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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전쟁: 사각형은 누구의 것?

 

뜨거운 열대 지방의 태양과 반복되는 폭우의 수분을 머금고 자란 악마의 열매. 카카오는 지구상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자라나고 수확되어 전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디저트인 초콜릿으로 진화하기 위한 멀고 긴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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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초콜릿을 먹거리의 형태로 만들기 시작한 때는 16세기 무렵, 유럽의 상류층에서 시작한 이 위대한 발명(?)품은 다양한 형태와 맛으로 발전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다양한 취향과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제조사들이 끝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최근 독일에서 초콜릿의 특허와 관련한 역사적인 판례가 있었다.  

특허 소송의 주인공은 독일의 대표 초콜릿 브랜드인 리터 스포츠 Ritter Sport (이후 리터) 와 스위스 태생의 밀카 Milka. 두 브랜드의 역사는 다음편에서 살펴보도록 하고 특허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 쟁점은 다름아닌 초콜렛바의 모양인 “사각형”이다.

 


이미치 출처: Spiegel 

 

리터는 그들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 정사각형의 초콜릿바를 1932년부터 생산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사각형 = 리터” 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었고, 2010년에 이르러 밀카는 정사각형 모양의 초콜릿바를 리터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상표로 보호하기에 이른다.

 

1932년 생산된 리터의 사각형 초콜릿바 - 이미치 출처: Ritter Sport

 

 

라이벌 브랜드가 시장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대두되는 것을 막기위한 밀카의 노력은 상당했다. 정사각형 이미지의 독점권을 막는 일에 10년이 넘는 시간에 막대한 소송비를 들여가며 반대 소송을 펼치기에 이른다. 유럽의 법률은 ‘제품의 형태가 기능적 필요성에 의해 특정한 형상을 가졌을 때, 그것이 특정 브랜드의 독점적 소유물이 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최초 리터 정사각 초콜릿바가 ‘어떠한 주머니에도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고안된 것임을 감안할 때, 유럽법의 판례상 리터가 정사각 이미지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기란 힘들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간의 싸움 끝인 2017년 항소심 그리고 최근 2020년 7월 최종 판결에서 독일연방 법원은 1932년부터 만들어온 정사각형의 초콜릿바가 리터 브랜드의 독창적인 역사와 가치를 만드는데 기여한 바를 무시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정사각형 이미지의 사용권을 리터에게만 독점적으로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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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마케팅 전문가이자 작가인 세스 고딘 (Seth Godin)의 저서 “퍼플카우”를 떠올려 본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몇키로가 넘게 이어지는 차창밖의 농장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소들을 발견하고 창문에 코를 박고 연신 환호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내 아이들의 시선을 소들을 떠나있다. 이미 몇분 넘게 소만 봤기 때문에… 작가는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저 보통의 소들 사이로 갑자기 ‘보라색 소’ 한마리가 있다면 어떨까? 아이들의 지루함 속에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커다란 이미지 폭탄이 아닐까? 아이들의 시선과 관심이 소비자들의 그것과 닮았다면, 세상의 모든 브랜드들, 아니 당장 슈퍼마켓 가판대에 놓인 수많은 초콜릿바들은 소비자들에게 서로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라색 소가 되고 싶어할 것이다.  

 

 

 

밀카의 로고와 대표적인 초콜릿바 - 이미치 출처: Milka 

 

 

리터가 정사각형의 디자인을 고수해 왔다면, 밀카는 신기하게도 ‘퍼플카우’와 비슷한 선명한 보라색 포장지에 무심하게 서있는 젖소의 이미지로  디자인을 적용해서 브랜드 인지도를 넓혀왔다. (실제로 밀카가 더 오랫동안 보라색 젖소 이미지를 사용했다.) 밀카는 정사각형 이미지로 브랜드를 만들어온 리터의 독점권을 방해함으로써 초콜릿 가판대 위에 놓여진 수많은 직사각형 제품들 중에서 리터가 진정한 퍼플카우가 되지 않도록 하고자 했을지 모른다. ‘초콜릿바가 다 사각형인데, 직사각형, 정사각형이 무슨 상관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우리 모두가 유려한 곡선의 유리병을 보며 무의식중에 코카콜라를 떠올리듯, ‘정사각형 = 리터’ 라는 공식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엄청난 브랜드 이미지의 보상을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듯 간과하고 있을지 모른다. 디자인은 의외로 여러가지 형태로 적용되어 지금도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이미지의 전쟁을 하고 있다.  




리포터_양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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