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제품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교육자 한스 탄Hans Tan의 ‘사롱 파티 컬렉션Sarong Party Collection of Vases’ 서남아시아 사람들이 허리춤까지 올려있는 전통치마 ‘사롱Sarong’의 무늬가 도자기의 허리까지 채우고 있다. / Hans Tan
한국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디자인에서 끊이지 않는 화두는 ‘전통’이다. 여러 민족이 융합되어 만들어지고, 다른 나라와 영향을 계속 주고받은 나라이다 보니, 무엇이 싱가포르 전통의 DNA인지, 어떤 것을 싱가포르 디자인이라고 세계에 내세울 수 있을지, 싱가포르의 디자이너들은 계속 고민한다.
싱가포르의 제품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교육자 에드윈 로Edwin Low는 수퍼마마Supermama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국내외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을 주선하며,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담은 제품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수퍼마마의 주력 상품은 싱가포르의 아이콘이 덧입혀진 납작한 도자기 접시이다. 여행가방에 부담 없이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심리적인 안도감을 주는 크기에 잘 보이는 곳에 오너먼트로 놓고 싶은 정도의 화려함을 가졌다. 접시 위에 입혀지는 그래픽 디자인은 싱가포르 디자이너에게 맡기되, 제작은 항상 일본의 공방에서 한다. 제품의 완성도, 장인들의 숙련된 재주와 제품을 대하는 태도는 싱가포르보다 일본이 우위라는 생각을 가진 에드윈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발품을 팔아가며, 일본의 각 지역에 숨겨진 공방을 찾아 인간적인 친밀감을 쌓아가며 협력관계를 맺는다. 장인들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은 제품 구매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제품 가격 측정에도 자신감이 있다고 한다. 제품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교육자 한스 탄Hans Tan은 전통적인 형태와 문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전통 도자기를 골동품 가게에서 구매한 뒤, 유약이 발라진 매끄러운 표면을 부분적으로 하얗게 연마하거나, 깊이감이 느껴지도록 패턴을 새겨 넣은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한스의 표면 연마 작업 방식은 서남아시아의 전통 섬유 바틱Batik 염색 기법(Resist-dyeing technique)을 응용했고, 패턴은 싱가포르 항공의 유니폼 ‘사롱 께바야sarong kebaya’의 바틱 무늬에서 영감을 받았다. 두 사람은 각각 2013년과 2018년에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에게 최고의 영예로 받아들여지는 싱가포르 대통령 배 디자인상을 받았다.
한스 탄의 Outside in No.1(위)과 Outside in No.1-7(아래) / Hans Tan
한스 탄의 Striped Ming No.16,17,18, 19(왼쪽부터) / Hans Tan
한스 탄의 Spotted Nyonya Vessel with Cover XXL의 세부 이미지 / Hans Tan
수퍼마마의 One Singapore 2019 프리미엄 에디션(지름 24cm) / Supermama
수퍼마마의 The beaded Nyonya collection, 싱가포르의 페라나칸(*Peranakan: 무역업을 하는 외국인들과 싱가포르 현지인들의 국제결혼으로 생성된 그룹으로 뛰어난 손재주로 유명하다.)들이 한 땀씩 수놓는 구슬공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자기에 색을 구슬처럼 입혔다. / Supermama
전체 인구의 75%를 넘는 중국계 싱가포르인의 영향으로 싱가포르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며있는 중국의 도자 문화를 부정하거나, 엉뚱한 것을 덧붙여 싱가포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있던 요소를 덜어내거나 다른 차원의 기술을 가진 외부 파트너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전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싱가포르의 디자이너들의 작업 방식이 인상 깊지 않은가?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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