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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간담회] 브루스 마우 디자인의 장소 브랜딩

 

 

브루스 마우 디자인의 장소 브랜딩 프로젝트 중 하나인 '노우 캐나다Know Canada' / 이미지©Bruce Mau Design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을 위한 '장소 브랜딩'과 '도시/국가 브랜드'에 대한 특별강연이 싱가포르 내셔널디자인센터에서 열렸다. 최근 들어 아시아에서 활발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브루스 마우 디자인Bruce Mau Design 대표 헌터 투라Hunter Tura가 연사로 초청되어, '노우 캐나다Know Canada'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청중들의 질문을 받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브루스 마우 디자인의 대표, 헌터 투라Hunter Tura / 이미지©Bruce Mau Design

 

 

'노우 캐나다Know Canada'는 캐나다 건국 145주년을 맞이하여, 2012년에 미디어 회사와 디자인 회사가 자발적으로 협업한 결과물로, 대중의 큰 호응을 프로젝트다. 여느 정부주도의 국가 브랜드 정책 사업처럼, 하향식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브루스 마우 팀은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잎이 캐나다의 다양함을 더는 대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캐나다 국기에서 단풍잎을 제거한 빨간 프레임만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다수 대중들이 캐나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메시지를 올릴 수 있게 했다. 대중의 사랑을 힘입어 만들어진 아카이브를 캐나다 연방 정부에 보이며 정부 프로젝트로 건의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과정 전반에 대해 오간 허심탄회한 대화와 강연내용을 더불어 정리해본다.

 

 

캐나다 국기에서 단풍잎을 제거한 빨간 프레임만 제공한 뒤, 그 뒤의 이미지는 대중들이 올릴 수 있게 했다. / 이미지©Bruce Mau Design

 

 

“어떤 연유로 싱가포르에서 장소 브랜딩에 대한 강연을 하게 되셨나요?”

싱가포르는 저희의 클라이언트와 협업자가 몰려있는 허브예요. 중국 선전의 디자인소사이어티Design Society 프로젝트도 있고, 홍콩의 뮤지엄 리테일 스토어 K11과도 협업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아시아에 있는 기술집약 회사의 사업 확장도 돕고 있지요.

 

 

“노우 캐나다Know Canada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캐나다의 전통적인 단풍 문양을 대체할만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컬트앤덜슨스튜디오360Kurt Andersen Studio 360 측의 초청으로 시작됐어요. 사실, 캐나다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치밀하게 브랜딩된 나라 중 하나예요. 캐나다 정부에서 제작한 브랜드 지침서를 보면, 서체, 상표, 로고의 비율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적용할 매체는 어떻게 브랜딩해야하는지까지 정리를 해놨습니다. 그래서, 늘 해오던 대로, 더글라스쿠플랜드Douglas Coupland(*전세계적으로 사용된 "X-세대"라는 용어를 자신의 장편 소설에 처음 사용한 캐나다의 소설가이자 아티스트)와 같은 주요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의 브랜드를 이해해보려는 과정을 거쳤지요. 그런데, 쿠플랜드가 '지금 이대로의 우리가 좋다'며 굳이 브랜드를 다시 디자인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 말이 인식의 전환점이 됐어요. 처음에는 '숲, 메이플시럽, 산'과 같은 일반적인 선입관 너머의 캐나다 브랜드를 우리가 창조해보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21세기의 캐나다 그대로를 포용하기로 마음먹었지요. 캐나다가 어떠한지 대중이 결정하는 '열린 브랜드'를 만들기로요. 결국, 캐나다를 대표하는 것을 편집해서 아카이브로 엮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캐나다 정부에서 제작한 브랜드 지침서 / 이미지©Bruce Mau Design

 

 

노우 캐나다Know Canada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 / 이미지©Bruce Mau Design

 

 

“노우 캐나다Know Canada 프로젝트에서는 대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초로 하는 상향식(bottom-up) 진행이 돋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면서도, 대중이 창조한 천차만별의 결과물을 하나로 엮는 디자인 플랫폼 구상이 중요했을 텐데요. '대중에게 자유를 주는 것'과 '통일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했는지 궁금합니다.”

캐나다 국기 양측에 보이는 빨간 네모를 응용하여, 캐나다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메시지를 무한대로 넣을 수 있는 프레임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이미지가 공통의 틀 안에서 결과물이 정리되어 보이는 효과를 가져오지요. 어려웠던 것은 사람들이 공통의 메시지를 담은 매체를 계속 가져오게 하는 것이었어요. 간단한 프로그래밍 상수 제약을 통해 복수의 반응을 허용했지요.

 

'노우 캐나다Know Canada'를 2012년 7월에 발표하고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나서, 이 프로젝트를 정부 플랫폼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는지 하퍼총리가 이끄는 연방정부에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프로젝트를 더 발전시키는 것에 대한 정부 입장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애플리케이션을 대중들에게 공개해서 캐나다의 21세기 브랜드를 스스로 정의해보는 기회를 얻게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에, 정부 주도로 브랜드 공모가 이뤄졌어요. 단풍잎 상징을 새롭게 디자인한 한 대학생의 작품이 당선되었지요. 학생의 경험치와 기술을 생각해보면, 뛰어난 업적이라고 칭찬하고 싶지만, 당선작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사실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요.

 

 

노우 캐나다Know Canada의 참여형 플랫폼과 대중들의 호응 / 이미지©Bruce Mau Design

 

 

캐나다 정부 주도의 브랜드 공모 당선작 / 이미지©Bruce Mau Design

 

 

“소셜미디어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프로젝트의 경우, 젊은 층의 참여를 불러일으키기 쉽지만, 그 이상의 연령대는 배제되기가 쉽습니다. 정부 프로젝트들의 경우, 안전성과 보안을 이유로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을 때가 많고요. '노우 캐나다Know Canada'도 프로그램 진행 중에 그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습니까? 이런 프로젝트를 하면서, 보수적인 집단의 인정을 받으면서도 재미요소를 잃지 않을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사실 저는 정부 기관이나 다른 조직들에서 '노우 캐나다Know Canada'와 같은 참여형 플랫폼을 포용하지 못할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네요. 대중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이고 민주적인 자세 아닌가요? 투명한 그대로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포용할 수 있는 것, 신선하잖아요? 이제 소셜미디어가 대중들의 표현의 물꼬를 텄어요. 무시하고 싶어도, 곧 사실로 드러날 거예요.

 

 

노우 캐나다Know Canada 프로젝트 결과물 이미지 중 하나, '땅콩 버터는 캐나다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 이미지©Bruce Mau Design

 

 

“도시와 국가와 같은 '장소 브랜딩'은 대상층이 포괄적이라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나이, 인종, 성 정체성, 종교 등을 막론하고, 모두가 소속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비법이 있을까요?”

우리가 유연한 브랜드 플랫폼을 만든다면, 연령층, 인종과 같은 인구통계학의 지배를 받지 않을 거예요. 특정 집단을 소비를 공략해야 하는 브랜드 디자인의 경우, 이런 인구통계에 반응해야 하고, 표현의 범위를 제한해야 하지만 말이죠. '노우 캐나다Know Canada'의 경우, 국가에 소속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어요.

 

 

“요즘은 모든 것을 '브랜딩'하는 시대잖아요.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아요, 요새는 모든 것이 브랜딩되는 시대지요. 이 현상은 점점 더 고도화되리라 전망합니다. 2011년 미국 월 가의 오큐파이Occupy시위 때, 그 운동과 뜻을 같이하지도, 이윤을 같이 나눌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티셔츠를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을 목격했어요. 오큐파이 운동은 브랜딩을 거친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브랜드가 원래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이용되기도 한 거죠. 디자이너인 우리들의 역량과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브루스 마우에서 진행 중인 최근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두 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최근에 런칭했어요. 하나는 펜실베니아 대학의 기술혁신 캠퍼스인 '펜노베이션Pennovation'의 브랜딩 작업이에요. HWKN에서 건축디자인을 했어요. 또 다른 하나는 일본의 '아식스 타이거ASICS Tiger' 브랜딩 작업이죠.

 

 

펜노베이션Pennovation 프로젝트 / 이미지©Bruce Mau Design

 

 

아식스 타이거ASICS Tiger 프로젝트 / 이미지©Bruce Mau Design

 

 

지금은 새로운 문화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존 F. 케네디 공연예술 센터John F. Kennedy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브랜딩, 웹사이트이고, 두 번째는, 차이나 머천트그룹China Merchant Group이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V&A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선전Shenzhen에 새롭게 만드는 디자인 뮤지엄 프로젝트입니다.

 

 

“싱가포르의 도시/국가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얼마 전에 세계지식포럼World Knowledge Forum의 연사로 서울을 방문하셨는데, 대한민국과 한국의 인상은 어땠는지, 더 나은 브랜딩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Designskolen Kolding에서 객원교수로 학생들과 국가 브랜딩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던 중, 한 학생이 미래에는 지구온난화로 덴마크라는 나라가 바다에 잠겨 없어질 것이라더군요. 그래서 그 학생에게 지정학적 영토 너머의 것에 시선을 돌려보자고 했어요. 싱가포르는 국제 금융의 중심지로서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외에도 사회에 활성화되고 있는 이모저모를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살핀다면, 시각화할 수 있는 잠재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과 서울 역시, 22세기형 도시/국가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전통과 현대문화가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고, 급속도의 현대화를 이뤄냈잖아요.

 

 

헌터 투라가 바라본 서울의 모습 / 이미지©Bruce Mau Design

 

 

“싱가포르와 대한민국에서 프로젝트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것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싱가포르에서 대한민국까지, 아시아에서 작업할 기회들을 계속 논의하고 있어요. 두 나라의 항공사 중, 한 곳과 작업해보는 것이 꿈입니다.

 

 

여담이지만, 2012년 브루스 마우가 '노우 캐나다Know Canada'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염두에 둔 대상은 미국인이었다고 한다. 인접해있는 나라 사이의 알력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법이니까, 캐나다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의 선입관을 가장 먼저 깨고 싶었을 테다. 그런데, 2016년 트럼프 차기 대통령 선출 후, 미국인들의 접속으로 캐나다 이민국 사이트가 마비되는 재미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브랜드는 브랜딩 프로젝트로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 시간에 따라 만들어져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장소 내-외부의 기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변모하는 것이 브랜드지만, 헌터 투라의 말처럼, '대중의 참여'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투명성'이 보장된다면, 싱가포르나 대한민국이나 고품격 브랜드를 가진 국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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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브랜드 #장소 브랜딩 #브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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