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절반 가량이 겨울 기온인 핀란드는 사계절 식재료가 제한적이다. 전 세계가 환경과 윤리적인 문제로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핀란드에서는 일부 식품의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비용을 고려했을 때 자국에서 야채를 생산하는 것 보다 따뜻한 남유럽 국가에서 수입하는 것이 훨씬 더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겨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핀란드는 식품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식품과 관련된 전반적인 산업도 발달이 더딘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3월 9일 부터 11일까지 삼일 간 핀란드 내 식품과 관련된 산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음식 해카톤 행사가 열렸다. 주최자는 MTK로 핀란드 내의 농업, 산림업과 농산품 가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노동 조합이며 국가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이다. 해카톤 행사는 전문가들이 팀을 꾸려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하는 이벤트로 단기간 안에 이루어지며, 핀란드 정부에서는 공공 서비스를 개발 할 때 적극적으로 시민과 전문가의 참여를 활성화 하는 방법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 http://hackthefood.com 웹사이트 캡쳐
이번 해카톤 행사는 유통 및 배달서비스, 인터넷 판매, 음식 홍보, 국제화 등 음식과 관련된 산업에대한 현재 문제점을 제안하고, 팀을 꾸려서 해결책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 되었다. 주최자는 음식 비지니스 분야의 전반적인 테마를 총 여섯가지로 제안하고, 참여자 개인이 관심있는 분야의 팀에 합류해서 같이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여섯가지 테마는 아래와 같다.
1. 유통과 수송의 문제점.
2. 생산자에서 부터 소비자까지 비용을 절감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방법.
3. 효과적인 브랜딩을 통한 고객확보와 마켓팅 방법.
4.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 소규모 회사의 판매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
5. 국제화와 식품 수출을 장려하는 방법.
6. 핀란드 식품 회사 세계화를 위한 온라인 수출 판매 전략.
참가자는 하루 6-13시간 동안 회의를 거쳐 아이디어를 발전 시켜 마지막 날 팀별로 자신의 주제에 대한 최종 전략을 발표하는 스케줄이었다. 행사 중 멘토들이 상주하여 함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아이디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교육하는 시간도 제공되었다. 주최자와 음식 산업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문가로 구성 된 심사위원은 대상 및 3개의 최고 아이디어 수상자를 결정했다. 심사 평가기준은 아이디어의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 비용 절감의 정도 그리고 아이디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할 준비가 얼만큼 되었는지에 의해 상이 주어졌다.
ⓒ MTK 주최측에서 행사의 취지와 방향을 설명 하는 중이다.
총 45명이 참여하였으며 절반은 이란, 필리핀, 에스토니아, 인도, 한국에서 온 외국인으로 구성되었다. 참여자는 소규모로 운영되는 농부 및 음식 관련 제작자 및 유통업자 였으며, 학생, 친환경 식품공학과 연구원, 디자이너, 웹개발자가 참여하였다. 누구나 음식 산업에 관심이 있으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삼일간 자원봉사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주최측이 제공하는 음식과 지원되는 상품을 받는 방식이다.
대상을 받은 아이디어는 ‘My health joy’라는 프로젝트로 음식 서비스에 가입한 요양원의 노인에게 정기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이다. 간호학과 대학원생이 요양원에서 인턴 실습 중, 노인에게 제공되는 음식이 정말 맛없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발전시킨 아이디어이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은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수장자에게는 기업가 육성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무료 수강권(749유로 가치)이 제공되었다.
수상자 중 유일하게 디자이너가 합류된 ‘Small Story’팀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하고자한다. 참가자는 감자 농사를 지어 홈메이드 감자빵을 만드시는 소규모 제작자, 오가닉 건강쥬스를 만드는 개발자, 소규모 빵 공장을 준비중인 창업자, 식품 웹샵 운영자, 프로그래머, 푸드 디자이너로 구성되었다.
ⓒ Eija Mansikkamäki 소규모 감자빵 제작자 헤이끼씨의 상품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소규모로 농장을 운영하며 핀란드 전통 감자빵을 생산중인 헤이끼(Heikki)씨였다. 대형 마트가 자국 대부분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핀란드 소규모 생산자의 제품은 대형 회사가 만들어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맛과 질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딩과 부족한 홍보비용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선택되지 못하는 어려움을 꼽았다. 이에대한 해결책으로 ‘Small Story’팀은 농부와 제작자의 노하우와 식품의 생산과정 이야기를 홍보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코디자인 시스템을 제안했다. 음식과 상품을 포장하는 겉 패키지 디자인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 각자가 가진 진실한 이야기를 무료로 배포되는 질문지를 통해서 생산자 스스로 구체화하고, 그 이야기를 홍보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생산자의 문제점은 자신의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부분이 좋은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다는 데서 시작된 아이디어였다.
ⓒ Su Park 아이디어의 출발점
ⓒ Su Park 생산자 인터뷰를 통한 아이디어 도출
더 나아가 디자이너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생산자가 자신의 제품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참여하고, 패키지는 환경오염을 최소화 하는 재료를 선정해서 최소한의 포장 사용을 제안하였다. 또한 멤버쉽제를 통해 소규모의 정직한 핀란드 식품에 대한 표기를 가시화하고, 핀란드 전역을 통합한 소규모 생산자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음식 문화가 숲에서 나는 야생 블루베리 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핀란드의 소규모 농부와 식품 제작자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하나로 모으는 아이디어는 핀란드 음식 문화에 대한 지속가능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관광 및 식품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 Su Park 서비스를 통해 생산자, 유통업자, 소비자가 얻는 장점
대부분 해카톤을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들은 팀원들의 의지에 따라 실현되기도 하고, 아이디어 단계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먹고 사는 중요한 문제와 관련된 이번 해카톤은 참여자와 주최자의 적극적인 의지로 실제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진행중이다. 식품 산업 발달이 활발하지 않았던 핀란드에 디자인과 결합된 음식산업 아이디어가 어떻게 실현될지 기대가 된다.
http://hackthefood.com
리포터_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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