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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도로 위를 유유자적하는 택시: Volocopter

꽉 막힌 도로 위를 유유자적하는 택시: Volocopter





회사 동료와 화상회의를 하던 중, 시끄러운 소음으로 잠시 회의가 중단되었다. 더운 날씨에 창문을 열어두고 있던 (독일에서는 에어컨이  있는 가정집을 찾기가 힘들다) 동료의 집 위로 헬리콥터 한 대가 날고 있었던 까닭이다. 한바탕 굉음이 잦아들고 나서 우리의 대화는 회의 주제와 상관없이 산으로, 아니 하늘로 가버리고 말았다. 마음놓고 창문을 열어둘 수 있도록 (미세먼지 없는 나라 독일) 큰 도로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집을 선호하는 동료는 최근 여러 도시 (특히 독일과 서유럽 국가)에서 개발되고 있는 도심항공모빌리티 (UAM: Urban Air Mobility) 컨셉들이 몇년 안에 활발하게 도입될 거라는 예상과 함께, 그를 위해서 소음, 사생활 보호, 안전 문제 등 여러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서로가 알고 있는 UAM에 관련한 정보들을 자랑하듯 주고 받으며 (화면공유까지 해가면서) 회사일을 잊고 대화한 지 15분 정도 흐른 후에 다시 한번 대화가 끊겼다. 아까 지나갔던 헬리콥터가 다시 돌아오는 바람에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창문을 다시 닫고) 회의 주제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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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독일편 리포트 중 ‘하늘의 EV: Lilium’편 (링크)에서는 UAM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컨셉인 Lilium (릴리움 / www.lilium.com)을 소개 했었다. 릴리움이 여러 경쟁사들보다 뛰어난 이유는 다수의 소형 프로펠러를 양 날개에 장착하고 각각의 프로펠러들이 수직으로 회전하면서 활주로 없이 비행기(처럼 보이는)를 이착륙 시키는 특이한 구조의 eVTOL (Electric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 수직이착륙) 이기 때문이다. 헬리콥터를 닮은 대다수의 eVTOL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인 대형 프로펠러의 소음문제를 해결한 비행기와 헬리콥터의 중간 지점에 있는 릴리움이 최고라고 믿고있던 필자의 눈에 들어온, 정확히 말하면 헬리콥터 비행 지역에 살고 있는 동료가 알려준, 또 다른 eVTOL, Volocopter (www.volocopter.com)를 만나보자.




 

 5월 리포트에서 소개했던 eVTOL Lilium (이미지 출처:lilium.com)





 

Volocopter: Volocity (이미지 출처:volocopter.com)





2011년 토목공학을 전공한 Alexander Josel (알렉산더 요셀)과 25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을 경험한 Stephan Wolf (스테판 울프)는 둘의 공통된 관심사인 유인 eVOTL를 만들기로 한다. 지금의 Volocopter의 엄마와 아빠격인 프로토타입 Volocopter VC1과 VC2를 차례로 성공시킨 둘은  2013년에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개발 자금의 모금을 했는데, 2시간 35분 만에 목표금액인 50만 유로 (약 7억원)를 달성하는 (그 당시)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금액은 2인승으로 설계된 Volocopter VC200 의 프로토타입 제작에 쓰였고, 모두의 관심 속에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Volocopter VC1 Prototype (이미지 출처:evtol.news)




 

Volocopter VC2 Prototype (이미지 출처:evtol.news)




 

Volocopter VC200 Prototype (이미지 출처:evtol.news)





크라우드 펀딩 등을 이용한 개발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대기업, 정부 기관의 투자로 이어진다. 2019년 중국의 자동차 업체인 Geely (지리 모터스: 볼보, 로터스 등을 소유하고 있다)는 5천 5백만 달러라는 자금을 투자하며 미래의 교통수단에 탑승했다. 그렇게 개발된 VoloCity는 수차례 시험비행을 통해 안전성과 저소음, 이동의 효율성 등을 충족시키며 ‘세계최초 전기 항공 택시’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Volocopter VoloCity (이미지 출처:mundys.com)





VoloCity와 같은 도심형 항공 택시의 운행이 가능하려면, 이착륙과 승객의 승하차가 이뤄지는 승강장 (이착륙장)이 필요하다. 2019년 10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에는 VoloCity의 전용 승강장인 항공 택시 공항 VoloPort가 만들어졌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택시 등의 승차공유를 위해 활발하게 사용되는 Grab (그랩)의 지원으로 시행된 시험 운항 (및 이착륙 / 승하차)을 통해 온갖 미디어에 가능성을 검증받은 VoloPort는 이후 전세계 여러 도시의 주요 위치에 설치되어 수많은 VoloCity들과 승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Volocopter VoloPort (이미지 출처:volocopter.com) 

 




도심에서 가까운 곳을 이동하는 승객들을 위한 VoloCity의 성공은 또 다른 질문을 나으며 Volocopter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했다. “조금 더 먼 거리를 이동하고 싶으면 어떡하지?” 이 질문에 답하는 Volocopter의 대답이 바로 VoloRegion이다. VoloCity가 여러개의 소형 프로펠러를 가진 헬리콥터의 모습이라면, 더 먼 거리를 비행하는 VoloRegion은 소형 비행기의 그것을 닮았다. 고정된 날개 (전후방 총 네개)를 연결한 바 위로 양쪽 세개씩 총 여섯개의 소형 프로펠러를 장착했고, 추진력은 위해서 좌우에 커다란 추진용 프로펠러를 가지고 있다. 더 오래 떠있을 수 있는 이러한 형태와 증착된 배터리 등을 통해서 최대 100km의 거리를 최대 시속 250km, 크루즈 비행 시속 180km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꽉 막힌 도심의 도로 위의 단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VoloCity의 형제격인 VoloRegion의 개발은 100km 내의 도시간 이동수단으로 역시 교통체증에 관계없이 승객을 나를 수 있게 한다.  

 


 


 


 

Volocopter VoloRegion (이미지 출처:volocopter.com)





이왕 기술이 마련되었는데, 도심항공모빌리티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봐야 하지 않을까? 자 이번에는 물류다! VoloCity를 하늘에 띄우는 상단의 프로펠러에 승객을 태우는 선체가 아닌 짐을 실을 수 있는 Cargo를 연결하면 그대로 VoloDrone이 된다. 한국의 코레일과 비슷한 독일의 국영 철도공사 DB (도이치반)의 자회사인 DB SCHENKER는 철도 물류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미 전세계 (특히 미국) 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드론을 통한 도심 항공물류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서 DB SCHENKER는 VoloDrone에 적극적인 투자와 협업을 하고 있다.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설계되고 검증된 기술이라면 짐을 나르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을 터. 최대 200kg의 화물을 최대 40km 떨어진 곳까지 정확하게 배송하는 VoloDrone이 근미래에 당신의 앞마당 또는 현관에 소포를 두고 갈 것이다. 

 

 



 

Volocopter VoloDrone (이미지 출처:volocopter.com)





이제 Volocopter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도심항공(물류)모빌리티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보았다. VoloCity와 VoloDrone처럼 플랫폼을 공유하거나, 각각의 이름 앞에 ‘Volo’라는 성을 붙이는 것 만으로 Volocopter의 브랜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천문학적 액수의 투자금은 오로지 기술개발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일반 소비자에 의해서 사용되어야 하는 교통수단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와 서비스 사용성 등 다양한 디자인 투자도 필요한 그들의 결정이 빛을 발한다. Volocopter라는 브랜드의 완성을 위해, 독일의 유명한 브랜딩 디자인 에이전시 Strichpunkt (www.strichpunkt-design.de)는 디자인 작업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세련된 브랜딩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웹사이트, 모바일 앱, 브랜딩 등)을 개발했고, 모든 사용자 여정을 풍성하고 쉬운 경험으로 가득 채웠다. 







Volocopter 브랜딩 (이미지 출처:strichpunkt-design.de/en/work/volocopter-brand-design-strichpunkt)






불과 12년 전 누군가의 뒷마당, 공원에서 대충 용접한 알루미늄 바와 고무공, 전선이 너덜너덜 밖으로 드러난 시끄러운 프로펠러 매달려 시험비행을 하던 Volocopter가 전세계의 미래 교통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지 누가 알았을까?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견한 (2011년이면 테슬라의 모델 S가 출시보다 빠르다) 그들은 수많은 시도 중에도 홍보와 증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크라우드 펀딩과 미디어 노출 등 시대가 허락하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본인들의 이름을 알린 Volocopter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어마어마한 투자를 약속 받았고, 기술, 마케팅, 전략, 그리고 디자인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에, 미래의 교통수단을 논하는 자리에 절대 빠지지 않는 선도 기업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12년 만에 이뤄진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기술은 우리가 세계 최고인데…’ 라며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수많은 ‘꿈(만)꾸는 자’들이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 브랜드가 바로 Volocopter이다. 



 



 

 

 

 

 

참고 사이트 / 자료 

volocopter.com

evtol.news

mundys.com

wikipedia





 

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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