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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과 디자인 : ‘Touch me’ 전시회

인간의 오감 중 가장 덜 중요시 다뤄지는 감각은 촉감이 아닐까? 현대사회의 넘치는 정보가 주로 시각, 청각적 매개를 통해 전달되어서인지, 항상 우리는 무언가를 만지고 그 결과로 만짐을 당하고 있지만 이러한 감촉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학자들의 촉감에 대한 연구도 다른 감각에 관한 연구에 비해 미흡하여 촉감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완벽하게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다른 감각처럼 촉감은 우리를 기분 좋거나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적당한 터치는 보호 받는 느낌을 주거나, 사랑 받는 느낌을 주어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사회적 타부와 신기술의 발달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물건, 환경이 서로 만지고 만져지며 부대끼며 살아가는데 긍정적이지 못하다. 한번만 누르면 모든 일이 알아서 처리되는 전자동 사회로 향해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인터랙션의 많은 부분들이 촉감을 퇴화시키고 있다. 컴퓨터 키보드를 친다든지, 방 전등을 스위치로 켠다든지, 문을 미는 등의 행위는 촉감적인 즐거움을 거의 주지 못할 뿐더러, 이런 것들 조차도 이제는 음성인식으로 변해가거나, 올렸다 내렸다 하는 버튼이 아닌 터치스크린 버튼으로 많이 대체되었다.

디자이너들에게 여전히 주된 관심분야는 시각적 이미지가 주도적이지만, 근래 들어 청각,촉각을 비롯한 인간의 다른 감각에 대한 디자인적 탐구와 시도가 많이 보이고 있다. 촉감 디자인에 중점을 두어, 어떻게 보이느냐 보다 어떤 감촉과 재질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인터랙션을 같느냐에 중점을 둔 ‘터치 미(Touch Me)’전시회가 V&A(Victoria & Albert Museum)에서 6월 16일부터 열리고 있다. 크게 생활공간과, 인터랙티브 가든 공간 이렇게 둘로 나누어진 전시회 테마에 맞추어 촉감과 관련된 90여 점의 디자인들이 소개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V&A와 인간과 동물의 건강과 관련된 연구들을 수행하는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가 공동 후원하여 기획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시각장애자, 청각장애자들이 촉감을 사용한 디자인을 통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제품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또한 일반 디자인 전시회에서는 작품을 함부로 만져볼 수 없어 수동적인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번 전시는 촉감 디자인이 주제인 만큼 전시된 디자인들의 75%이상을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였다.

각 작품마다 설명문구 위에 ‘만져보세요(touch me)’, ‘눌러보세요(press me)’, ‘앉아보세요(sit on me)’, ‘걸어보세요(pace me)’, ‘그려보세요(draw me)’, ‘시도해보세요(try me)’, ‘문질러보세요(rub me)’, ‘잡아 늘여보세요(stretch me)’, ‘느껴보세요(feel me)’, ‘붙잡아보세요(grasp me)’, ‘쓰다듬어보세요(stroke me)’, ‘껴안아주세요(fondle me)’, ‘입어보세요(wear me)’, ‘누워보세요(lie on me)’, ‘쳐보세요(key me)’, ‘긁어보세요(scratch me)’, ‘작동해보세요(manipulate me)’, ‘탐험해보세요(explore me)’, ‘연주해보세요(tune me)’, ‘가지고 놀아보세요(play me)’, ‘흔들어보세요(rock me)’ 등 친근한 문구로 방문자들의 인터랙션을 장려하였는데, 대신에 방문객들의 오작용이나 과도한 사용 등으로 부서지거나 고장난 작품들이 종종 보여, 인터랙티브 전시를 기획할 시 주의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전시된 작품 중에 못생긴(?) 제품들도 많아 기존의 시각적인 미를 추구하는 V&A 관계자들을 설득하는데 고생 좀 했다는 큐레이터 Lauren Parker와 Aldersey Williams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Hell Jongerius, IDEO, Shelley Fox, Karim Rashid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가구, 제품, 패션, 인터랙션 디자이너들 뿐만 아니라, RCA, Central Saint Martins, Interaction Design Institute Iyrea, MIT 미디어 랩 등의 촉망 받는 학생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하여 다양하고 재미있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 전시회 입구 모습


1.생활공간
전시회 전반부는 거실, 식당, 부엌, 침실, 오피스, 가든 공간 등의 일상생활공간에서 사용되는 디자인들이 전시되었다.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해 손바닥을 댔다가 떼면 자국이 남는 벽지, 열에 반응하여 따뜻한 음식이나 팔꿈치 등을 올려놓으면 색이 변하는 식탁, 보기에는 차가운 도자기 같으나 만져보면 물렁물렁한 플라스틱인 꽃병, 천정에 달린 프로젝트와 전자 펜으로 침대나 몸을 스크린 삼아 메시지를 적고 간직할 수 있는 침대, 레이져빔으로 이루어진 컴퓨터 자판, 손가락 사용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게임기 조이스틱처럼 쥐고 사방으로 움직여서 알파벳을 칠 수 있는 키보드 인터페이스, 볼록하게 점자로 유명한 싯구를 표현한 부엌용 타일 등, 기존에 존재하거나 새로 개발된 재료와 기술을 다양하게 적용하여 사용자와 제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개선에 기여한 제품들이 많이 보였다.






* 의류 섹션. 센서가 달려있어 한 세트로 이루어진 두벌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로 껴안으면, LCD 불빛이 빛나는 자켓, 걸을 때마다 발바닥의 감정신경을 자극하는 운동화, 기분에 따라 다른 향기가 나는 드레스 등 신소재나 인터랙티비티를 응용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소개되었다. 또한 한 켠에는 깃털과 실크. 금속소개 등을 팔 등에 문질러 다양한 재질감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게 하였다.




* 정원 섹션. 보관창고에 망치로 마구 망가뜨리고 흠집을 낸 알루미늄 의자가 전시되었다.







* Hug Chair. 다양한 자세로 앉을 수 있게 하여 한 명이 앉으면 고치같이 포근한 느낌을, 두 명이 들어가면 친밀감을 높인다.



* 가운데가 뚫린 조명으로 위에서 손을 수직으로 스치면 꺼지거나 켜지고, 수평으로 위아래로 서서히 움직이면 불의 밝기가 그에 따라 조정된다.





* 텍스타일에서 쓰이는 기법들을 그릇에 적용하고 테이블보를 이어 서로 다른 재료의 조화를 표현하였다.




* Thups는 컴퓨터 게임 광들이나 핸드폰의 텍스트 메시지를 자주 보내는 손가락을 자주 쓰는 세대들을 위한, 손가락에 끼워 사용하는 물컵이다.





* 부드러운 천으로 짜여진 올록볼록한 카페트로 발바닥의 촉감이 재미있다.



* 다양한 재료로 각기 다른 촉감을 제공하는 제품들을 모아놓은 모습




2. 인터랙티브 가든 공간
전시회 후반부는 현장에서 촉감과 관련된 간단한 과학실험을 직접 해볼 수 있게 하거나 자신의 촉감인지도를 알아보는 공간, 그리고 촉감과 관련된 게임들을 소개하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예를 들어 MIT 미디어랩이 몇 년 전 선보인 PingPongPlus 인터랙티브 탁구대는 공이 탁구대를 치면 물결(ripple)이 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Chicken 게임은 기존의 2인용 벽돌 깨는 게임으로 한 손을 받침대위에 올려놓고 있다가 게임에서 지면, 불, 채찍, 전기충격 등의 벌칙을 받는다. 대형스크린에 보여지는 팩맨은, 한명이 넓은 카펫 한쪽에 상하버튼, 다른 한명이 다른 한쪽의 좌우버튼을 spacehopper(힙홉)으로 퐁퐁 뛰면서 움직이게 하여 협동하여 유발하는(?) 게임으로 변환시켰다.




* 감각 체험 공간. 가려진 천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더듬어 안에 놓인 물건(틀니, 깃털, 솜, 밧줄 등)을 맞추기, 두 명이 조가 되어 실험해보는 신기한 감각 체험들, 투명 플라스틱 vs. 유리, 금속 vs. 플라스틱, 동물의 털로 만들어진 구두닦이와 산업재료로 만들어진 구두닦이 등 진짜 재료와 가짜(fake)재료를 만져보고 구별해보는 공간 등으로 이루어졌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값싼 플라스틱과 원재료의 촉감에서 오는 차이는 미묘하면서도 확연하게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 인터랙티브 식물원. 각각의 식물을 쓰다듬을 때마다 배경의 커다란 스크린의 디지털 정글에서 같은 종류의 식물이 자라게 된다.



Touch Me 전시회는 6월 16일부터 8월 29일까지 V&A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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