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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내어주는 법, 웨게미술관

© Emma museum 

 

현대미술의 난해함과 권위적인 태도, 그리고 엔터테인먼트가 강조되는 대중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미술관을 향한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상은 핀란드의 예술계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소개한 헬싱키 미술관 HAM의 운영방식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이 핀란드에서는 권위를 내려 놓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개발하고 있는 미술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도 미술과 시민들의 사이를 좁히기 위해 자신들만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미술관 중 하나로 웨게미술관 WEEGEE MUSEUM을 소개한다.

 

 

© Emma museum 전면창으로 둘러쌓인 미술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엠마 미술관은 자연에 둘러쌓여 있어 계절의 변화를 공간안으로 자연스럽게 불러들일 수 있다.  

 

웨게미술관은 헬싱키 바로 서쪽에 위치한 신 도시 에스포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이다.  1990년초까지 Weilin&Göös라는 프린팅 공장으로 쓰였던 공간을 2005년 경 문화공간으로 리노베이션 했고 현재 웨게라는 이름 아래 총 네 개의 미술관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1층에는 에스포의 역사를 소개한 까무Kamu라는 이름의 에스포 시립박물관 Espoo city museum, 핀란드 시계박물관 The Finnish Museum of Horology가 위치하고 있고 2층에는 에스포 현대미술관  엠마 Emma와 어린이 장난감 박물관 The Finnish Toy Museum Hevosenjekä가 위치하고 있다. 미술을 전공하는 핀란드 친구에게 웨게미술관에 대해 물어보니 자신이 핀란드에게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이유는 바로 공간 자체가 가져다는 여유로움 때문이었다. 자연에 둘러싸인 지리적인 이점, 시민들을 배려하는 공간디자인 그리고 차분하면서도 동시에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공간 사용 등을 예로 들며 공간이 가져다는 여유로움이 마치 준비운동을 하는 것 처럼 예술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차분한 마음가짐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었다.

 

© Goeun Park  

© Emma museum

 

 

사실 지리적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미술관으로는 적지 않은 단점으로 여겨진다. 미술관이 위치한 에스포는 헬싱키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을 뿐만 아니라, 구역에 따라 교통비용을 부과하는 헬싱키 교통법에 따라, 헬싱키에서 출발할 때 두배 정도의 교통비를 지불해야 하는 2존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단점은 웨게미술관을 직접 방문해보니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 듯하다. 미술관의 절반이 자연에 둘러쌓여 전면창을 통해 나무와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하늘이 미술관 안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고 이로 인해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마치 숲속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쉽게 빠져든다. 

 

 

© Goeun Park  1층에 마련되어 있는 카페 Sis.Deli. 오가닉 음료와 간식거리를 판매하고 주변 거주민들이 즐겨찾는 공간이다. 

 

웨게미술관이 가져다주는 여유로움은 전시공간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웨게미술관은 시민들이 꺼리낌 없이 미술간을 자주 드나들 수 있도록 카페와 휴식공간을 활성화 했다. 특히 미술관 1층을 들어가면 바로 마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의자가 마련된 널찍한 공간과 오가닉 재료를 사용하는 카페는 꼭 미술관을 관람하지 않아도 미술관 공간에 들어선 누구에게나 제공된다. 최근에는 알토대학교 디자인과 학생들과 협업하여 미술관 1층에 비또 VIETTO라는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경사면이 있는 휴식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는 비또는 기존에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했던 넓직한 공간을 시민들의 휴식처로 재구성한 공간이다. 신발을 벗어야 한다거나, 높은 집입공간과 점차 단계적으로 지대가 낮아지는 공간구성 그리고 우리나라의 평상과 같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 등 핀란드인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경험을 선사하지만 미술관이라는 익숙한 생활공간이 아닌 전혀 다른 맥락에 놓여진다는 점에서 공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험이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특히 공간에 마련된 방석에 누워 전면 창 뒤로 흔들리는 나무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잊어버릴 만큼 공간이 주는 따뜻함이 존재한다.  

 

 

 

 

 

© Jinyoung Chun  

 

이처럼, HAM이 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작품을 꺼내 도시 곳곳에 전시하는 ‘찾아가는 미술관’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면, 웨게미술관의 전략은 미술관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미술관의 공공공간화’ 혹은 ‘휴식공간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어떤 미술관이든 시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워크숍이나 좀 더 활동적인 행사를 마련하고 프로모션에 많은 노력을 쏟는다면, 웨게미술관의 경우 단순히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뿐이다. 단순하고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미술관을 방문해본 사람들은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간 안에 마련되어 있는 방문객을 위한 배려심을 말이다.

 

글. 박고은

 

 

http://www.weegee.fi/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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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gee museum #북유럽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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