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브랜드 디자이너 선우진영이 외국인들의 한국어 이해를 돕기 위해 진행하였던 프로젝트, 데일리코리안Dailykorean / ©선우진영

싱가포르 오백이십 만 명 인구 중, 한국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이 만여 명을 차지한다. 경제와 무역에 중점을 두는 싱가포르의 산업 구조와 최근 들어 불고 있는 한류 열풍으로, 대부분 한국인이 파이낸스와 무역, 미용, 외식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한국 디자인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싱가포르에서 작업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적극적인 활약상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래서 현재 싱가포르에서 작업 중인 한국인 디자이너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싱가포르의 디자인과 한국과는 다른 싱가포르의 디자인 문화를 들어보는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소개할 디자이너는 Holmes&Marchant에서 브랜드/포장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선우진영(http://jaysunwoo.com)이다.

“간단히 자기소개 / 현재 싱가포르에서 소속되어 있는 회사 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싱가포르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선우진영입니다. 현재 브랜딩 작업 및 포장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Holmes & Marchant(http://holmesandmarchant.com)에서 주니어 디자이너로 일 년 반, 시니어 디자이너로 이 년 동안 일하고 있어요. 영국에서 만들어진 회사라서, 영국인 동료가 대부분이지만, 그 외에도 뉴질랜드, 홍콩,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네덜란드, 싱가포르 동료들이 어우러져서 매우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Holmes&Marchant의 오스카 파티 모습, 다양한 국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 / ©선우진영

“어떻게 싱가포르로 와서, 현재의 일을 하게 되셨나요? ”
 

원래 종사하고 있던 분야는 디자인이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공부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고, 미국이나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하고 안전한 환경으로 알려졌던 싱가포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Lasalle college of the Arts로 편입하여 이 년 반 동안 BA(HONS) Degree와 Diploma를 취득하고, 곧바로 현재 회사에 입사했어요.

학교 다니는 동안 D&AD, Crowbar, Design For Asia와 같은 국제 디자인 광고 대회에 출전하여 입상한 경험과 경력이 입사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한두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학교 다니면서 용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쳤는데, 한국어 교재가 외국인에게 너무 어렵고 지루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데일리코리안Dailykorean(http://dailykorean.net)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고 쉽게 배울 수 있을 콘텐츠와 방법을 연구하다 보니, 시각적으로도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디자인을 고민하게 되었고, 인터랙티브한 결과물이 도출되었습니다.

외국인들의 한국어 이해를 돕기 위해 진행하였던 프로젝트, 데일리코리안Dailykorean / ©선우진영

“한국이나 기타 경험하였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싱가포르에서 디자인하는 것의 매력과 장, 단점이 있나요? ”
 

회사 환경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자면, 확실히 디자이너에 대한 대우나 제공하는 패키지가 이웃 나라에 비해 우수한 편이고, 근무환경도 좋은 편입니다. 업무가 바쁠 때도 있지만 그만큼 휴가도 많은 편이라, Work hard & Play hard와 같은 생활 방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전반적인 환경이 안전하고 깨끗하며, 다양한 민족 구성으로 다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싱가포르가 매우 괜찮은 나라라고 생각해요. 나라 면적이 작아서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는 한 가지 단점이 있지만요. 그래서 저는 주말과 휴가 동안에 동남아 주변 나라로 여행을 자주 갑니다.

“최근 들어 싱가포르에서도 대중문화를 선두로 한류를 관찰하게 됩니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면서, 한국인 디자이너라서 주변에서 특별히 보이는 기대감이나, 스스로 갖게 되는 생각이 있나요? ”
 

개인적으로 한류, 한국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 사업하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한류 덕분에 한국인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매우 높아져서, 이곳 생활에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인종차별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으며, 오히려 한국인을 굉장히 우호적으로 바라봐주어, 감사하고 또 기쁩니다.

산업과 연관해서 말씀드리자면, 한국 화장품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요.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 특히, 유니레버Unilever(*도브, 트레제메, 폰즈, 바셀린, 럭스 등의 생활용품과 립톤과 같은 식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 소속의 클라이언트가 많은데요. 외국 클라이언트나 브랜드팀이 한국 브랜드를 직접 언급할 때가 많고, 한국 브랜드 (특히 화장품 쪽)의 마케팅 포지션이나 포장 디자인을 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 한국인으로서 기쁘고 자긍심을 느끼게 되지요.

“실무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대한민국과 싱가포르의 디자인 / 디자인 업계의 비슷한 점, 차이, 그리고 이에 근거한 두 나라 만의 강점이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디자인 실무 경험을 싱가포르에서 시작했기에, 한국의 디자인계 특성을 제가 언급하기 어렵지만, 한국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로부터 수직적인 문화와 보수적인 업무 환경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눈치를 보게 되고, 디자이너들에 대한 대우도 다른 나라들에 비교해서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를 포함한 싱가포르의 디자인 회사들은 대부분 분위기가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무엇보다도 창의성과 팀워크, 그리고 실력을 우선시합니다. 따라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고, 그래서 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결국 더 좋은 결과물로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에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들이 많고,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성실하고 끈기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펼칠 기회와 환경을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주목하고 계신 싱가포르의 트렌드나, 독보적인 활동을 보이는 디자이너나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
 

싱가포르에서 자생한 디자인 스튜디오, Foreign Policy Design Group(http://foreignpolicydesign.com)가 인지도가 높아요. 싱가포르에서 핫하다는 카페와 호텔의 브랜딩은 이 스튜디오를 거쳐 탄생하였어요.

또,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 Holmes & Marchant도 나름대로 주목을 받고 있어요. Vaseline, St.Ives, Ponds, Pepsi와 같은 클라이언트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지난 이 삼 년 동안 크게 성장하여, 재작년에는 상하이, 올해에는 뉴욕에 새로운 스튜디오를 열었습니다. 매년 직원들이 회사 프로그램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파격적인 문화와 가족 같은 분위기로 디자인 업계에서도 선망을 받고 있어요

위) 2014년 회사여행으로 일본에서 동료들과 스키를 타던 중, 아래) 2015년 회사여행으로 호주에서 동료들과 서핑 교습을 받는 모습 / ©선우진영

“앞으로 자신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실 것 같나요? ”
 

싱가포르에서의 지난 사-오 년 동안 여행도 많이 가고 삶을 즐기기도 했지만, 디자이너로서의 제 경력을 위해서도 나름대로 잘 달려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삼 년쯤 지나, 디자인 디렉터가 되면, 그동안의 제 경험을 통해, 주니어/시니어 디자이너를 잘 이끌어주고 싶어요. 또, 여행, 친구와 가족과 보내는 시간, 자기계발과 같은 여가 생활과 일의 균형을 잘 맞추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싱가포르에서 작업하고 싶은 디자이너들이나, 디자인 업계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회사나 자영업 종사자 분들께 해주고 싶으신 조언이 있으신가요?”
 

제가 막 학교에서 졸업했을 때, 지금 다니는 회사에 온라인으로 지원하려다가, 경력이 있는 유럽인 디자이너를 위주로 뽑는다고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스튜디오로 찾아갔던 것이 생각납니다.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가서 보스를 만나고 싶다고 하고, 무작정 제 디자인 작업물들을 보여주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엉뚱하고 막무가내였던 것 같지만, 삼 년 반을 함께 일한 지금에 와서도, 이런 식으로 직접 스튜디오에 찾아와 문을 두드렸던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고, 그래서 매우 신선했고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동료들에게서 종종 듣고 있어요.

싱가포르의 디자인 업계는 처음 발을 들이기는 약간 힘들 수도 있지만, 진입한 후에 열심히만 하면 인정받기 쉽고, 또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으므로, 디자인 작업하기에 매우 괜찮아요. 어떤 일이라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파악하고, 패기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가지고 도전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우진영은 Holmes & Marchant 싱가포르 스튜디오의 유일한 한국인 디자이너이다. 맡겨진 프로젝트가 끝나면 숨 돌릴 틈 없이 또 다른 프로젝트들이 몰려올 때가 있어 점심시간도 잊을 때가 있다는 하소연마저도 활짝 웃으면서 하는 그녀, 디자이너 선우진영의 싱가포르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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