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핀란드에서 연중 가장 활발하게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이다. 특히 헬싱키에서100km 서쪽에 위치한 예술가 마을 피스까르스(Fiskars)는 겨우 내 외부인에게 닫혀있던 문을 활짝열어 다양한 전시회와 문화 행사가 관람객을 환영한다.

피스까르스 마을은 주황색 손잡이 가위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피스까르스 회사가 탄생한 곳이다. 역사의 시초는 1649년 제철소가 있던 곳으로, 초기 제철 공장이 문을 닫은 뒤 피스까르스 기업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모집해서 작업과 전시, 판매 공간을 제공했고, 현재 핀란드 예술을 대표하는 많은 작가들이 거주하는 마을로 조성되었다. 여름에는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디자인 샵을 비롯한 공예가의 작업실과 쇼룸을 방문할 수 있어 방문객이 많은 곳이다. 

피스까르스 마을에 위치한 전시장 입구 ⓒ Kerttu Penttilä

  전시장으로 사용되는1902년에 지어진 곡물 창고 ⓒ Kerttu Penttilä 

대부분의 핀란드인은 가족마다 숲 속 호숫가에 여름 오두막을 가지고있다.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작은 여름 집은 자연과 동화되어 여름 휴가를 온전히 내 시간으로 채울 수 있는 아늑하고 소박한 공간이다. 수많은 핀란드 디자이너, 예술가들은 영감의 원천을 여름 집에서 보내는 삶에서 얻는다고 회자된다. 이러한 핀란드의 여름 문화를 아주 잘 보여주는 디자인 전시를 보기위해 피스까르스 마을을 찾았다. ‘피스까르스 여름 집 Fiskars summer house’ 전시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는 마을의 초입부에 위치한 백년이 넘은 곡물창고를 개조한 전시장에서 열렸다. 전시는 헬싱키 디자인 위크가 기획하였고, 현재 핀란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상상한 핀란드 예술가의 여름 집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전시장 전경 ⓒ Kerttu Penttilä 

전시의 준비 과정은 디자인 위크 제작사가 선정한 아홉개의 핀란드 기업이 디자이너를 선정하고, 각 디자이너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를 선정했다. 그리고 그들이 선정한 뮤즈의 여름 집을 상상하며 기업의 브랜드를 새로운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디자이너가 기업과 예술가를 연결하여 기존 브랜드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것이다. 전시장을 구성하는 인테리어 요소는 선정된 아홉개의 기업 뿐만 아니라 핀란드 디자이너와 피스까르스 지역에서 작업하는 디자이너의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 예술품 등 다양한 범위의 물건들로 공간을 채웠다. 

9개의 공간: 9개의 핀란드 브랜드 X 9명의 디자이너 X 9명의 영감을 준 작가

아래 아홉개의 여름 집 공간을 구성한 핀란드 브랜드와 디자이너 그리고 그들이 영감을 받은 예술가를 소개한다.

첫번째 공간. 사우나룸:  Lapuan Kankurit X Aoi Yoshizawa X Rut Bryk

숙련공이 직조한 천으로 만들어진 자연적인 느낌의 Lapuan Kanurit의 텍스타일 제품 ⓒ Kerttu Penttilä 

여름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사우나는 핀란드인에게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소중한 곳이다. 사우나실 옆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 함께 있는데 이 공간은 텍스타일 브랜드 Lapuan Kankurit과 텍스타일 디자이너 아오이 요시자와(Aoi Yoshizawa)가 협업해서 디자인했다. 

 Lapuan Kankurit 대표와 디자이너 Aoi Yosizawa ⓒ Kerttu Penttilä 

참여한 디자이너 중 유일한 외국인으로 아오이 요시자와는 일본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북유럽 3국: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예술과 텍스타일 디자인을 공부한 디자이너이다. 현재는 핀란드 알토대학교를 졸업 후 프리랜서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활발히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의 스웨덴, 핀란드 브랜드와 협업하고있다. Lapuan Kankurit은  라푸아 지역의 직조공이라는 뜻으로 4대째 내려오는 백년 역사의 가족 기업이다. 린넨과 울, 코튼의 천연 원재료를 다루는 것 부터 결과물 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해서 수공예 작품 버금가는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한다. 모든 제품은 핀란드의 라푸아 지역에 있는 공장에서 숙련된 기술로 직조된다.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협업해서 만든 타월 시리즈 ⓒ Kerttu Penttilä 

 벽에걸린 담요는 아오이와 라푸안 칸쿠릿의 협업 제품, 가구는 피스까르스에서 생산되는 제품 ⓒ Kerttu Penttilä  

 피스까르스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의 선반과 라푸안 칸쿠릿의 제품 ⓒ Kerttu Penttilä 

디자이너 아오이가 영감을 받은 작가는 핀란드의 아라비아 도자기를 대표하는 도예가 중 한명이었던 루트 브릭(Rut Bryk)이다. 디자이너는 루트 브릭의 전시에서 본 섬세한 기하학적 모듈의 모자이크 타일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텍스타일과 전혀 다른 재료이지만, 도자기 표면의 패턴에서 직조된 섬세한 텍스타일의 패턴과 공통점을 발견했다. 기하학적인 형태와 미묘하게 다른 옅은 물빛의 작은 요소들의 조화로 만들어 내는 매력적인 패턴을 공간과 소품으로 표현했다. 전시에 사용된 푸른빛 타월과 도자기는 아오이가 디자인한 제품이며, 가구는 피스까르스 마을에서 거주하며 작업하는 디자이너의 제품이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텍스타일과 가구로 구성된 공간은 포근하고 따뜻해서 낮잠을 한숨 자고싶은 공간이었다. 전시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joki 패턴의 린넨타월은 강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올해는 전시장 내 샵에서만 판매되고, 내년부터 Lapuan Kankurit의 다른 매장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라푸안 칸쿠릿 웹사이트  https://www.lapuankankurit.fi/en   

-아오이 요시자와 웹사이트  https://www.aoiyoshizawa.com

두번째 공간. 베란다:  Nikari X Samu-Jussi Koski X Tove Jansson

ⓒ Kerttu Penttilä 

베란다 공간은 1967년에 설립한 핀란드 가구 브랜드 Nikari와 핀란드 의류 브랜드 Samuji를 창업한 패션디자이너 사무-유씨 꼬스끼(Samu-Jussi Koski)가 협업했다. 그는 마리메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독립해서 자신의 브랜드 Samuji 를 만들었으며 핀란드의 정취를 담은 조용한 아름다음을 추구한다. 윤리적으로 제작되는 제품을 추구하며 두해 전 부터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인 Samuji Koti를 런칭하여 본 사이트에 소개 된 적이 있다. Nikari는 피스까르스에 위치한 가구 회사로 1967년에 창업 했으며, 핀란드의 고품질의 목재를 사용한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디자이너 알바알토와 같은 건축가와 활발히 협업해 왔으며 현재 다국적 디자이너들과 협업하여 가구를 생산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선택한 예술가는 핀란드 대표 캐릭터 무민을 그린 작가로 잘 알려진 토베 얀손(Tove Jansson)의 아뜰리에를 생각하며 공간을 구성했다. 

 디자이너와 가구 브랜드 대표 ⓒ Kerttu Penttilä 

 화가의 베란다 ⓒ Kerttu Penttilä 

그가 영감을 주는 예술가로 토베얀손을 선택한 이유는 가구 브랜드 Nikari와 토베 얀손 그리고 디자이너 모두 간소하고 진실되며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핀란드 모든 국민이 사랑하는 무민 책 시리즈 중 ‘여름 책’은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공간의 중심에 있는 모자는 무민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쓰는 것 같은 형태를 하고있다.

 ⓒ Kerttu Penttilä 

-가구회사 니까리 웹사이트  http://www.nikari.fi  

-사무 유씨 꼬스끼의 사무이 웹사이트  https://samuji.com

세번째 공간. 다이닝룸:  Iittala X Aalto+Aalto X Sasha Huber

 ⓒ Kerttu Penttilä

식사 공간은 북유럽 식탁 위에 놓여지는 유리 제품의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브랜드 Iittala와 제품 및 공간 디자인 그룹인 알토알토(Aalto+Aalto)가 구성했다. 알토알토는 부부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강한 정체성과 이야기를 가진 특별한 일상의 오브젝트를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이다. 

 우측 공간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는 디자이너 ⓒ Kerttu Penttilä 

디자이너는 브랜드와 자신의 작업 방식을 가장 잘 투영할 수 있는 예술가로 설치 예술작가 사샤 후버(Sasha Huber)를 선택했다. 사샤는 디자이너가 대학을 다닐 때 부터 알고지내던 오래된 친구이자 존경하는 예술가이다. 사샤의 작품은 주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불평등에 대한 강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데, 그 메세지를 표현하는 메타포는 목공 작업에 자주 쓰는 공기 스테이플 총이다. 스테이플 총을 쏘는 행위 자체는 의미상의 무기를 나타내며 작가의 메세지를 더욱 강하고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전달하는 주요한 표현 도구이다. 

 작가와 협업해서 제작한 테이블 ⓒ Kerttu Penttilä

ⓒ Kerttu Penttilä 

작가는 스테이플로 장식된 설치 작품과 식탁을 만들고, 디자이너는 식탁과 같은 크기의 거울을 달아 맞은편에 설치된 작품을 투영했다. 수많은 이딸라의 유리 제품 중 디자이너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선반에 설치하고 양쪽에 거울을 달아 무한대로 이어지는 선반을 만들었다. 식탁을 주변으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작가와 디자이너의 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 디자이너가 설명하는 이딸라, 알토알토, 사샤 후버의 공통점은 심오하고 깊은 이야기를 간결한 형태로 풀어내는 세계관이라고 설명한다. 

-이딸라 기업 웹사이트  https://www.iittala.com

-알토알토 디자인 웹사이트  http://aaltoaalto.com   

네번째 공간부터 다음회 핀란드 예술가의 여름 집 2부에 이어서 소개된다. 

리포터_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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