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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디자인 상품으로서의 집

지난 리포트에서 아르네 야콥슨의 여름집을 소개한 적이 있다. 아르네 야콥슨의 여름집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마치 레고 블럭을 쌓듯이 블럭화된 모듈을 이용하여 집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으로 요즘에는 이런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르네 야콥슨이 1969년에 이러한 방법을 시도할 때만 해도 혁신적인 시도였다.

 

빕은 덴마크의 디자인 용품 회사로 화장실, 부엌 용품과 램프등을 디자인 하는 회사이다. 빕의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발로 페달을 밟아 뚜껑을 열 수 있는 쓰레기통이다.  1939년 당시로는 혁신적인 발명품을 바탕으로 빕은 화장실 가구와 소품, 그리고 부엌 가구등을 만들어 왔는데, 금속 쓰레기통의 발명부터 시작해서 빕의 제품은 전통적으로 스테인리시 스틸과 금속을 이용해 왔다. 나무등을 사용하는 보통의 부엌가구와 대비해서 금속으로 만들어진 빕의 부엌가구는 금속만의 독특한 특성을 잘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빕의 여름집 빕 쉘터 (이미지: 빕)

 

 

그런데 이렇게 금속 위주이던 빕은 2015년 디자이너 애느메트 키소우와 협력하면서 세라믹 라인의 보울과 접시등의 부엌용품을 출시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빕의 세라믹 제품들이 마치 금속 제품과 같은 디자인 형태를 보여 준다는 점이다.

 

빕의 세라믹 라인 (이미지: 빕) 

 

 

다양한 부엌과 화장실 관련 디자인 용품을 만들던 빕이 새로운 도전으로 내놓은 것은 “집”이다.  사실 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그리고 가장 비싼 부분도 화장실과 부엌인 것을 고려하면 아주 놀랄만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듈형 집은 이미 특이할 것도 없는 형태이지만 빕에서 내놓은 집은 빕이 잘 알고 있는 스틸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집의 모든 부분을 완전히 동일하게 양산해 낼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다.  수석 디자이너 모튼 보 옌슨이 이끄는 빕의 디자이너들은 인테리어의 색상선택부터 선반과 가구 램프 그리고 부엌소품과 침대등 가구와 생활용품까지 완비된 하우스 모듈을 디자인한 것이다.

 

대비를 통한 조화를 지향한 디자인. (사진: 빕)

부엌과 화장실 (사진: 빕)

 

“플러그앤 플레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방식은 애플의 접근법으로부터도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사용자가 여기저기 고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대비해 제조사가 거의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애플의 스마트폰이 더 높은 완성도와 고객 만족을 주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최고의 소재와 디자인 용품을 이용해 집을 꾸민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의 특징으로는 대비성이다. 여름집이 놓일 공간이 북유럽의 숲임을 고려하면 강렬한 짙은 그레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을 통틀어 주변과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비는 하지만 넓은 창을 통해 상쇄된다.  집안에서 밖을 바라 본다면 창밖을 통해 집안의 현대적이고 인위적인 디자인과 창밖의 자연 풍경의 대비와 조화를 바라볼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의 대표적 디자인 브랜드로서 기능적이고 미니멀한 북유럽 디자인 유전자를 대표하는 빕의 디자인은 기하학적이고 단순성을 극대화한 빕의 여름집 디자인에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1층과 2층의 평면도 (이미지: 빕)

 

그렇다면 과연 빕의 여름집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데,  먼저 소재상의 문제점으로 완전히 스틸소재로 된 여름집은 북유럽에서라면 실용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름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는 실용적이기가 힘들다.  또한 가격도 문제가 되는데, 빕의 여름집은 55m2의 면적임에도 2층 구조라고는 하지만 가격이 485000유로로 한화 6억 4천만원에 달한다. 동일 면적의 벽돌집 건축비가 덴마크에서 그 절반가격에 가능하고 여름집 같은 나무 집 같은 경우 1/4 이하 가격에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고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을 고려할 때 빕의 여름집이 실제적으로 여름집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렇다면 이러한 시도는 무의미할까? 빕 여름집 디자인을 주도한 모튼 보 옌슨은 자신이 건축가가 아니라 산업 디자이너임을 강조하면서 빕의 여름집은 건축이 아니라 스틸을 소재로 일체화된 바디로 뽑아낸 산업 디자인 상품이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집의 디자인은 건축의 영역에 속했고 건축가의 고유 영역에 속했다.  컴퓨터 회사였던 애플이 핸드폰을 내놓았을 때, 핸드폰은 통신기기였고 통신기기 회사였던 노키아등의 전문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융복합이  강조되는 시대에 집을 건축의 영역이 아니라 산업 디자인의 영역에서 바라보고 산업 디자인 상품으로써 집을 만들어 낸 것은 의미있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공장에서 만들어진 집을 스웨덴의 숲속에 설치하는 과정 (사진: 빕)

 


리포터/배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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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디자인 #산업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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