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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집 들여다보기 2

미국 드라마 중에 “웰컴 투 스웨덴”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미국 내에서 크게 히트를 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북유럽 문화에 대해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뉴욕에 살던 주인공이 스웨덴 여자 친구를 따라 스웨덴에 와서 살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인데,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충돌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드라마이다. 그중 한 에피소드에서 집안 인테리어 문제로 주인공과 여자 친구가 갈등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여자 친구 아파트의 벽이 병원처럼 하얗다고 불만을 표시하는데, 그에 대한 여자 친구의 답은 벽은 캔버스이고 다른 물건들이 그림이라는 것. 캔버스가 알록달록하면 그림을 어떻게 제대로 그릴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인테리어 잡이 보벨러에 실린 덴마크의 가정집 실내 (사진: 예뻬 굴문슨-홀름 그린)

 

 

북유럽 디자인은 여러 분야에서 독특한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그 특유의 특성은 오히려 실내 디자인에 잘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유럽 실내 디자인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말들을 많이 하지만 알바 아알토나 아르네 야콥슨혹은 최근의 무우토의 가구처럼 비교적 특성이 명확한 가구 디자인이 아닌 실내 디자인의 경우에는 그 특성을 명확히 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북유럽 디자인 가구들을 모아서 실내를 꾸민다고 해서 북유럽 디자인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포트에서는 북유럽 실내 디자인의 특징을 찾아보고자 한다. 물론 지나친 일반화의 위험은 염두에 두어에 할 것이다.

 

먼저 북유럽 실내 디자인에서 특징적인 것은 바로 색채이다. “웰컴 투 스웨덴”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여자 친구가 말한 것처럼 북유럽 색채는 밝은 흰색을 배경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흰색과 밝은 회색 혹은 크림색 계통의 밝은 무채색 배경은 중성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런 계통의 배경이 많이 쓰이는 이유는 깊이 들여다보면 상당히 복합적이다. 밝은 배경은 겨울 동안 부족한 빛을 보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무채색 계열의 단순한 벽은 유지 보수도 간편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 인테리어 잡지 보벨러에 실린 가정집 (사진: 프리데리케 하이베어)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는 흰 배경이 한겨울 눈으로 덮인 자연의 다른 표현이라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밝은 무채색 벽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끊이지 않고 벽을 통해 연결 되도록 함으로써 자연을 집안으로 불러들이는 아주 자연스런 디자인이다. 흔히 북유럽 디자인을 미니멀리즘과 연결시키곤 하는데, 북유럽 디자인의 미니멀리즘과 다른 곳의 미니멀리즘이 다른 점은 바로 이렇게 북유럽 실내 디자인에서 표현되는 단순성이 인위적인 본래 있는 것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나간 단순성이 아니라 존재하는 그대로의 자연의 직접적인 표현이라는 점이다. 눈으로 덮인 하얀 평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평원에 점점이 박힌 숲들을 상상해 보라. 이렇게 북유럽의 미니멀리즘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가구와 소품이 이용되는데, 이들은 밝고 풍부한 색감을 통해 무채색 계열의 배경과 대비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가구와 소품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능성이다. 기능성이 없는 단순한 장식품들을 집안에 들이지 않고 기능성이 풍부한 북유럽 가구들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장식성의 배제는 기능성의 다른 표현이다.  역사적으로 북유럽 지역은 복잡한 귀족문화가 발전했던 지역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가난했고 굶주렸으며 바이킹의 왕조차도 단순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남유럽의 호화로운 문화에서 발전한 장식적 디자인이 스며들 여지를 없애 버렸다. 귀족 문화가 발달했던 지역은 귀족 문화가 아래쪽으로 흘러내리며 문화적 주류가 되었지만 북유럽 같은 경우 아래쪽 문화가 위로 올라가며 주류가 되었다. 

 

덴마크에도 예전에는 장식적 귀족 문화가 있었다. 덴마크의 에게스코우 성의 내부이다.

하지만 이런 장식적 문화는 주류가 되지 못했다. (사진: 배준향)

 

 

바닥재로 가장 선호되는 재료는 밝은 색 원목 바닥이다. 눈과 비가 잦은 날씨 때문에 겨울에 질척거리는 신발을 신고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한국처럼 금기이다. 이 때문에 실내는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 밝은색 나무가 선호된다. 풍부한 목재의 사용은 자연을 실내에 붙잡아 두려는 노력의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특징적인 점은 빛을 집안으로 들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다. 남서향 집과 큰 창 그리고  하루종일 올리어져 있는 블라인드는 한줄기의 빛이라도 더 집으로 들이기 위한 방법들이다.  빛이 없는 겨울밤에는 따뜻한 난로와 촛불을 통해 빛을 만들어 낸다.

 

겨울밤의 북유럽에서 난로는 차가운 눈덮인 설원같은 벽과 대비되어서 기능성이 극대화 된다.

더 이상의 장식은 불필요하다. (사진: 배준향)

 

 

건너편 아파트를 바라보거나 저녁시간에 산책을 하다 보면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성들여 꾸민 실내를 자랑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숨길 것이 없다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커튼과 블라인드가 올라가 있는 훤히 비쳐 보이는 실내에는 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  긴 겨울 동안 집안에 갇혀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밖과 안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답답한 집안에서 집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남유럽에서는 실내의 밖과의 연결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남유럽의 집들은 두꺼운 덧창으로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북유럽에서는 넓은 창을 통해 24시간 실내 공간과 실외 공간간의 확장을 시도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실내와 실외를 공간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북유럽 디자인의 중요한 특징이다.  

 

오후스의 아로스 미술관. 실내와 실외는 열린 공간으로 합쳐진다.

북유럽 디자인에서는 실내와 실외를 의도적으로 연결시켜고자 한다. (사진: 배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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