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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 커피에 진심. nunc by PHOENIX

 




12월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달이다. 필자에게도 12월은 역시나 크리스마스 인사와 선물로 가득한 달이면서 동시에 10년 가까이 근무했던 독일에서의 첫 직장을 떠나 조금은 더 큰 보금자리, 지금의 PHOENIX로 이직한 기념일이 있는 시간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했던 2018년 12월 (어느새 PHOENIX에서 5년을 보냈구나) PHOENIX 뮌헨 스튜디오에 첫 출근했을 때, 바리스타로 일한 경력이 있는 옛 동료 Moritz (모리츠)가 내려준 Lungo (룽고)의 향을 기억한다. 잘 관리한 스위스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 따뜻하게 킵해둔 룽고잔에 크레마 가득한 끈적한 커피를 내려줬다. 이태리, 스위스와 가까운 위치에 있기에 독일에서도 꽤나 커피 문화가 발달한 뮌헨 곳곳 로스팅샵을 돌아다니면서 선별한 독일 남부 알프스 자락의 호숫가에서 로스팅한 커피빈이라며 자랑스럽게 소개했었다. 

 

 

 

 

PHOENIX의 커피 문화는 특별하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가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커피바 (Bar)다. 매주 구독 서비스로 받고 있는 과일 바구니가 있고, 누군가가 출근 길에 가까운 베이커리에서 사온 따끈한 빵이 매일 모두를 기다리는 곳. 한 잔씩 공들여 내려야 하기에 본인의 차례가 돌아오려면 꽤나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Coffee?”, “Yes, Please!” 가 아침인사가 되는 공간이다. 스튜디오의 가장 가운데에 커피바가 있는 뮌헨의 아침이다. 슈투트가르트와 상하이 역시 마찬가지다. 근무 공간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애써서 관리하는 공간. 커피에 진심인 PHOENIX의 아침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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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nc의 시작



디자인 컨설팅 에이전시의 특성상, 대부분의 프로젝트에는 고객사가 존재한다. 전세계의 다양한 브랜드가 우리의 고객이며, 그들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PHOENIX에 도움을 요청한다. 요청에 의한 고민을 해결하는 것은 엄청난 보람은 느끼게 하지만, 스스로의 관심과 고민을 디자인으로 해결해보고 싶은 갈증은 모든 창작자가 가진 열망일 것이다. PHOENIX의 디자이너들도 우리만의 관심사를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활동이 필요한데, 그 창작욕은 PHOENIX ACADEMY라는 내부 프로그램을 통해 표출된다. 3년 전, 내부 프로젝트로 시작한 주제는 ‘새로운 Coffee 문화’. 커피에 진심인 것이 분명하다. 



 



 




 

PHOENIX ACADEMY에서 만들어진 nunc의 초기 컨셉 (이미지 출처: phoenixdesign.com)






그렇게 만들어진 nunc 컨셉은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게 된다. 이때까지만해도 컨셉 작업이었던 nunc가 세상에 나오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초기 디자인의 수상과 함께 온라인에 공개된 nunc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커피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던 세명의 친구들이 구상하던 새로운 커피 경험과 일치하는 방향성을 가진 PHOENIX의 nunc는 실체가 없던 그들의 꿈을 시각화 해주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커피 머신 그리고 커피 경험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PHOENIX와 nunc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nunc의 창업자 Dominik, Markus, Marius (이미지 출처: venture-stars.com/stories/nunc)





커피를 내리는 ‘행위’, 커피를 마시는 ‘시간’



우리는 어떻게 커피를 만나게 되었을까? 아주 오래전, 커피 농장에서 재배된 원두를 직접 볶아서 갈아 내려먹던 그 당시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필자가 커피를 즐기게 된 나이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지금과 비슷한 커피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하얀 종이컵에 초록색 여인의 로고가 인쇄된 것만으로도 스스로 내려먹는 블랙커피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대학 캠퍼스에는 그 로고의 색깔에 따라 마시는 이의 아이덴티티가 가려지는 진풍경도 만들어졌다. 편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 문화의 흐름에 맞춰 다양한 농도와 향으로 만들어진 캡슐을 기계에 넣고 내려먹는 네스프레소는 커피문화에 아이폰과 같은 혁명을 가지고 왔다. 기계 한 대를 팔아서 몇년 동안 캡슐의 노예 즉, 고정 고객이 생기는 천재적인 발상이 아닌가! HP 프린터를 사고나서 비싼 잉크를 계속해서 사야했던게 너무나도 싫었던 누군가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일 것이다. 

 

 

 

 

거리를 걸으면서 첫 카페에서 다음 카페를 만날 때까지 몇걸음을 걸어야하는지 세어본 적이 있는가? 뮌헨의 시내 번화가에서는 열걸음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고, 서울의 경우도 (필자의 경험상)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커피를 다루는 카페뿐 아니라 빵집과 편의점, 이제는 무인 자판기를 넘어서 쿠인 카페와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는 곳까지 생겼다.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미리 스마트폰 앱으로 마시고 싶은 커피를 주문하고, 가게에 도착하는 순간 원하는 커피가 내려져 있는 서비스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너무도 쉽게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흔해지고 쉬워진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 대한 반감일까? 전문 바리스타가 손수 내려주는 핸드 드립 커피, 다양한 원두를 특이하게 내려주는 스페셜티 커피, 심지어 커피 오마카세까지 요즘의 커피 문화는 다시 어려워지고 그래서 특별해지고, 또 그래서 의미 있는 행위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기한 일이다. 기껏 쉽게 해달라고 해서 쉽게 만들어줬더니, 이제는 다시 희소성에 돈보다 더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스타벅스와 같은 프렌차이즈보다 로컬 브랜드, 바리스타가 시간과 공을 들여 내려주는 그래서 때로는 줄을 서야하고, 커피가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경험에 돈을 지불한다. 네스프레소 머신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가정용 커피 머신 시장의 큰 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손수 원두를 갈고 개량을 하고, 손수 내려마시는 홈부루잉에 열광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누군가 다 만들어준 브랜드 커피를 누구나 다 마시는 방법대로 버튼 한번으로 쉽게 마시는 행위보다, ‘나만의 커피를 마시는 노력과 시간’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지 모른다. 

 

 

 

 

 

 

nunc가 한다. 

 

 

nunc가 제안하는 커피 경험은 그것과 닿아있다. 디지털 (자동)과 아날로그 (수동)을 적절하게 조합한 커피 경험이다. 다만, 숙련도에 따라서 어려운건 nunc가 해줄테니 커피를 내리는 재미는 온전히 소비자가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앱과 웹을 통해 만들어진 어카운트는 사용자가 선호하는 커피의 맛과 원두의 상태를 알고 있다. nunc의 포털을 통해서 다양한 원두 농장과 직접 거래가 가능하게 해주며, 내가 고른 원두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이렇게 구매한 원두를 원하는 다양한 레시피대로 브루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호에따라 혹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변화를 줄 수 도 있고, 제안을 받기도 한다. 원하는 농도, 크레마와 폼의 양과 비율 등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여러 조합을 섞어서 나만의, 그날의 커피가 만들어진다. 

 

 

 

 

 

 

 



 

nunc 커피 머신 (이미지 출처: nunc / PHOENIX)

 

 

 

 

 




 

nunc 커피 빈과 컨테이너 (이미지 출처: nunc / PHOENIX)

 

 

 

 

 

 

 

nunc 커피의 디지털 조작 (이미지 출처: nunc / PHOENIX)

 

 

 

 

 

 

 

nunc. new coffee ritual.

 

 

nunc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파트너의 협력이 필요했다. 모든 사용자 경험과 제품 디자인, 제품 프로토타이핑, 서비스 디자인,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 아트 디렉팅과 투자를 위한 발표 자료 등 보여지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PHOENIX가 맡았다. 여기에 상품화를 위한 전문 엔지니어들, 양산 관리자, 회사 설립과 관리, 판매 등을 위한 여러 Administration 전문가들, 투자자와 연결하는 플랫폼, 전문 투자자들 등 여러 손길이 더해져서 드디어 nunc의 유럽 선판매가 시작되었다. 독일과 유럽을 시작으로 세상에 새로운 커피 문화를 전하려는 nunc와 PHOENIX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PHOENIX의 nunc 프로젝트 팀 (이미지 출처: nunc / PHOENIX)

 

 

 

 

 

 

nunc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면, 혹은 선주문을 해보고 싶다면, nunc 웹사이트를 방문해보자.

PHOENIX 제작에 참여한 모든 디자인 디테일과 홍보 영상까지 감상할 수 있다.

www.nunc.coffee/en 

www.instagram.com/nunc.coffee 

 

 

 


 

 

 

 

 

 

 

 

 

참고 사이트 / 자료 

nunc.coffee/en

instagram.com/nunc.coffee

phoenixdesign.com/project/nunc

venture-stars.com/stories/nunc/


 

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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