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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와 친해지기

최근 국제화를 위해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 우리 삶에서 영어 등의 외국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영어 배우기가 과열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우리말인 한글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한글을 위한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사실, 우리말인 한글에 대한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지는 않은지. 요즘 일본에서는 영어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언어인 일본어를 알고 쓰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보다도 외래어의 비중이 훨씬 높은 일본이지만, 이제 일본어 본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한 움직임 중에서 디자인과의 조화가 독특하고 재미있는 몇 가지 아이템을 소개하고자 한다.


>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NHK 「일본어로 놀자(にほんごであそぼ)」



2004년도의 일본 굿디자인 대상은 놀랍게도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이 차지했다. 이것은 디자인의 대상이 물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다시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인 언어에 초점을 맞추어 어린이들이 즐기면서 자기표현능력을 티울 수 있도록 하고, 전통적인 일본어의 풍부함에의 흥미,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영상표현이 신선하면서도 매우 퀄리티가 높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어로 놀자 (にほんごであそぼ)」는 취학 전의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현대 가정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적인 일본어를 어릴 때부터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풍부한 언어감각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것이 목표이다. 문장이나 속담, 의음어와 숙어등을 즐겁고 자연스럽게 배울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감성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고,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일본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친근하면서도 혁신적인 연출로 보여주는 유니크한 언어 버라이어티라고 할 수 있다.





메인 캐릭터인 코니짱(코니시키: 전 스모선수로 하와이 출신이다)과 아이들. 일본어가 테마인 프로그램이지만 일부러 일본어를 모국어로 배우지 않은 외국인을 기용하였다. 코니짱은 아이들과 같은 시선으로 말하고 시를 외우는 등 아이들의 입장에서 극을 진행하면서도 큰 덩치로 아이들을 이끌어나가고 감싸주는 캐릭터로 나온다.

아이들은 의외로 어린이스러움을 싫어한다. 모두들 기억을 더듬어보면 생각이 나겠지만 항상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언니, 오빠가 되고 싶어한 적은 없는지. 제작진은 이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화면에 나오는 문자들도 어린이스러운 글자를 일부러 쓴다던가 하는 것처럼, 과거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어린이스러운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어린이의 이미지를 강요했던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큰 잣대가 되었다고 한다. 어린이는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어린이스러움이나 어른스러움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질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뭐든지 흡수한다. 그렇게 때문에 반대로 질이 높은 것을 발신하면 그 만큼 술술 흡수한다는 것이다.


코니짱과 아이들은 옛날 시를 극 형식으로 표현한다. 취학 전의 조그만 아이들이 열심히 고시를 외워서 소리내어 낭독하는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어른못지않게 진지하다.



위) 이로하니호헤토 (낱말 놀이 노래)
아래) 12개월의 일본어 표현을 공부하기 위한 춤. 아이들이 각자 하나의 달을 앞면에는 한자어로, 뒷면에는 숫자로 된 옷을 입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아트디렉션을 담당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사토 타쿠(佐藤 卓: 자일리톨 껌등의 디자인 등으로 유명하다)는 그래픽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컨텐츠와 의상, 무대미술 등, 어린이들에게 수준 높은 세계를 보여주는 데에 주력했다고 한다.

디자이너 측이 제안한 테마는
1. 전통적인 일본어의 독특함을 케케묵은 옛 것이 아니라 신선하고 재미있는 매력적인 것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
2. 기존의 어린이 프로그램에 많았던 ‘설명적’부분을 적게 하고 보다 단순한 형태로 언어의 즐거움을 깨달도록 하려면 어떤 연출을 해야할까.
3.영상, 음악 등의 표현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써 아이들의 오감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였다고 한다.

이렇듯 질이 높은 컨텐츠를 아이들이 주목하고 보게하려면 재미있으면서도 눈을 떼지못하게 하는 주목성이 필요하다. 10분 남짓한 프로그램 안에서 짧은 여러 코너로 나뉘어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쿄겐(狂言: 일본의 전통 연극), 라쿠고(落語: 전통 희극, 보통 한무대에 한사람이 앉아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히라가나의 애니메이션, 의음어 애니메이션 등, 맥락이 없고 앞 뒤 연결이 안되는 것은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것이 나올지 예측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루해지지 않게 하는 의도이다. 또한 일본어 본연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게 위해 문자의 타이포그래피도 새롭게 만들어냈다. 티비 화면이 섬세한 타이포그래피를 재현하는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두꺼운 서체가 필요했다. 원래 있던 서체를 쓰지 않고 새로운 서체를 쓴다는 것은 화면을 만들어 내는데에 많은 작업을 요한다.

문자가 프로그램의 한 기둥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제작 스탭에게 디자인을 인식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문자는 그냥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이기 이전에 하나의 컨텐츠라는 제작진의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히라가나의 작성 과정과 화면에 응용하기 위한 검토작업. TV화면에서 잘 보일 수 있도록 선을 두꺼우면서도 부드럽게 처리했다.



프로그램에서 한코너를 담당했던 카루타 놀이(일본의 전통적인 카드놀이의 일종). 웹페이지에서 직접 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인 나카죠 마사요시(仲條正義)의 작품. 이 게임은 상품화되어 인기를 끌었다.


<참고>
http://www.nhk.or.jp/kids/nihongo/index.html
http://www.g-mark.org/
AXIS vol.113 2005년 2월호


>GIONGO GITAIGO JISHO 의음어 의태어 사전

두번째로 소개하는 것은 일본어의 의음어 의태어를 설명하는 사전이다. 사전이라고 하면 흔히 어렵고 글자만 빽빽히 들어있는 것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것은 사전이라기 보다 이야기 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969개의 의성어, 의태어의 단어가 일러스트와 사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히라가나 순으로 나열된 단어들이 사진, 일러스트와 조화를 이루고 있고 예문을 통해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낸다. 향수를 느끼게 하는 빛바랜 듯한 사진과 아이가 그린 것 같은 따스한 느낌의 일러스트가 일본어가 가지는 부드러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스토리는 어떤 마을 속에 사는 등장인물들의 일상생활을 그리고 있는데, 특별히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등장인물들을 예문에 등장시켜, 일상적인 소소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예문이 독특하고 유머가 있어서 어른을 위한 세련된 동화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이마쯔가이(言いまつがい)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것은 일본어의 아름다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역 발상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책 「이이마쯔가이(이이마찌가이; 잘못된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재미있는 말 실수를 모아노은 책이다. 상황도 재미있고 읽으면서 절로 웃음이 나는 내용들 뿐이지만, 그 제본에 있어서도 ‘틀림’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책의 컨셉에 맞추어 디자인에서 제본까지 확실하게 잘못된 책을 만들어내었다. 책에 대한 집착과 고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책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는 제본의 형태. 재단이 약간씩 기울어져있다. 정사각형인 책과 비교했을때 확실히 알 수 있다. 우측의 빨간색 부분이 보통 책의 각도이다.



밑면과 펼치는 부분인 책배가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책꽂이에 꽂았을 때 조금 튀어나오면서 기울어진다.



모서리가 필요 이상으로 둥그렇게 처리되어 있고 표지는 책보다도 짧게 접혀져있다. 이러한 데에 특별한 목적이나 이유는 없고 책 자체가 틀림의 결정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책등의 아래 위를 일부러 재단하여 책 내지가 보이게 되어 있다. 이것은 불량품이 아니라는 웹페이지의 설명이 재미있다.




표지의 접혀진 면을 접었다 펼혔다 하면 아저씨 캐릭터가 춤을 춘다. 안쪽 표지에는 또 다른 무의미한 구멍이. 속지는 32페이지마다 백색과 크림색의 종이가 사용되고 있다. ‘틀림’을 철저하게 하나의 책으로 만든 장인정신이 놀랍다.




<참고>
DTP World 별책 BOOK DESIGN vol.2
http://www.1101.com/store/iimatug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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