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독립 101주년을 기념하며 헬싱키 시민들 모두에게 큰 선물이 주어졌다. 바로 헬싱키 시내의 문화 중심지에 지어진 헬싱키 중앙 도서관 ‘Oodi(우디)’이다. 도서관 개장 행사에는 시민과 대통령, 헬싱키 시장 및 핀란드 문화-예술계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새로 문을 연 헬싱키의 거실에서 이틀 동안 축제를 벌였다. 2018년 12월 5일에 시작한 개장 행사는 이틀 간 약 55,000명의 시민들이 참석하였다. 헬싱키의 인구를 생각하면 전체 인구의 10명 중 1명은 개장 축하 행사에 참여한 수치이다. 이후에도 약 한달 가량은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도서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 Tuomas Uusheimo

1층 로비 ⓒ Risto Rimppi 

핀란드의 공공 도서관

2016년 영국 학자의 조사에 의하면, 핀란드는 전세계 200개 국가 중 가장 학식이 있는 나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문맹률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도서관 운영과 독서량, 신문 보급 률,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매체 보급률을 조사한 수치라고 한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공공 도서관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것은 1928년 부터 법으로 제정되어 현재까지 발전되어온 시민의 필수 권리이다.

헬싱키 시민 한 명 당 한 해에 빌리는 책의 평균 양은 약 12권이 넘으며, 2017년 핀란드 정부가 도서관 서비스에 사용한 예산은 한명 당 약 57유로 이다. 이는 미국과 비교하면 약 두배에 해당하는 많은 금액이다. 이미 헬싱키에는 동네마다 가까운 거리에 훌륭한 도서관이 많이 존재하지만 시내 중심에 9,800만 유로의 예산을 들여 우디 도서관을 만들었다. 이는 전세계 도서관의 미래 발전을 위해 공공 도서관이 나아가야할 새로운 선례를 제시하고있다.

 3층 유리창으로 보이는 핀란드 국립 박물관 ⓒ Daniel Leiviskä

우디 도서관이 위치한 곳은 헬싱키에서 가장 활발한 만남의 장소인 Kansalaistori 광장으로, 도서관이 생기면서 광장이 기존에 가졌던 도심 문화와 미디어 허브 역할을 더욱 강화시켰다. 도서관 주변에는 헬싱키 음악 센터, 핀란디아 음악 홀, 헬싱키 신문사 본사 건물, 그리고 키아즈마 현대 미술관과 핀란드 국립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또한 도서관의 맞은 편에는 국회의사당이 있으며, 도심 공공 공간으로 모두에게 무료로 열려있는 비상업적 공간으로 운영된다.

Not just a library. your interface to everything.

우디 도서관의 홈페이지 첫 페이지에서 우디는 단순한 도서관이 아닌 모든것을 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우디는 전통적인 도서관의 역할인 책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넘어서 공공 도서관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사용자에게 지식과 새로운 기술 그리고 이야기를 제공하고, 모든 배움을 위해 접근하기 쉬운 장소로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성격의 공간 구성을 제공하고있다.

1층 홀은 목적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활동적인 공간으로 전시와 공공 강연 및 토론을 위한 가변적인 회의실, 영화관, 레스토랑 및 카페, 어린이를 위한 놀이 시설이 구성되어있다.

2층은 굉장히 다양한 창조적 활동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세분화 되어 나뉘어져있다. 공예 및 예술 작업을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따로 있고, 다양한 시설-재봉틀 부터 3D 프린트기 까지-을 예약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워크샵 공간 옆은 계단식 공간에서 자유롭게 작업을 하거나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있다. 

작은 미팅룸을 예약해서 비영리 목적의 다양한 미팅을 진행 할 수 있고, 그룹 과제를 진행하는 청소년들도 많이 보였다.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다양한 워크숍을 개인이 개최하기도 하며, 작은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매일 이벤트가 끊임없이 열리는 2층에 방문했을 당시, 스무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소파 공간을 예약하여 손뜨게질 워크숍을 하고 있었다. 또한 음악을 녹음하고 영상 편집실이 따로 마련되어 고가의 장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2층 계단식 열린 공간 ⓒ Tuomas Uusheimo

3D 프린트기 ⓒ Tuomas Uusheimo 

만약 우디 도서관을 2층까지 본 사람은 도서관이라고 말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책 대신 태블릿 피씨를 빌려주는 스테이션이 놓여져있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시끌벅적한 참여형 워크숍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반면 코너에는 리딩룸이 개별적으로 마련되어 목적에 따라 공간을 확실히 구분하였다.

3층에 올라가면 비로소 도서관의 책을 볼 수 있다. 넓게 펼쳐진 공간의 양 끝은 오르막 언덕 데크가 솟아있다. 그 위에서 책을 읽거나 자유롭게 소풍온 듯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실내 공간이지만 유리창으로 자연스럽게 투과되는 빛을 통해 광장에서 느끼는 실외의 자연을 내부에서도 느낄 수 있다. 

3층 전경 ⓒ Tuomas Uusheimo

 ⓒ Risto Rimppi

데크 아래는 어린이가 마음껏 책을 보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파티션이 없는 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테라스 근처에 위치한 카페에서 나오는 소음이 방해가 되지 않았다.  작업 책상들이 모여있는 곳으로는 소음이 전달되지 않았고, 도서관의 답답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신선하고 활기찬 공간이었다.

3층 언덕 아래 공간에 위치한 어린이 스토리텔링실ⓒ Tuomas Uusheimo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3층 공간 ⓒ Tuomas Uusheimo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민 참여 서비스 디자인

법에서 명시한 공공 도서관의 역할은 평생교육과 활발한 시민권을 장려하고,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뒷받침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디 도서관 서비스 디자인 기획 단계에서 많은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었다. 도심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이벤트, 워크샵을 통해 깊이 있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웹사이트와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더욱 광범위한 아이디어와 시민들의 요구를 조사했다. 이렇게 모인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팁, 꿈은 시민이 진정으로 도서관에서 필요로하는 서비스로 계발 되었다. 더욱이 미래의 도서관에 내 의견을 직접 제시하면서 시민은 공공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게 했다. 도서관은 책과 더불어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 하면서 현대 도서관이 가져야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노력한다.

도서관 디자인 ALA Architects

시내 중앙에 세워진 17,250 스퀘어미터의 도서관은 핀란드의 젊은 건축회사 ALA Architects가 디자인했다. 헬싱키 도서관의 대부분은 공모전으로 디자인을 선정 되므로 당대 가장 촉망받는 젊은 건축가가 디자인한 건물들이 많이 볼 수 있다. 우디 도서관도 익명으로 진행된 국제 건축 공모전을 통해서 544개의 제안서 중 당선되었다. 핀란드의 가문비 나무를 외장 재료로 사용하여 급하강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도서관 디자인은 외부 공간인 시민의 광장을 실내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천정은 겨우내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듯한 부드러운 곡선을 하고 있다. 3층의 유리창으로 눈이 내리는 듯한 하얀 점들은 자연스러운 캐노피 역할을 하며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_도서관의 내부를 설명하는 동영상

“우디는 도서관이라는 기관 안에서 운영되는 거대한 공공 포럼이지만, 책을 보관하는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서 다양한 접근성과 기능성을 제공하는 장소입니다. 이는 활발히 성장중인 헬싱키의 중심에서 수준 높은 공공의 삶과 생각, 생산,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_Antti Nousjoki, ALA Architects

https://www.oodihelsinki.fi/en/

리포터_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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