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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kage의 오늘과 내일

 

 

2009년부터 이어진 독일 생활 도중, 개인적인 이유로 장기간 머물렀던 한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한국에 머물러보니 어때?”라고 묻는 많은 지인들의 질문에 매번 같은 대답을 했다. “편해. 아주 편한데, 뭔가 굉장히 불편해.”




외국인 동료들과 한국에서 오랜 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들은 갸우뚱한 반응이었지만, 독일에서 만난 한국 국적의 지인들은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이유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감탄이 나올만큼 편한 한국 ‘소비자’의 생활은 독일의 불편함에 익숙해진 필자에게는 ‘불편한 편안함’이 되어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편안함은 수많은 배달 서비스와 마트에서 만나는 일회용기의 사용이었는데, 하루동안 장을 보고 배달 받은 음식들을 먹고 묵직한 꾸러미의 플라스틱 용기들만 남았던 경험이다. 



몇해 전, 필자가 살고 있는 독일 뮌헨에 친한 지인이 한식당을 개업했다. 개업과 동시에 펜데믹이 왔고, 식당에 손님을 받을 수 없으니, 픽업 서비스로 (당시 독일은 배달 서비스가 성행되지 않았다.) 대체할 수 밖에 없었다. 전국의 요식업장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으니 일회용 포장용기의 주문이 폭주했고, 누구보다 느린 독일 정부는 그때만큼은 발빠르게 재생 포장용기 사용 권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생’보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다. 



지인의 사업을 돕고자, 회사 동료들에게 식당을 소개했다. 워낙 좋아하는 한국 음식에 모두가 반가워했지만, 그당시 아직은 재생용기를 준비하지 못한 식당에서 재생 용기에 음식을 담아준다면 1유로까지는 더 금액을 지불할 마음이 있다는 동료의 조언이 마음을 쳤다. ‘환경’을 위해서 기꺼이 ‘돈’을 지불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버려지는 일회용기들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 @filmbetrachterin: Jas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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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독일 Bayern Design의 재생용기 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독일의 테이크아웃 (take-out) 분야에서 130억 개의 일회용 컵과 포장용기가 소비된다고 한다. 1600만 잔의 음료용기가 매일 소비되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일회용기에 대한 사용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막고 있는 독일의 경우가 이런데, 한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2020년 기준 한국인이 일인당 배출하는 일회용기 쓰레기양은 100kg,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50억 톤의 일회용 쓰레기들이 버려지는 것이다. 놀랍고, 무섭고, 자괴감이 드는 숫자임에 틀림없다. 



다양한 자성의 목소리들이 모여서 여러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디자인계에서도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상품 개발을 통해 환경 폐기물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Ulm 대학의 교수이자 스튜디오 UnDesignUnit의 설립자인 Sarah Dorkenwald가 소개한 몇몇 재생용기 디자인 사례들을 소개하겠다. 




 

Sarah Dorkenwald (이미지 출처: bayern-design.de/en/beitrag/sustainable-packaging/ photo by Anna Seibel)






01. 보증금 돌려 받으세요: Recup_LINK 


뮌헨에서 시작한 재생용기 브랜드 Recup은 포장용기가 소비자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슈퍼마켓과 식당 한켠에 그들의 제품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본인 소유의 포장용기를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고, 식당에 보증금을 지불하고 다음 방문때 재사용하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재사용 포장용기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일회용 포장용기의 가격을 할인해주는 정책이 함께 맞물려, 커다란 성공으로 이어졌다. 트렌디한 문화를 대변하는 카페나 음식점들은 모두 Recup을 활용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사업장에서 Recup을 볼 수 있다. 또한 테이크아웃을 위해 식당에 줄을 서있는 고객들 손에 들려있는 Recup의 용기는 그들이 가진 사회의식을 표출하는 수단이 되었고, 개념 소비자의 수식어를 달아주었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렇게 환영받는 Recup 용기 하나의 사용으로 1000개의 일회용 컵을 대신할 수 있고, Rebowl 용기 하나를 통해 일회용 포장용기 500개를 없앨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Recup의 성공을 증명한다.  




 



 

 

재사용 가능한 일회용기 Recup과 Rebowl (이미지 출처:  recup.de)





02. 소포 상자도 재사용: Hey Circle_LINK 


 

 

 

 


버려지는 종이 배송 상자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 @poncho_nj: Alfonso Navarro)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 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화물 배송이 생겨나는데, 독일에서만 초당 만들어지는 배송관련 쓰레기의 양이 50Kg이라고 한다. 이는 매년 축구장 3600개에 달하는 면적의 숲을 없애야 감당할 수 있는 나무 소비량이라고 한다. 



한번 쓰여지고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재생 가능하지만) 종이 박스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을 기존의 6퍼센트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면? 종이 박스의 생산/사용/재활용데 드는 탄소발생율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니 그보다 먼저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한가? 흔히 알기로 종이의 사용이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 아니었나? 아무리 친환경 재료이기는 하나, 한번 사용되고 버려진다면 여러차례 재사용 가능한 화학재료가 나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기에 재사용되는 제품 역시 재활용된 재료로 만들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아이디어를 통합해서 만들어진 Hey Circle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가공해서 만들어진 재사용 가능한 택배/소포 포장상자 이다. 대체 가능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종이상자를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며 등장한 Hey Circle의 재사용/재활용 배송 상자는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의 많은 배송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그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재사용 가능한 배송 상자 Hey Circle (이미지 출처:  heycircle.de)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를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 나아가 기존에 사용되던 필수품들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이제 더 많은 방법들을 고민하고 적용시킬 때이다. 몸이 편안한 마음의 불편함을 없앨 수 있도록. 


 

 

 

 

 

참고 사이트 / 자료 

bayern-design.de/en/beitrag/sustainable-packaging

recup.de

heycircle.de








 

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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