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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시마가 향유해온 번영과 그 여운속에 지어진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

 

NAKANOSHIMA MUSEUM OF ART, OSAKA

 

검은 큐브가 인상적인 미술관이 작년 오사카 중앙부 나카노시마[中之島]에 세워져 오사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도지마 강과 도사보리강 사이에 끼여 있는, 아니 오롯이 자기 구역을 확고히 지키고 있는 듯한 이 섬은 동서 약 3km, 면적 50ha의 좁고 긴 물고기 모양의 섬이다. 나카노시마 섬 안에는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코린트식 원기둥으로 떠받친 파사드가 매력적인 ‘나카노시마 도서관’, 벨기에 국립은행을 모델로 건축된 아름다운 돔형 지붕이 특징인 ‘일본은행 오사카지점’, 그리고 오사카 최초의 수상 공원 ‘나카노시마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메이지 시대가 갓 막을 내린 시점인 1918년에 지어진 20세기 초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오사카시 중앙공회당’도 위치하고 있다. 더 옛날인 에도 시대부터 전국 각 번(藩)의 창고가 모여 쌀을 포함한 다양한 물자 판매가 이루어졌던 ‘천하의 부엌’이라 일컬어지던 오사카의 중심 이기도 했던 이 작은 섬은 풍부한 문화적 유산의 토대위에 미래의 깊은 유산이 될 건축물들이 세워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섬 내부를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옮기는 발걸음 마다 멈춰서야 하는 매력은 충분하고도 남는 곳이다.

 


@Hye Yeon Park

 

2023년 JIA 일본 건축 대상의 최종 심사에서 ‘나카노시마 미술관’이 ‘하치노헤시 미술관’[설계:아사코 카에히데, 니시자와 테츠오, 모리 준헤이]과 함께 선정됐다. 대형건축사와 일본의 여러 유명한 건축가들을 제치고 당당히 공모에서 선정된 엔도 카츠히코[遠藤克彦]가 설계를 맡았다. 복잡한 도심속의 건물이 될 것임을 고려한 의도된 심플함 이였던 것일까. 섬을 둘러싼 막대 그래프처럼 나란히 줄지어 키를 다투고 있는 초고층 건물숲 안에 시커먼 큐브모양의 미술관이라. 심지어 창문의 면적도 적다. 본디 미술관들은 자연채광을 좋아하지 않음이라. 나카노시마 미술관의 설계를 맞은 엔도 카츠히코[遠藤克彦]는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건축가 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지역의 시청을 비롯한 제법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전도유망한 건축가이다. 건축을 ‘사회 자본’으로 재발견하여 자신의 역량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건축철학을 가진 건축가 답게 ‘본인의 색깔’을 단단히 하기 보다는 ‘상황’에 맞춰 그 지역에 꼭 맞는 건축을 하는 건축가이다. 그는 이 미술관의 건축 철학으로 파사주[Passage]를 꼽았다. ‘파사주’란 프랑스어로 보행자 전용 아케이드로 둘러싸인 통로나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작은 길을 가리킨다. 뮤지엄이면서도 도심속의 사람들이 머물다갈 장소로서의 ‘길’이기도 한 파사주를 의도했던 것일까. 파사주는 사실 ‘연결’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문득 건축가 루이스 칸의 말이 떠올랐다. 단지 도로만 있을 뿐, 거리는 없다.['You have roads, but you have no streets.’] 차들이 점거한 대도시의 도로에서 조금 더 사람들이 활보하며 소통할 수 있는 ‘거리[street]’를 확보하고 싶었던 것일까. 외형으로는 창문없는 다소 폐쇄적인 모습이지만 걸어서 가까이 다가가면 1,2층 전면부는 통유리로 되어있으며 그 내외를 오가는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Hye Yeon Park

 

 


@Hye Yeon Park 

 

 

북유럽 디자인 숍 ‘헤이[Hay]’, 멋들어진 카페 ‘뮤제 카라토 [Musée KARATO]’, 건물 내부로 들어서야 보이는 개방성,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면 1층에서 5층까지의 높은 천정과 건축 내부를 마치 산책할 수 있게 교차 배치된 가늘고 긴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외부의 시커먼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밝고 역동적으로 배치가 되어 있었다. 내부의 역동적인 배치에 목운동을 하듯 사방을 둘러보며 미술관의 로비격인 보이드[void]의 공간에서 한 템포 쉬다가 계단을 통해 전시실로 향했다. 메인입구가 되는 2층부터 전시실이 있는 4층까지는 긴 에스켈레이터로 한번에 이동이 가능하다. 각 층마다 미술관 내부의 공간을 다른 느낌으로 마주할 수 있다. 너무 면적이 적은 창문을 걱정했던 바, 내부에서는 오히려 적은 면적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더 부각되면서 나카노시마 주변 도시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메탈릭한 루버재로 덮고 있는 실내의 모습은 역동적인 공간 구조에 비해 차분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조성한다. 미술관의 하이라이트, 천고가 6미터인 5층 전시실에서는 기획전을 여는데, 필자가 방문한 최근에는 영국 테이트 미술관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특별 전시가 ‘빛’이라는 주제를 통해 18세기 말부터 현대까지 200년 이상의 작품을 선보였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부터 바우하우스의 실험적인 사진가들과 현대 작가들인 브리짓 라일리, 제임스 터렐, 올라프 엘리아손까지, 빛을 표현한 작품들이 다채롭게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는 내년 1월 중순까지다.

 

 전시회 정보

회기

20231026(나무)2024114()

월요일(1/8제외),12/31,1/1휴관

개장 시간

10:0017:00(입장은16:30까지)

회장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 5 전시실

주최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 테이트 미술관, 일본 경제 신문사, TV 오사카, 교토 신문, 고베 신문사

협찬

이와타니산업, 오바야시조,SOMPO홀딩스, 다이킨 산업,DNP대일본 인쇄,

야마토 증권 그룹,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 미쓰이 부동산

협력

일본항공, 파이낸셜 타임즈

후원

브리티시 카운실

 

 


Photography : Masaki Ogawa 


Photography : Masaki Ogawa


Photography : Masaki Ogawa


Photography : Masaki Ogawa

내부 가구 디자인은 타이지 후지모리[藤森泰司]가 맡았다. 

 

https://nakka-art.jp/ 



 

 

박혜연(일본(고베))
(현) 프리랜서 디자이너, 작가
영국 왕립예술대학원 제품디자인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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