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3월리포트에서 이케아 해커스라는 이케아 가구를 이용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사이트와 활동등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케아 해커스는 많은 영감을 주는 사이트이긴 하지만 취미활동의 범위는 벗어나지 못하는 곳이다. 그런데, 노쓰모던 2015를 둘러보던 중 이러한 이케아 해킹을 전문 비지니스로 탈바꿈 시킨 디자인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케아는 도시 변두리의 땅값이 싼곳에 대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가구 업체이지 이런 디자인 페어에서 볼 수 있는 상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디자인 페어에서 이케아를 발견하다! 속은 이케아 겉은 헤닝 라슨 아키텍츠인 부엌가구 (사진: 배준향)
리폼코펜하겐은 코펜하겐에서 두 젊은이 예뻬 크리스튼슨과 미캘 아나슨이 2014년 시작한 비지니스이다. 예뻬 크리스튼슨은 목수 경력을 가지고 있고 마켓팅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미캘 아나슨은 디자이너로써 덴마크의 대표적 건축 디자인 회사인 BIG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덴마크에서는 고급 디자인 부엌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가격때문에 많은 이들의 접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장에 대한 접근을 생각하다가 이들이 찾아낸 해법은 이케아였다. 이케아 부엌가구는 널리 설치되고는 있지만 마감상태와 디자인에서 저렴한 가격대라는 뚜렷한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급스러운 자재와 마감 그리고 대중시장으로의 접근법을 고민하던 이들은 이케아의 내부 구성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부엌의 상판과 서랍장의 겉판만 바꾸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BIG가 디자인한 부엌. 오크 재질의 외판과 스틸 키친탑을 사용하고 있다. 안전벨트가 손잡이로 변신했다. (이미지: 리폼코펜하겐)
이케아의 부엌가구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DIY가구 답게 자신의 부엌 사이즈를 직접 재야 한다. 그리고는 보통 부엌가구 상담원과 디자인에 대해 상담하게 되는데, 이때 싱크와 수도꼭지, 부엌장, 가전제품등은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서랍장등의 겉면과 키친 탑은 이케아에서 주문하지 않고 대신 이후에 리폼코펜하겐의 디자인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케아의 제품은 규격화되어 있기 때문에 규격에 맞추어 주문할 수 있게 된다. 내부는 이케아의 가구를 그대로 사용하지만 다른 값비싼 가구들도 내부의 경우에는 이케아와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할 경우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완성품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뛰어난 미감을 지닌 마감재와는 다르게 안쪽의 모듈들은 이케아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 리폼코펜하겐)
이들은 디자인을 위해 덴마크를 대표하는 건축 디자인 그룹들과 협력했다. BIG와 헤닝 라슨 아키텍츠, 노름 아키텍츠는 그들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덴마크 리포트에서 여러번 소개한 적이 있는 BIG의 경우에는 스테인레스 스틸 키친탑과 오크재질의 목재등의 사용과 안전벨트를 변형한 형태의 손잡이를 채택해 모던한 스타일의 디자인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안전벨트를 손잡이로 채택한 아이디어는 정말 독특한데 폐차될때까지 차를 타도 튼튼한 안전벨트의 내구성을 생각하면 문손잡이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오크 재질과 구리 패널을 사용한 헤닝 라슨의 디자인은 전통의 건축 디자인과 어울리는 고전미와 세련미를 겸비한 디자인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노름 아키텍츠는 파브릭 콘크리트를 사용한 키친탑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긁히고 닳아도 그 연륜이 더해지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왜 이렇게 맨하탄의 투 월드 트레이드 센터디자인등 전세계를 상대로 건축디자인 활동을 벌이는 BIG와 헤닝 라슨 아키텍츠가 새롭게 만들어진 리폼코펜하겐과 협력을 벌이고 있을까? 그것은 이들 건축 디자인 회사들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도시의 아이콘적인 대규모 상업시설과 문화시설 아파트등을 디자인하는 이들 건축 디자인 회사들은 이케아의 부속품을 사용한 리폼의 디자인에서 건축 단가를 낮추면서도 최종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껍데기만 바꾸기라는 아이디어를 실제 상업적으로 구현해낸 리폼의 혁신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 궁금하다.
리포터/배준향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DB.com / 한국디자인진흥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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