근 도로. 히치봇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불과 2분도 안 돼 그를 태우려는 첫 번째 운전자가 차를 세웠다. 뉴브런즈윅주로 캠핑을 가는 부부였다. 순조로운 시작만큼 이번 여행은 사람과 로봇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hitchbot

자신을 태워준 운전자와 창밖 풍경을 사진으로 담은 히치봇 © hitchbot

 

몇 주 사이 히치봇의 트위터 팔로워는 3만여 명을 넘어섰고 캐나다 횡단 여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수많은 이들은 그의 안전한 여행을 응원했다. 저마다 자신이 사는 곳을 거쳐 가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운 좋게 히치봇을 만난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그와 함께 한 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히치봇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골든에서 열린 결혼식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가던 한 남자가 알버타주 캘거리에서 히치봇을 픽업했던 것. 산 중턱 레스토랑의 피로연에서 히치봇은 하객들과 사진을 찍고, 신랑 어깨에 걸터앉아 춤을 추며 파티를 즐겼다. 신랑 신부가 하객들에게 감사인사를 할 때는 “나도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말하며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스미스 교수와 젤러 교수가 이번 여행에서 기대했던 모습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중소도시 켈로나 부근에서는 한동안 히치봇의 위치가 잡히지 않아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그가 포착된 곳은 라이브 연주가 열리는 한 클럽. 그곳에서 히치봇은 로컬 록밴드를 비롯한 뮤지션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켈로나의 한 클럽에서 음악에 심취해있던 히치봇이 싱어송라이터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 Rolla Olak

 

이번 여정을 마무리하기 전에 히치봇이 잠시 들른 곳은 밴쿠버 섬에 있는 캐나다 원주민들이 사는 코스트 샐리시(Coast Salish) 커뮤니티. 캐나다 원주민이자 독립 프로듀서인 스티브는 ‘테크놀로지는 방법과 용도에 따라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마지막 여행을 제안했다. 수많은 이들이 히치봇을 보러 왔고 히치봇도 그곳에서 긴 여정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며 문화를 체험했다.

 

히치봇의 최종 목적지는 밴쿠버 섬 빅토리아에 있는 비영리 예술공간 오픈 스페이스였다. 21일 히치봇과 그를 탄생시킨 두 교수가 함께한 아티스트 토크에는 히치봇의 탄생과 그 이후를 궁금해하는 이들로 가득메워졌다. 스미스 교수와 젤러 교수는 이후의 프로젝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사이언스 픽션(SF)의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는 로봇과 같은 테크놀로지 발전의 결과물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와 문제점들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왔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바이센테니얼맨>(bicentennial man)과 <아이, 로봇>(I, Robot)에는 온전히 인간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로봇이 지켜야 할 세 가지 법칙이 나온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된 로봇이 영원히 인간의 하수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며, 또한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히치봇의 여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그의 여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소유자와 소유물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개체로서 소통하는 로봇과 사람의 관계는 이제 겨우 한 걸음 뗐을 뿐이니까. 

 

 

히치봇 공식 홈페이지: http://www.hitchbot.me

히치봇 공식 트위터: https://twitter.com/hitchBOT

토론토 스타: http://www.thes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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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봇 #로봇 #히치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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