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디자인 스튜디오 스턱Stuck이 싱가포르 시민들을 위해 온라인 배포 중인 문고리 디자인 / ©Stuck

4월 23일 부로, 싱가포르 안의 코로나바이러스 총 확진자수가 한국의 확진자수보다 많아졌다. 매일 육백에서 천 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생긴다. 싱가포르의 인구가 한국 인구의 1/9인 것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6월 1일까지 필수 업종으로 분류되지 않은 회사들은 모든 사무실을 닫고 재택근무를 하며, 학교들은 6월에 방학을 맞던 평소의 학기제를 바꿔, 방학을 5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매일 낮과 자정에 대부분의 확진자는 외국에서 온 건축노동자들이며, 그들은 도시 외곽 시설에 격리되어 있다는 문자를 보낸다. 빈번하게 확진자가 나오는 군락들을 파악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재래시장에는 개인에게 허가된 날에만 갈 수 있게 했다. 아파트 단지 내의 놀이터나 수영장, 휴식용 탁자와 의자 주변에는 출입금지 테이프를 둘러놨다. 가족이 아닌 개인만 외출할 수 있고, 2세 이상은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3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고, 반복적으로 규정을 어기면, 과중 처벌을 받는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제한 거리를 지키라는 구호를 외치는 공무원을 무시하거나 폭행하면, 5000달러의 벌금이나 1년 징역형, 또는 둘 다 선고받는다. 취약한 노인들은 무조건 집에 머물고, 필요한 장은 주변의 젊은 지인들이 대신 보게 하거나, 배달을 권장한다. 지켜야 할 것들을 하나씩 읊다 보면 숨이 가빠오기에, 사람들은 서로에게 이 말을 한다. ‘집에 계세요.’

싱가포르의 스턱Stuck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문고리 디자인을 온라인으로 무료 배포 중이다. 문고리 디자인 위쪽에 이케아의 조립 설명서를 연상시키는 사용설명을 넣었다. 자신의 그림을 직접 그려 넣을 수 있도록, 외곽선만 제공한 포맷도 있다. 출력해서 현관에 걸어두고, 갑갑해서 손잡이를 잡게 될 때마다 보고 집에 머물라고, 현관 밖에도 걸어두고 이웃들도 집으로 다시 들어가라고. 연령대별로 디자인이 다른 것이 눈여겨볼 요소이다.

03~11세를 위한 버전, ‘팀워크TeamWork’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모습을 담았다. 홈스쿨링 중인 어린이들이 색칠할 수 있도록, 외곽선만 제공한 버전도 있다. / ©Stuck

12~23세를 위한 버전, ‘영웅Hero’는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에 머무는 젊은이들이 영웅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 ©Stuck

24~44세를 위한 버전, ‘안돼 안돼 안돼 No No No’는 한자 ‘불(不)’로 패턴을 만들었다. / ©Stuck 

24~44세를 위한 버전, ‘최전선FrontLine’은 싱가포르의 SNS상 화제가 되었던 한 의료인의 모습으로 패턴을 만들었다. / ©Stuck

45~70세를 위한 버전, ‘후환이 있을지니Later Kena’는 불법적으로 외부 출입을 하면 벌금 300달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 ©Stuck

70세 이상을 위한 버전, ‘노인 Laolang’은 문고리 형식이 아닌, 큼직한 포스터 형식으로 만들었다. 싱가포르의 공사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위험 푯말을 연상시킨다. / ©Stuck

사용자 편의를 세심하게 배려한 산업디자인과 의료 디자인 프로젝트로 인지도가 높은 스턱Stuck은 현재 Covid19의 여파를 겪고 있는 의료계를 돕기 위한 프로보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존의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문제 상황 Covid19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융합적인 디자인 사고와 실천할 수 있는 영역에서 보이는 발 빠른 행동이다. 그렇지만, 싱가포르의 디자인 직군을 가진 사람들 상당수가 프로젝트를 잃거나, 줄어든 일자리로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 밖은 위험하고, 집에서 보내는 개인의 삶 자체가 이미 힘겹기에, 스턱의 문고리 프로젝트가 일반적인 날들의 위대한 건축물보다 멋지게 보인다.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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