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을 맞기 한 주 전인 2015년 8월 9일, 싱가포르는 건국 50주년을 맞이하였다. 작은 영토에서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인으로 구성된 소수의 국민들이 합심하여 50년 동안 이루어 낸 고도발전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우는 대한민국의 발전상 만큼이나 특별한 평가를 받는다. 이 발전의 과정을 50년 간의 싱가포르 디자인 역사와 연계해 보는 전시, ‘싱가포르 디자인 50년(50Years of Singapore Design)’을 소개한다.
전시는 1965년 부터 2015년까지 10년 단위로,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패션디자인, 공간디자인을 범주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1965-1975: 나라 기틀 잡기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하며 새롭게 구성된 주거지, 국가 행정기관을 구성하기 위한 도시계획과 건축, 국가 상징물 디자인이 이루어졌다. 더불어, 인쇄, 봉제, 목공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훈련센터와 같은 사회간접 자본이 확충되면서, 제조업의 탄생기를 맞이한다.
좌) 윗 몸은 사자, 아랫 몸은 물고기를 형상화하여 만든 싱가포르의 국가 상징 멀라이온 (1964년 심볼 완성, Alec Fraser-Brunner / 1972년 동상 완성, Kwan Sai, Lim Nang Seong / ©National Archives Singapore, National Design Centre)
우)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의복 형태인 사롱 께바야Sarong Kebaya를 본떠서 만든 싱가포르 항공 여승무원 유니폼 (1972년, Batey Ads / ©National Design Centre)
1975-1985: 경제 부흥기
싱가포르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싱가포르 안의 디자인 산업이 육성되었다. 외국 기업들의 싱가포르 시장 진출에 따라 디자인 리서치와 산업디자인이 활발해졌으며, 해외 여행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싱가포르 안에도 레저 관광 시설들이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국민들의 삶이 경제적으로 안정화되면서, 문화예술계와 패션 산업도 부흥한다. 소규모 건축사무소와 디자인 하우스 생태계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좌) 싱가포르 버스 서비스SBS의 가이드 (1983년 로고 디자인, Ted Bates / 1977-1981년 가이드 표지 디자인, The Graphic Communication Group / ©SBS Transit, National Design Centre)
우) 해변가 유흥을 컨셉으로 디자인 되어 수출된 필립스의 첫 라이프스타일 프로젝트, Le Cube 휴대용 카세트 (1980년대 Murray Camens, Philips Singapore / ©National Design Centre)
1985-1995: 새 기술의 도입
1985년도 경기침체를 맞아, 싱가포르는 해외 무역에 주력하기 시작한다. 내수 상품을 수출하기 위한 브랜딩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싱가포르무역진흥청Singapore Trade Development Board이 디자인을 경쟁력있는 상품과 브랜드를 생산하는 비즈니스 도구로 선전하면서, 디자인이 전문영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개발되는 등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디자이너들의 작업 방식이 전자체제로 전환되었으며, 외국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된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인테리어 디자인이 자리잡는다.
좌) 싱가포르에서 생산한 첫 개인용 컴퓨터 Cubic 99 PC (1984년, Creative Technology Ltd / ©Creative Technology Ltd, National Design Centre)
우) Tiger Balm 브랜드 디자인 (1960년대, A K Han / 1991년, Haw Par Corporation / ©Haw Par Corporation, National Design Centre)
1995-2005: 세계화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이 독립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하며, 패션디자이너와 시각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이 특히 빈번히 이루어진다. 젊은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며, 범정부 차원의 디자인계 지원을 위해 싱가포르 디자인청DesignSingapore Council이 설립된다.
좌) Max Factor를 위한 광고 이미지 Devon-1, 훗날 Faye Wong 콘서트에 사용된 메이크업 컨셉 Devon-2 (1999년, Zing Makeup / ©Zing, National Design Centre)
우) 경쟁사였던 Hasbro와 Lego의 러브콜을 받았던 액션피규어 Stikfas (2001년, Ban Yinh Jheow, Stikfas Pte Ltd / ©National Design Centre)
2005-2015: 되돌아보며, 내다보기
웹 2.0 기술과 함께 디자이너들의 저변이 확대되었다. 이에 맞춰 다학제적 협업과 개별적인 동기로 시작되는 비지니스와 디자인 프로젝트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합리적인 디자인 과정을 향한 탐색과 동시에, 공예에 뿌리를 두었던 옛 디자인 방식으로 회기하는 트렌드가 동시에 발견되고 있다.
좌) 앱으로 작동 가능한 개인용 3D 프린터 The Buccaneer (2014년, Pirate 3D Pte Ltd / ©National Design Centre)
우) 전통 문양을 재해석한 도자기Spotted Nonya Series (2012년, Hans Tan Studio / ©National Design Centre)
본 전시는 싱가포르 디자인 변천사 전반을 함축적으로 돌아보는 의미 외에도 경제-사회-문화적 배경의 변모에 따라 달라져 온 국민들의 미적 취향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앞으로 2017년 12월까지 국립디자인센터National Design Centre에서 장기전시(www.designsingapore.org/FIFTY)로 이어질 예정이다.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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