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파일이 보편화 되면서 음악듣기는 한결 편해졌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옥 같은 앨범 디자인들을 레코드가게에 가지 않는 한 주변에서 구경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음악 앨범은 그래픽 디자인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책표지 디자인처럼 앨범 표지디자인은 소비자들의 앨범구매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 요즘엔 보기 힘든 LP 판의 자켓을 보면, 과거에 대한 향수도 한몫 하겠지만 CD앨범에 비해 지면상의 공간이 넓은 탓에 상대적으로 기억에 남는 앨범 디자인들이 많다.
이러한 ‘작은 공간 = 디자인 아이디어 발휘기회 감소’의 일반적인 공식을 무색하게 만드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우표 디자인이다. 기껏해야 가로세로 3-4cm 밖에 안 되는 지면에 무언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여러 가지 다른 우표디자인들을 보고 있자면 이렇게 작은 지면 안에서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들이 표현되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영국의 체신업무를 담당하는 로얄 메일(Royal Mail)에서는 매년 한 달에 한번 정도, 그리고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특별한 주제의 우표시리즈를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우표는 가로 세로길이가 각각 20mm*24mm인데, 기념 우표들은 디자인에 따라 가로 세로가 32x30mm, 35x35mm, 41x30mm, 30x40mm, 60x21 mm 등으로 달라질 수 있다.
* 일반적인 영국 우표.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옆모습이 담겨있으며 우표 종류에 따라 배경색을 달리 하였다. (빨강색은 빠른 우편용, 파란색은 일반우편용. 짙은 회색은 유럽행 우편용, 금색은 몇 년전의 여왕즉위 50주년(jubilee)을 기념한 빠른 우편용)
영국의 기념 우표 수집/판매 전문회사인 스탠리 깁슨(Stanley Gibbons)사에서 매년 발행하는 브로셔를 보면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1837년부터의 우표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이들을 살펴보면 단지 최근 몇 년이 아니라 그 동안 영국의 우표디자인의 높은 퀄리티가 꾸준하게 유지되어 왔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또한 우표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통해 그 당시 영국의 이런저런 상황들(예를 들어 60년대 초반에는 2차 대전 후 황폐해진 국가를 개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캠페인을 홍보하는 우표들이 많이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 트렌드의 변화 등도 느낄 수 있다.
* 위 : 1962년 11월, 전국 생산력 향상의 해(National Productivity Year) 기념우표,
가운데 : 1963년 5월, 제 9회 국제 구명보트 회의(Ninth International Lifeboat Conference, Edinburgh) 기념우표,
아래 : 1963년 3월, 기아 탈출(Freedom from Hunger) 기념우표
* 왼쪽 : 1998년 6월, 국가 복지 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기념 우표,
오른쪽 : 1978년 8월, 영국 사이클링 클럽 100주년 기념(Centenaries of Cyclists Touring Club and British Cycling) 우표
* 왼쪽 : 1965년 9월, 영국 전쟁 25주년(25th Anniversary of Battle of Britain) 기념우표,
오른쪽 : 1998년 4월, 유명 영국 코메디언들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 왼쪽 : 1977년 1월, 라켓을 사용하는 운동들 우표 시리즈.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스쿼시. 공의 동선을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오른쪽 : 1977년 3월, 왕실 화학회(Royal Institute of Chemistry) 설립 백주년 기념 우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테로이드-Conformational Analysis, 비타민 C-Synthesis, 소금-Crystallography, 녹말-Chromatography.
로얄 메일은 디자인 부서 책임자와 각 분야에서 인정 받는 디자이너들, 프린트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우표 자문 위원회(Stamp Advisory Committee)’를 두고2-3년에 걸쳐 기념우표 디자인을 선정하는 등 우표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자문 위원회가 의논 끝에 적당한 주제들을 선택하고 이를 공고하면, 관심 있는 디자이너/디자인 회사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담은 디자인 안을 제출한다. 위원회 미팅에서는 이들 디자인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안을 두세 개 1차로 선정한다. 선정된 디자이너/팀들은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하여 디자인을 좀더 발전시키고 다시 제출하는데 이 과정을 자문위원회에서 만족할만한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거친 후 선정된다고 하니, 매번 기념우표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멋진 디자인에 반해서 모으지 않을 수가 없다. : )
주제 또한 왕실 결혼 같은 특별한 기념일, 역사적 기념일 외에 영국 각 지방의 자연, 동물, 교통수단, 제품, 사람, 건물 등 여러 분야에서 영국을 상징하는 주제들을 선정하여, 다양한 각도로 국가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최근의 기념우표 주제는 ‘Changing tastes in Britain’으로 영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여섯 가지 글로벌 음식/음료들을 소개하였다. 세계적으로 맛없는 것으로 악명 높은(^^) 영국 전통음식의 열세와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도 카레 등의 타국음식/음료들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함으로써 다인종, 다문화 국가의 영국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최종안으로는 스위스 출신의 RCA 학생 Cattell Ronca의 디자인이 선정되었는데, 그녀는 런던에 살면서 다양한 종류의 글로벌 카페와 레스토랑, 배달음식점들을 접하는 자신과 주변친구들의 일상생활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고 한다.
* 2005년 8월. Changing tastes in Britain 기념우표 시리즈. 빠른 우편용, 일반 우편용, 유럽 엽서용, 유럽 편지용, 유럽외 다른국가 엽서용, 유럽외 다른국가 편지용 등 총 여섯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패키지는 위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뒷면과 안쪽에 각 우표에 대한 설명과 배경내용들이 설명되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발간된 기념우표들 중 개인적으로 수집한 것들 중 몇가지 아래에 소개하였다. 로얄 메일의 웹사이트에서는 더 다양한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는데, 불법으로 프린트해서 우표로 대체 사용하는 걸 염려해서인지 해상도가 그다지 좋지 않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로얄 메일을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Stanley Gibbons의 브로셔를 구입해볼 것을 추천한다.
* 위 : 2004년 1월, 왕실 예술회 RSA(the Royal Society of Arts) 설립250주년 기념우표,
아래 : 2004년 4월, Entente Cordiale, 1904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맺어진 친결동맹(friendly understanding) 100주년 기념 우표
* 위 : 2004년 2월. 개인적으로 특별한 날(occasions)을 위한 우표 시리즈. 일본 디자이너 Satoshi Kambayashi가 편지봉투를 주제로 한 귀여운 이미지들을 표현하였다. 예를 들어 아기 탄생 축하 편지에는 두번째 그림을, 항공 우편으로는 마지막 우표를 사용할 수 있다.
가운데 : 2004년 2월. JRR Tolkien의 소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이 첫 출판된 지 50주년 기념 우표,
아래 : 2004년 1월. 세계 최초의 증기기관차가 처음 영국 선로에 선지 20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시리즈. 일반 우표 사이즈에 비해 가로를 늘리고 세로를 줄임으로써 기차의 긴 수평적 이미지를 잘 살렸다.
* 2001년 6월 : 영국 모자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모자들이 주제로 선정되었다. (Fashion Hats)
* 2001년 1월, 뉴 밀레니엄 기념우표로 미래의 꿈나무인 아이들의 권리(Rights of the Child)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페이스 페인팅으로 표현하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꽃-Nurtuer Children, 호랑이-Listen to Children, 올빼미-Teach Children, 나비-Ensure Children’s Freedom.
* 2001년 7월, 연못 생활(Pond Life)을 주제로 개구리, 잠자리 같은 연못에서 사는 생물들을 소개하였다.
* 2001년 9월 : 영국의 유명한 어린이 프로그램인 ‘Punch and Judy Show’에 등장했던 꼭두각시들
* 2001년 10월 : 노벨상 백주년 기념 우표(centenary of Nobel Prizes).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화학, 경제학, 문학, 물리학, 평화, 의학상.
* 1996년 2월부터 11월까지, 특별한 날들을 위한Greetings Stamps. 뉴요커(The New Yorker) 지의 고정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찰리 바소티가 그린 재미있는 이미지들로, 보내는 편지 내용에 어울리는 우표를 선택하고 작은 어구들도 붙여서 보낼 수 있다. 받는 이로 하여금 내용을 뜯어보기 전에 미소 짓게 만드는 디자인의 사회적인 역할(!!)을 잘 살렸다.
* 2003년 2월. 디자인 회사 Johnson Banks가 디자인한 과일 야채 우표 시리즈. 예전에 디자인 뮤지엄 전시회 관련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과일/채소 우표를 봉투에 붙이고 악세서리들을 덧붙여 보내는 사람의 개성이 돋보이는 우표를 만들 수 있다.
* 2003년 2월. 디자인 회사 Johnson Banks가 디자인한 과일 야채 우표 시리즈. 예전에 디자인 뮤지엄 전시회 관련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과일/채소 우표를 봉투에 붙이고 악세서리들을 덧붙여 보내는 사람의 개성이 돋보이는 우표를 만들 수 있다.
* 2005년 2월. 샬롯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파올라 레고(Paula Rego)가 재현한 기념우표.
* 위 : 2005년 2월. 여행지로 각광받는 남서쪽 잉글랜드 지방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 우표들.
가운데 : 웨일즈 지방 우표. 이외에도 스코틀랜드지방과 북 아일랜드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이 국내여행 시리즈로 선정되었다.
아래 : 2005년 4월. 영국내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지 기념 우표들
* 위 : 2005년 2월. 여행지로 각광받는 남서쪽 잉글랜드 지방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 우표들.
가운데 : 웨일즈 지방 우표. 이외에도 스코틀랜드지방과 북 아일랜드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이 국내여행 시리즈로 선정되었다.
아래 : 2005년 4월. 영국내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지 기념 우표들
-교통수단 시리즈 : 2001년의 버스 시리즈, 2002년의 비행기 시리즈, 2003년의 교통 장난감 (Transport of Delight), 그리고 2004년의 증기기관차(Classic Locomotives), 원양 정기선(Ocean Liners) 시리즈에 이어 올해의 교통수단 주제로는 오토바이가 선정되었다.
* 2001년 5월: 영국 대중교통 수단의 상징인 이층버스 운행 150주년 기념 우표
* 2003년 9월. 장난감 박람회(Toy Fair)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5개의 영국 주요 장난감 회사들-Meccano, Wells-Brimtoy, Hornby, Dinky and Mettoy-이 만든 모형운송수단을 소개하였다. 골동품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답게, 옛날 장난감 패키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기념우표 레이아웃 또한 돋보인다.
* 2003년 9월. 장난감 박람회(Toy Fair)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5개의 영국 주요 장난감 회사들-Meccano, Wells-Brimtoy, Hornby, Dinky and Mettoy-이 만든 모형운송수단을 소개하였다. 골동품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답게, 옛날 장난감 패키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기념우표 레이아웃 또한 돋보인다.
* 2005년 7월, 영국에서 만든 BSA, Norton, Triumph 등의 클래식 오토바이 디자인.
* 2005년 1월. 동물농장 시리즈. 2001년에 개와 고양이 시리즈로 시작된 이래로 5번째인 영국에서 볼 수 있는 동물시리즈로 돼지, 거위, 소 등의 가축들이 선정되었다.
* 2005년 3월. 마술 협회인 ‘Magic Circle’의 창단 백주년 기념 우표. 각 우표마다 간단히 따라 할 수 있는 마술 트릭들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였다.
* 2005년 6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공식 생일 기념우표. 영국에서 발행하는 우표인 만큼 왕실 행사를 기념하는 주제가 빠질 수 없다.
* 2004년 12월. 2004년 크리스마스 기념우표는‘눈사람(snowman)’ 동화로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레이몬드 브릭(Raymond Briggs)이 직접 디자인하였다. 눈, 비, 바람, 폭설, 안개, 해 등을 주제로 산타클로스의 모습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였다.
관련 웹사이트
http://www.royal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