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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타일 너머의 변화, 매터Matter


싱가포르의 매터Matter는 서아시아 여러 나라 산간벽지의 수공예 장인들과 프리미엄 여행복을 만드는 브랜드이다. / @MATTER PRINTS

 

싱가포르의 독보적인 패션 브랜드 매터가 문을 닫는다. Covid-19의 여파가 컸지만, 매터가 사업을 접으면 싱가포르의 어느 패션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만큼 매터는 싱가포르 안팎으로 사랑을 받았다. 매터는 제품군별로 뚜렷한 특색이 있고, 타깃 소비자층이 정확했으며, 그들을 향한 디자인과 마케팅에 호소력이 짙었다. 옷을 만드는 공정 뒤에 숨은 장인들을 전면에 드러내고, 매터의 옷이 귀하게 여겨지도록 제품에 적용된 서아시아의 섬유공예 기법을 매력적으로 소개했다. 싱가포르의 능력 있고 자신감 있는 여성들이 매터의 옷을 입고 각종 매체에 등장해 지속가능성과 커뮤니티에 관한 자신의 목소리를 냈고, 매터를 만들고 입는 모든 사람들은 ‘부족Tribe’으로 불렸다. 이번 글에서는 매터가 그동안 옷에 이야기와 가치를 더해 팔고, 소비자와 장인들을 연결시켜 커뮤니티를 구축해온 여정을 기록한다.

 

 



매터의 룩북 이미지 / @MATTER PRINTS 

 

매터는 렌영호Ho Ren Yung와 이본 드 수녤 벨트란Yvonne De Suñer Beltran이 멕시코에 반얀트리호텔을 만드는 동안 착상된 프로젝트이다. 둘은 서로를 스페인어로, 좋은 친구를 뜻하는 MA(*Mejor Amiga)로 불렀다. 렌영은 반얀트리홀딩스의 창립자 부부의 딸로, 훨씬 이전부터 의미를 담은 시각적 모티브, 사진, 문화와 커뮤니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여행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던 렌영과 이본은 여행 중에 새롭게 발견한 커뮤니티에 어떻게 하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 ‘MA’로 시작하면서, 여느 디자이너 브랜드처럼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사회적인 명분을 갖고 다양한 커뮤니티와 협업하면서 그들을 빛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 이름은 ‘매터프린츠MATTER PRINTS’로 정했다. 로고에는 장인들의 투박한 손이 연상되는 지문을 새겼다.

 

 



매터의 로고 / @MATTER PRINTS

 

 

매터는 활동성이 좋은 여행복을 지역사회의 수공예 장인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면서, 판매 수익의 30%까지 만든 사람에게 돌아가는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신상품 하나를 개발하는데 평균 6개월이 걸렸고, 질을 따지느라 생산 수량을 채워나가기 어려웠지만, 장인들에게 공임비의 50%를 선지급했다. 2014년 창립 이래, 서아시아 국가에 있는 18개의 장인 커뮤니티와 협업을 했고, 총 71,545미터의 원단에 10 여개의 전통 공법을 적용해서 옷을 지었다. 패스트 패션과 반대로 가는 전략이었지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아졌고, 시중의 옷보다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대에도 팬층이 두터워졌다.

 

 


매터의 시그니처 모티브 다섯 가지 중, ‘레하리아LEHARIA’는 해변에 계속 부딪혀오는 파도를 형상화했으며, ‘목적’을 뜻한다. / @MATTER PRINTS

 

 


매터의 시그니처 모티브 다섯 가지 중, 라자스탄의 집 양식을 본뜬 모양에 ‘존재’라는 뜻을 지진 ‘트라이코라TRIKORA’는 지구와 물의 기본 요소와 지속성을 상징한다. / @MATTER PRINTS

 

 


매터의 시그니처 모티브 다섯 가지 중, '키라나KIRANA’는 별이 가득한 여름 달빛의 고요함과 평안을 상상하며 그려냈으며, ‘공감’을 뜻한다. / @MATTER PRINTS

 

 


매터의 시그니처 모티브 다섯 가지 중, '여행’을 상징하는 ‘팔콘FALCON’은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살았던 사람들이 훈련된 매와 함께한 사냥과 스포츠를 상상하며 매의 발자국을 형상화했다. / @MATTER PRINTS

 

 


매터의 시그니처 모티브 다섯 가지 중, 간략하고 반복적인 선으로 그려진 ‘모비MOBI’는 핸드룸 직조로 알려진 인도 북부의 평화로운 마을, '메갈Meghwal'에서 유래됐으며, ‘희망’을 상징한다. / @MATTER PRINTS

 

 

창업자 렌영은 매터 이전에, 코워킹 스페이스와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창업한 경험이 있었지만, 패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했기에, 커뮤니케이션 속도가 느린 현지의 외국인 장인 커뮤니티와 일을 하면서, 해외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제품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천연재료가 생산되는 자연의 사이클과 장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본연의 디자인을 수정해나갔다.

 

 


매터의 팬츠는 안쪽 단추로 여미고, 끈으로 밖에서 매듭을 짓는 방식으로 입는다. 허리 양쪽에 사이즈 조절 장치가 달려있어 편하고, 주머니가 넉넉한 것이 특징이다. / @MATTER PRINTS

 

 

매터의 최초 제품은 유니섹스 ‘사이드스웹 도티 팬츠Sideswept Dhoti pants’다. 다리 품이 넉넉해서 움직임에 제약이 없고, 허리춤의 사이즈 조절이 가능해서 몸이 변해도 취향이 변하지 않는 한 계속 입을 수 있다. 여밈이 편리해서 화장실 가기 좋은 점프슈트, 노출이 심하지 않으면서도 몸을 매력적으로 부각하는 상의 시리즈로 제품군이 다양해졌다. 제품을 하나 개발할 때마다, 인도의 간디가 떠오르는 핸드룸Handloom 기법부터, 실에 염색을 해서 직물의 패턴을 만드는 ‘이캇Ikat’, 왁스를 이용한 보존 염색 기법인 ‘바틱Batik’, 나무블록을 조각한 뒤 염료를 묻혀 패턴을 만드는 ‘블록프린팅Block-printing’을 포함한 다양한 천연 염색 기법을 시도했다. 천연염료에 포함되는 미네랄 성분의 함량, 그 날의 기후, 바람의 방향, 습도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져서, 비즈니스에 대한 자세도 유연하게 바로잡아야 했다.

 

 


블록프린팅 과정 / @MATTER PRINTS

 

 



이캇 작업 과정 / @MATTER PRINTS

 

 


핸드룸 방식으로 만든 도티 팬츠. 매터의 바지에는 입는 사람 눈에만 띄는 두 줄의 붉은 선이 있다. ‘만나야 되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색 실로 묶여 있어서,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한 디테일이다. 옷을 만드는 사람과 입는 사람은 옷으로 만난다./ @MATTER PRINTS

 

 

매터는 다양한 신체사이즈를 가진 영향력 있는 여성들을 섭외하여, 제품을 착용하고 생활하면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매터 제품이 어떻게 녹아드는지 SNS에 이야기할 수 있게 하게 했다. 디자인의 어떤 부분에 변화를 주어야 할지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아 디자인을 수정해나갔다. 도시 안의 매터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동안, 인도, 인도네시아, 네팔의 산간벽지에서는 장인 커뮤니티와 협업하면서, 쇠락해가던 장인들의 삶이 다시 활기를 찾게 돕고, 그들의 고유한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켰다. 소비자들에게는 문화다양성을 말하면서, 옷을 한 벌 사는 것은 본인의 가치관과 취향을 규정하고, 드러내며, 옷으로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임을 강조했다.

 

 


매터의 옷을 만드는 서아시아의 사람들 / @MATTER PRINTS

 

 


매터의 모티브를 담은 트래블 랩 / @MATTER PRINTS

 

 

매터 제품을 매개로 수많은 사람들을 연결했던 매터는 Covid-19 기간에도 장인들의 임금을 우선시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에 프리미엄 여행복에 대한 수요는 안타깝게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 만들어놓은 원단만큼 제품을 만들어 연말까지 판매하고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지만, 그 이후에도 장인들을 후원할 대안을 고심해보고 있다. 누구도 끝을 알 수 없는 지금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을까? 텍스타일 너머의 변화를 꿈꿨던 매터의 마지막을 보며, 나아갈 길을 생각해본다.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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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패션 #지속가능성 #매터프린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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