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kka_Paloniemi
한 겨울에서도 높은 일조량을 자랑하는 한국에 비해 핀란드의 겨울은 컴컴함 그 자체다. 핀란드 대표 동화이자 여전히 남녀노소 상관없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무민 동화책의 어두컴컴한 배경이 핀란드에서 첫 겨울을 지내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핀란드 사람들이 무조건 우울하거나 목이 빠져라 봄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겨울을 오랫동안 지내왔던 핀란드인들에겐 나름의 ‘어둠을 즐기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Lux Helsinki 축제다.
Lux Helsinki는 매년 헬싱키 시가 주체하는 조명디자인 축제이다. 올해 8회째를 맞이한 Lux Helsinki는 핀란드를 비롯해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조명 예술가들이 참여하고 총 16개의 작품이 설치되었다. 2016년 1월 6일부터 10일까지 열렸으며, 영하 25라는 유난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50만 명이 다녀갔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방문객 편의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방문객이 길을 헤메지 않고 헬싱키 전역에 설치된 다음 작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쉽고 단순화된 루트를 개발했다. 그 밖에 레스토랑, 카페들의 참여를 이끌어 방문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따뜻한 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이번 Lux Helsinki에 설치된 작품 중 흥미로운 작품 몇 점을 소개한다.
캔디하우스 Candy House
장소: Kaivokatu 2, 아티스트: Sun effects
헬싱키 기차역 정문에 서서 대각선을 바라보면 발견할 수 있는 Ateneum Art Museum에 설치된 캔디하우스는 이번 Lux Helsinki만을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페스티벌의 메인 작품으로, 캔디하우스라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핀란드 겨울의 우울함을 날려버릴 만큼 여러 강렬한 색감이 쉴세없이 변화한다.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 작품은 2012년 이후로 Lux Helsinki의 프로그램, 제작 그리고 운영을 맡아온 Sun Effects 라는 팀이 제작했다.
헬싱키 대성당 Helsinki Cathedral
장소: 헬싱키 원로광장, 아티스트 : Ilon Kuvia 외 다수
헬싱키 원로광장의 헬싱키 대성당에 설치된 작품으로 이름 역시 헬싱키 대성당이다. Illon Kuvia외 사진작가, 미디어 아티스트, 조명디자이너, 순수예술가, 만화가 등 7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했고 각 자 한명 씩 헬싱키 대성당에 벽면에 영사될 작품을 제작해 총 8개의 작품이 순서대로 상영되었다. 각각의 아티스트들은 영사될 이미지를 각자 익숙한 방법으로 제작한 다음 그것을 디지털화 시키는, 전통적인 프로젝터 기법을 사용했다. 음악이나 아무런 소리효과가 없어 굉장히 조용한 작품이지만, 헬싱키 대성당 주변과 어우러져 시각적인 효과가 극대화되었다. 작품 영상 시간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다.
© Lauri_Rotko
그들은 여기에 있다 He_olivat_taalla
장소: Sofiankatu, 아티스트 : Alexsander Reichstein
헬싱키 대성당으로 가는 좁은 골목에 설치된 이번 작품은 길고 얇은 UV 조명을 구부려 만든 작품으로 동화에서 나올 법한 유령을 연상시킨다. 그동안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책, 조각, 설치작품을 제작해온 그래픽 디자이너 Alexsander Reichstein가 Lux Helsinki를 위해 제작한 이번 작품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자취를 조명을 통해 회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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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Cloud
위치: Annakatu, 아티스트 : Caitlind r.c. Brown & Wayne Garrett
구름은 6천개의 백열등으로 제작된 인터랙션 조각이다.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모습 형상화한 하얀 끈에는 스위치가 부착되어 있다. 방문객들 스위치를 끄고, 켜는 행위를 통해 작품의 밝기와 디테일한 형상을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사용된 백열등은 현재 유럽내에서 점차 찾기 힘들기 때문에 캐나가 국적의 아티스트의 고향 주변 지역의 주민들에게 모은 것이다. 이 작품을 설치한 아티스트 Caitlind r.c. Brown과 Wayne Garrett은 에너지 문제로 인해 백열등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유럽인들에게는 이번 작품이 과거 우리가 사용 했던 에너지를 떠올리게 만들고 동시에 앞으로 에너지 문제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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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팍스Immanuel Pax
Annatalo 파사드에 설치된 이번 작품은 건물이 불이 타고 이는 모습을 형상화 하였다. 실제로 어린이들의 예술교육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건물에 설치된 이 작품은 핀란드를 포함해 유럽이 가진 세계를 향한 냉소적이고 편협한 태도에 강렬한 반발을 표출하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이번 작품을 통해 수학공식이나 경제적 지표로 인생과 사회의 가치를 판단하는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우리 인생을 좀 더 다채롭고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작품이 설치된 건물 가까이에 다가갈 수 있으며 이 때 자신들의 그림자가 건물에 비치면 방문객 또한 작품의 일부분으로 참여할 수 있다.
장소: Annankatu 30, 아티스트 : Maailma jossa elämme
© Lauri_Rotko
Lux Helsinki Festival http://www.luxhelsinki.fi/
리포터_박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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