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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잎사귀와 코코넛 껍질로 섬유를

동남아시아는 남아메리카와 더불어 열대과일 최대 생산지이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매일 수 천 톤의 파인애플, 수 백 만개의 코코넛을 수확해서 공장에 보내고, 남은 파인애플 잎사귀와 줄기는 땅에 묻거나, 비료로 만든다. 태우거나, 강에 폐기하는 경우도 빈번한데, 그럴 경우 공기 오염과 수로가 막히는 원인이 된다. 싱가포르의 넥스테보Nextevo는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버려지는 파인애플 부산물에서 팔프PALF라고 불리우는 섬유질을 추출하여, 다양한 원사와 직물을 개발한다. 더불어, 코코넛 껍질은 토양개량, 말 구유용 토탄Peat으로 탈바꿈 시키거나, 코이어Coir 섬유를 추출한 뒤, 매트리스나 베개 충전재를 만들며, 환경과 농촌에 보탬이 되는 텍스타일 산업을 일으키고 있다.

 

 


 


파인애플 섬유질에서 추출한 셀룰로즈로 직조한 데님 스와치(위)와 원사 샘플 뒤로 보이는 니트 소재 신발 프로토타입(아래) @designforwhat 

 

 

 

2019년 6월에 창립된 넥스테보의 대표 해롤드 고Harold Koh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파인애플 가공회사 그레이트자이언트파인애플Great Giant Pineapple(GGP)의 대표로 9년간 일하면서 운송-중공업 회사의 시니어 자문관으로도 활동했다. 그레이트자이언트파인애플 그룹을 떠난 후에는 바이오매스 사업을 시작했지만, 바이오매스가 과연 깨끗한 에너지인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해, 반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레이트자이언트파인애플에 재직하는 동안, 두 개의 메가 바이오가스 프로젝트에 동참하여, 당성분이 많은 파인애플과 카사바에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발전소를 짓고, 통조림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로 발전소를 돌리면서, 발전소에서 자체 생산한 메탄가스를 공장에 활용하는 선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경험을 했는데, 그때 얻은 자신감에 9년 여간의 농업 종사 경험을 바탕으로 농업 부산물에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섬유회사, 넥스테보Nextevo를 창립했다.

 


팀원들. 왼쪽부터, 비즈니스 개발 담당자 드로스톤 탕Droston Tang, 창립자이자 대표 해롤드 고Harold Koh, 상품 개발자 타와차이 마니룽Thawatchai Maneerung 화학 엔지니어링 박사 @Nextevo

 

텍스테보는 팀을 조직한 뒤, 태국의 통조림 공장에서 다양한 열대 과일 부산물로 섬유를 만들고, 원사를 추출하고, 이를 대량생산하는 실험을 일 년간 진행했다. 파인애플 셀룰로스 ‘팔프PALF’와 팔프의 필라멘트를 엮어 추출한 원사, 팔프 원사에 다양한 소재를 섞어 짠 직조 섬유와 데님 소재가 개발됐다. 벌써, 파인애플 섬유로 청바지나 목욕 수건, 신발, 인테리어용 패브릭을 생산하려는 섬유 회사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회사명 넥스테보는 Next와 Evolution에 유래한다. 섬유 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해서, 생산량과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식물성 섬유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이지 않은 기존의 섬유 산업의 판도를 바꾸며, 환경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면, 리넨, 헴프 같은 식물성 섬유는 인류의 기원부터 함께 했지만, 생산하기 위해 많은 물을 소비한다. 반면, 파인애플과 코코넛 섬유는 과일을 수확하고 자연 발생하는 부산물을 사용하기에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제조 과정에 드는 물 소비량과 탄소발자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소비자들이 환경 문제에 눈 뜨기 시작하면서, 패션 업계에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도 환경을 해치지 않는 소재를 제품에 적극 활용한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재생섬유를 활용한 패션 아이템들이 나오고 있지만, 플라스틱 재생섬유 제품은 생분해되지 않아, 결국은 환경에 부담이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넥스테보의 팔프 섬유는 2021년 상반기부터 판매하기 시작하지만, 이미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영국, 터키, 일본,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 분포한 신발, 건축 인테리어, 운송기기 인테리어,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제품 개발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 중이다. 한국의 한 신발 제조업체와도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이다. 아직 Covid-19 상황이지만, 친환경 섬유 산업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증진시키고, 환경 문제 해결에 근본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팔프의 쓰임새를 개발하며, 각 브랜드들의 새 제품 발매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섬유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팔프Palf는 평균 38밀리미터 길이에 5~17dtex의 굵기를 가진 셀룰로스로, 파인애플 잎사귀를 씻고 껍질을 벗기는 기계적인 과정을 반복하여 추출한다. @Nextevo

 

 


팔프 얀Yarn은 팔프 셀룰로스에서 자아낸 실이다. @Nextevo

 

 


팔프 섬유Fabric는 팔프 원사를 직조하여 만든 섬유로, 니트부터 데님 소재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Nextevo

 

 

인도네시아 농가의 5인 가족 가장의 임금은 한 달 평균 20만 원 이하이다. 넥스테보는 농민 월급을 20~30% 정도 상승시키기 위해, 파인애플 잎을 수거할 때, 비용을 지불한다. 파인애플 나무 한 그루에서 수확하는 파인애플은 단 하나인데, 농부 입장에서는 덩치 큰 나무를 작게 잘라 묻는 수고를 덜고 부수 수입원이 생기니 반갑다. 코코넛 껍질은 무료로 가져오는 대신, 농가에 고추, 바나나 씨앗을 무료로 나눠주고 사이짓기(*간작: 주 작물 사이에 다른 작물을 심어 가꾸는 것) 기회를 제공하고, 코코넛 껍질을 수거하러 방문할 때마다, 농업 노하우를 전한다. 수확한 농산물은 제 때 판매할 수 있도록, 시장에 유통해주는 중간자 역할을 맡는다. 넥스테보의 현재 풋 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점차 섬유 생산량을 늘려 운송 기기 인테리어 소재를 공략하는 것이 2차 목표이다. 또,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해서 유럽과 동남아시아 유수의 연구 센터들과 연구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3D 직조를 할 수 있도록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더불어,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에게 팔프 소재를 알려, 새로운 디자인 쓰임새를 개척해나가고자 한다. 넥스테보는 한국의 뛰어난 섬유 기술과 디자인 브랜드 파워를 인지하고 있고, 한국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태이다. 환경과 사회에 의미 있는 소셜임팩트를 내는 텍스타일 산업을 기대해본다.

 

 

리포터_차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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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파인애플잎섬유 #PA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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