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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 의자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Wagner (feat. Dondola)

 

 



디자이너에게는 직업병과도 같은 허리와 목 디스크. 디자인 리포트를 써내려가는 지금, 필자도 같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내일-내년이면 더 심해지겠지…) 그러다보니 디자이너들에게 하루 종일 일하는 책상과 의자는 정말 중요하다. 지난 16년의 디자인 경력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다루는 주제가 ‘회사 의자 바꾸자!’인 만큼, 매일 8시간을 앉아야하는 내 의자가 무엇인지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인 것 같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모든 이들이 선호하는 의자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그리고 예산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기에, 도돌이표처럼 돌고 도는 것이 ‘의자’이다. 

 

 

 

필자의 첫 직장은 한국의 디자인 에이전시였는데, 16년 전, 남는 의자에 앉아야 했던 신입 디자이너의 취향이 어찌 중요할 수 있을까. 독일에서 10년을 보냈던 두 번째 회사 (PILOTFISH)의 의자는 그 유명한 허먼밀러 (HermanMiller)의 에어론 (Aeron) 체어. 비싸고 다소 크고 투박하다는 것 말고는 불평할 것이 없을 만큼 편하고 완벽에 가까웠던 의자였다. 현재 5년을 근무하고 있는 PHOENIX는 우리가 디자인한 독일 브랜드 Wilkhahn의 사무용 의자를 택했다. 에어론 체어에 비해 허리에 주는 안락함은 떨어지지만 가볍고 적당한 오피스체어임이 분명하다. 

 

 

 

아직 내 허리에 완벽한 의자를 만나지 못했기에, 한 번 앉아보고 싶은 사무용 의자를 고르라면 주저없이 말하는 이름. Wagner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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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시작.

 

 

독일 가구 브랜드라기에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유명한 이름들이 10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존재해왔던 사실에 비해서 어쩌면 꽤나 젊다.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븐 워즈니악이 차고에서 애플을 만들던 해, 바다 건너 독일 뮌헨근교 도시 아욱스부륵 (Augsbrug)에서 조금 더 떨어진 시골 마을 Langenneufnach (랑겐노이프낙)에서 Wagner (바그너)가 시작되었다. 미하엘 바그너 (Michael Wagner)는 아버지의 작은 의자공장에서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담긴 사무실용 회전의자를 만들었고,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가족 사업의 초석을 다진 해로 기록되었다. 

 

 

 

 

 

1976년 Wagner의 시작 (이미지 출처: wagner-living.de/ueber-wagner/historie/)

 

 

 

 

 

의자 사업을 시작한 이후 꽤 오랜 시간동안 주문제작 방식의 소규모 생산만을 해왔던 Wagner는  2000년대를 앞두고 대량생산 능력을 갖춘 전문 고급 브랜드로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대기업이 늘어나면서 대규모의 사무 공간을 채우는 사무용 가구가 필요했던 시대의 부름에 응한 Wagner는 허리에 가장 편한 사무용 의자를 만들겠다는 오랜 비전을 실천해냈다. 

 

 

 

 

 


 

1999년 Wagner 브랜드가 되다 (이미지 출처: wagner-living.de/ueber-wagner/historie/)

 

 

 

 

 

 

02. 의자에 과학을 담다.

 

 

인간의 몸을 지탱하는 척추는 아주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지지와 고정 기능은 필수지만, 움직임이 가능토록 하려면 유연성 역시 당연히 갖춰야 할 요소이다. PT를 받아본 사람들은 공감할 이야기인 관절과 근육의 유연성이 몸의 가동성에 영향을 주는 당연한 이치이다.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척추는 등받이에 기댄채로 앞뒤의 움직임을 제공받는다. 젖혀짐의 각도와 고정, 그리고 허리를 지지하는 구조 등이 의자가 가질 수 있는 혁신의 전부인 듯 보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앞뒤의 움직임 (젖혀짐)만이 전부인 것은 기존의 의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제한인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앉아있는 시간 동안 엉덩이는 허리 지지대와 상관 없이 늘 고정된 자세에 머물러 있다. 건강한 척추의 움직임이 전후좌우의 복잡한 조합인데 반하여 고정된 엉덩이의 위치값에 의해서 앉은 상태의 척추는 앞뒤의 움직임 서포트만 받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자들이 허리 건강을 이야기하면서 등받이에 초점을 맞출 때, Wagner는 엉덩이를 받쳐주는 시트 자체에 집중했다. 자유로운 척추의 움직임의 시작을 엉덩이의 자유로운 움직임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시트가 전후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 엉덩이의 자세가 자유로워지고 엉덩이부터 시작하는 척추의 움직임 역시 3차원으로 자유로워진다. 자세가 틀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리나, 틀어진 자세에서도 그에 맞는 엉덩이와 허리의 지지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 Wagner가 특허로 발표한 돈돌라 (Dondola)의 원리이다. 

 

 

 

Dondola 기술이 접목된 시트의 조인트는 앉은 자세에서도 근육이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앉은 자세에서 비활성화되는 근육과 척추의 움직임에 자유를 주게 된다. 이를 통해서 고정된 상태로 오래 앉아있을 때 막혀버리는 혈류의 흐름이 열리게 되고 추간판 내 체액의 흐름이 열리면서 척추측만증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Dondola의 개발은 의사를 포함한 의학 전문가들과 물리치료사들과 함께 개발한 기술이며, 실제로 이미 통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허리 통증 감소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Wagner의 인체공학 비전이 응집된 기술 Dondola (이미지 출처: dondola.de)

 

 

 

 

 

 

 

03. 디자인의 가치.

 

 

편안한 의자, 허리 건강에 좋은 의자. 의자라면 가져야할 중요한 숙제들이 해결됐다. 디자인을 통한 브랜드와 제품 자체에 투자할 차례다! Wagner는 여러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의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무용/회의용 책상과 심지어 가정용 테이블과 의자까지 사용자의 감성을 충만케하는 디자인 컬렉션을 만들어 왔다. 

 

 

2020년 German Design Award를 수상한 WAGNER DESIGN LAB (wagner-design.com)은 Wagner의 디자인 혁신이 이뤄지는 공간이자 하나의 근사한 쇼룸이다. 제품과 혁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의 메인 회의실은 가장 최근 디자인 협업을 진행한 슈테판 디아즈 (Stefan Diez)의 작업으로 가득하다. 

 

 

 

 

 

 


 

Wagner Design Lab (이미지 출처: wagner-design.com)


 

 

 

 

 

 

슈테판 디아즈와의 협업은 상업적으로도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는데도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역사에 남을 사무용 의자를 만들기 위해 2년에 걸쳐 특별히 제작된 Dondola 4D 시스템은 좌석과 등받이의 열림 각도를 한차원 더 끌어올려서 3차원을 넘어 4차원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자부한다. 메커니즘 개발에도 참여한 디아즈가 선보인 디자인 D1 체어는 현존하는 어떤 사무용 의자보다 편안한 가동범위를 제공하며 선명한 이미지로 사무공간의 꽃이 된다.  

 

 

 

 

 

 


 

Wagner D1 (이미지 출처: wagner-design.com)

 




 

Wagner와 Stefan Diez의 협업/수상 (이미지 출처: wagner-design.com)

 

 

 

 



디아즈는 건축가 듀오 Gonzales Haase와 함께 Wagner의 D2 개발도 동시에 진행했는데, 이번엔 의자가 아닌 사무용 책상과 선반이다. 건축 자재로 널리 사용되는 Metawell의 알루미늄 패널은 굽힘에 대한 강성이 뀌어나면서도 가벼워서 테이블과 선반의 상판, 기둥으로 사용되기에 최적의 재료였다. 여기에 특수하게 제작된 커넥터와 가벼운 Reeded Glass 느낌의 아크릴판을 뒤에 덧대면서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반투명의 공간 확대 기능을 더한 전시 선반 D2가 디자인 되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사무용 책상까지 합쳐지고 D1 의자를 함께 전시하면 디아즈 버전의 Wagner D 시리즈가 완성된다. 

 

 

 

 

 



 

Wagner D2 (이미지 출처: wagner-design.com)

 

 

 

 

 

 

 

디아즈의 D 시리즈가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디아즈의 이름이 Wagner보다 커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가장 편한 의자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50년 가까운 시간을 건강 (Wellbeing)에 집중해온 의자 전문 브랜드 Wagner의 역사와 노력은 디아즈라는 이름으로 대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학과 디자인, 두개의 성공을 이룬 (필자 기준) 사무용 의자의 최강자 독일의 Wagner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그들의 혁신을 확인해보자. 

 

www.wagner-living.de 

www.wagner-design.com 

 

 

 

 

 

 

 

 

 

 

 

 

참고 사이트 / 자료 

wagner-living.de 

wagner-design.com 


 

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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