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kal, 공간 안쪽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헬싱키 디스트릭트에서도 갤러리가 많이 위치한 안난카투Annankatu에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작은 검은색 간판을 가진 공간이 있다. 로칼 Lokal이라는 이름의 공간은, 밖에서 보면 디자인적인 감성을 가진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보일 수 있지만 공간 중간에 위치한 계단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보면 핀란드의 수공예적인 감성을 머금은 아기자기한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공예의 경계선 사이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로칼 Lokal은 스스로를 핀란드의 독립 예술, 디자인, 공예를 지원하는 공간이자 컨셉 숍이라고 소개한다. 

© Lokal, 로칼의 입구와 간판 

사진가 카트야 할제스탐 Katja Hagelstam이 핀란드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공간에 대한 열망으로 2012년 4월에 운영을 시작한 로칼 Lokal은 올해, 그리고 이번달에 오픈 한지 정확히 4년이 되었다. 한 명 혹은 한 그룹의 예술가와 디자이너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지원하다보면 재정적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을 법 한데 지난 4년동안 디자인 디스트릭트에서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로칼을 보니 그들의 운영방식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정말로 한국의 작은 디자인, 예술관련 숍이 마주하는 문제를 비슷하게나마 겪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방문해 그 곳에서 운영을 도 맡고 있는 베라 쿨요Verra Kulju를 만나서 로칼 Lokal의 운영방식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 Lokal, 로칼의 전시공간  

© Lokal, 전시는 매달 바뀐다.

로칼의 첫번째 역할은 예술, 디자인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컨셉 스토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헬싱키 곳곳에 디자인 숍과 전시를 기획하는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핀란드 감성이 담긴 제품들로 새롭게 단장을 마친 헬싱키 아트뮤지엄(HAM)의 디자인상품 숍도 자신들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부수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역시 한국과 같이 재정적인 어려움이 컸다. 디자인과 예술 작품 전시와 판매만으로는 로컬의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은 한국 뿐만 아니라 핀란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에 조금 실망스러웠으나 곧 이들이 이러한 업무 또한 로칼의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기회로 여기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로운 디자이너와 예술가를 발견하고 이들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정확하게 말해 로칼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역할과 능력을 물리적이 공간안으로 한정 시키는 것이 아닌, 로칼 밖으로 확장 시키고 있었다. 핀란드 디자인 사회에서 로칼은 특정한 공간임고 동시에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인터뷰의 절반을 핀란드가 마주한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는데 이러한 문제들 중에서도 수공예와 예술에 대한 줄어드는 사회적 관심에 주목했다. 손으로 만든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핀란드 또한 어쩔 수 없는 임금상승, 값싼 제조업, 문화의 단일화, 획일화의 영향으로 수공예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칼은 수공예 제품, 장인정신 그리고 작은 규모의 제품이라는 세가지 가치를 세우고 독립 예술가와 디자이너과 이들의 작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으로 인해 핀란드에서 만들어진 제품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제작된 독특한 패턴의 패브릭, 핀란드 문화가 담긴 제품들 뿐만 아니라 독립잡지 역시 판매되고 있다.    

© Lokal, 상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 

© Lokal, 핀란드의 전통 기법으로 제작된 제품도 눈에 많이 띈다.

© Lokal

로칼 Lokal이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매달 새로운 전시를 기획해 예술가들이과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시에는 특정한 주제가 정해지고 이 주제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섭외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디자이너들과 예술가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판매는 디자이너,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로컬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업무이다. 일반인들에게 접근가능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제품과 일반인들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등록되어 있는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의 에이전시 역할 또한 수행하고 있다. 정식적인 에이전시 업무는 아니지만, 디자인 제품의 경우 제품의 실제 이미지 등을 담은 룩북을 제작해서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꾸준이 개제하고, 다른 전시에 작가를 소개하기도 하는 등 자신들의 능력과 함께 신뢰를 중심으로 유연하게 에이전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이 룩북은 로칼만의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현대사회에 미치는 이미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Kinfok와 같은 자연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사진집과 같은 트랜드를 고려해 이들은 제품의 이미지를 담은 룩북을 제작하기로 했다. 현재 매주 이미지를 제작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하고 있으며 꽤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다.   

마지막으로 로칼 Lokal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이 현재까지 가꿔온 커뮤니티는 로칼의 존재이유이자 이들을 지원하는 존재다. 때문에 지리적인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핀란드의 디자인, 공예, 예술이라는 커뮤니티에 속한 아티스트들 그리고 로컬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로컬이 언제나 마음의 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 Lokal, 로칼이 제작하는 룩북, 로칼의 홈페이지와 소셜 네트워크에서 에서 매주 올라오는 룩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들과 더불어 헬싱키의 디스트릭트 거리에 수 많은 디자인 상점 중에서도 유독 로칼이 독특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아마도 작은 규모임에도 이들이 지속적으로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핀란드 또한 시간이 지날 수록 거리풍경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고 얼마 전에 오픈한 상점이 몇달 후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소규모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숍이라면 이들에게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어 질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 시간이 오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방문해 작품과 물건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모습에서 앞으로 몇 년동안은 이들의 모습을 더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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