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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 드 보통의 이상적인 집(Alain De Botton’s The Perfect Home)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서 였다. 그 동안 사랑(""Essays in Love""), 여행(""The Art of Travel""), 걱정(""Status Anxiety"") 등 철학자의 시각으로 우리의 삶과 관련된 주제들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책들을 쓰면서 많이 알려진 알랑 드 보통은 스위스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으로 현재 런던에 살고있는데, 얼마 전에 건축과 디자인에 대해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The Architecture of Happiness""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앞의 책들을 읽어볼 기회가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디자인에 관한 책이라기에 나오자마자 구입하였는데, 디자인 자체가 아닌 철학이라는 다른 학문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각이라 참신한 생각들이 많이 엿보였다.

이 책은 철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건축물이 우리의 감정과 행복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아래 우리가 살고있는 집이나 거리, 환경과 우리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작게는 벽지종류나 가구에서부터, 살고있는 집이나 거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있는 환경이 사람들의 감정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일반적으로 건축 디자인의 이러한 심리적 중요성은 크게 인식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아름다운 건축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을 허레허식이나 필요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검소하게 사는 것이 미덕이라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옛말처럼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역할은 인간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 책의 출판에 맞추어 방송사 Channel4에서는 ""알랑 드 보통의 이상적인 집(Alain De Botton""s The Perfect Home)"" 이라는 제목의 3부작 TV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첨단과학 기술의 발달로 예전에 비해 엄청 살기 편해진 21세기 오늘날이지만, 정작 우리가 사는 집이나 인테리어 환경은 그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알랑 드 보통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과연 이상적인 현대적 생활환경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우리나라는 신형아파트, 신도시 등으로 첨단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이 많지만, 역사와 전통을 남다르게 중요시 여기는 영국의 경우 이런 문제는 좀더 심각하다. 많은 집들이 지은지가 몇 십 년은 물론 몇 백 년이 훌쩍 넘고(오래될수록 더 비싸며, 나라에서 보존하기 위해 규제를 하여 함부로 집을 무너뜨리거나 고칠 수 없게 되어있다.)- 복도와 방들로 구성되는 등 당시 생활에 맞게 지어져서 현대생활에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특히 알랑 드 보통은 주변환경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기로 유명한(?) 런던의 쉐퍼드 부시(Shepherd""s Bush) 지역에 살면서, 집 주변을 지나다닐 때마다 왜 우리는 이런 못생긴(ugly) 건물이나 환경을 바꿀 생각을 안하고 그냥 방치해두는 것일까 궁금해왔다고 한다. 수백 년, 수천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지금 봐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반면, 전쟁 후 급하게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들이 그 당시에는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현대적이라고 추앙 받았으나 현재는 미관을 해치는 요인으로 미움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현대적 양식을 가진 건물들은 시간이 가면 보기에 아름답지 않게 되는 것인가? 어떤 요소들이 현대적이면서 좋은(good) 빌딩, 혹은 나쁜(bad) 빌딩을 결정짓는가? 그리고 건축물을 얘기할 때 미적인 면을 가지고 얘기할 때가 많은데, 그렇다면 과연 아름다운(beautiful) 건물이란 무엇인가?

이 프로그램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세가지를 꼽자면, 1) 알랑 드 보통이 ""perfect house""로 꼽았던 건물들, 2) 자국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두 나라 대사관의 비교, 3) 건물을 이인화 시킨 재미있는 질문 이렇게 꼽을 수 있겠다.


1)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알랑 드 보통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집들을 소개하였는데, 그 중에 기억 나는 건물을 몇 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영국, Crescent House





* 영국 윌셔 지방에 있는 Crescent House는 1997년 Ken Shuttleworth가 디자인하였다. 그믐달 모양이 두 개 합쳐진 것 같은 이 집은 메인 정원을 향하는 건물 전면이 유리로 덮혀있어 밖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내부에서 예술품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가장 위 왼쪽 사진은 이 집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알랑 드 보통.


 


2.프랑스, Villa Savoye





* 알랑 드 보통은 디자인 사조를 돌아보며, 철학자의 관점에서 ""스타일(style)""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하였는데, 특히 19세기 양식과 초기 모더니즘 시대의 좋은 스타일의 예로 르 꼬르브지에가 Savoye 가족을 위한 집 ""Villa Savoye""를 들었다. 지금은 대표적인 모더니즘 양식을 한 절제미와 실용성이 돋보이는 건축물로 평가 받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기존의 건축양식과 크게 달라 그다지 환영 받지 못했다고 한다. Savoye 가족들은 이 건물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몹시 싫어해 2차 대전에서 겨우 살아남은 르 꼬르브지에를 죽일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3. 네덜란드, Borneo Sporenburg





*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에실내/외 뿐 아니라 주변환경을 잘 고려한 현대생활에 맞는 대형 주거단지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알랑 드 보통은 저층 밀집 주거지역 개발의 좋은 예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Borneo Sporenburg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1993년 60명이 넘는 건축가들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공동 정원 주변에 테라스가 있는 집들을 둘러싸면서 지어, 전체면적의 30-50%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참신한 디자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강변 도시개발 프로젝트이다.

 


4. 일본, Jyubako House









* Tezuka Architects에서 설계한 이 집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밀집된 주거환경에서 좁은 공간을 잘 활용하여 탁 트인 느낌을 준다. 꼭대기 층에는 밖을 감상하며 목욕할 수 있는 욕실이 있으며, 중간층에는 높은 천장에 설치된 유리창을 통해 최대한의 빛이 들어오는 실내공간을 마련하였다.

5. 이탈리아, Villa Malaparte



* 아름다운 이탈리아 카프리 섬 중에서도 거칠기로 소문난 Cape Massullo쪽의 절벽에 지어진 이 집은 세계의 유명한 집들에 관한 책자에도 종종 소개되는 집이다. 유명한 작가 Curzio Malaparte가 1938년 건축가 Adalberto Libera에게 바윗돌 위에 모던한 건물을 짓도록 커미션을 주었다. 실내에서 보는 밖의 풍경이 경이롭기까지 하여 관광코스로도 알려지기도 했다.

6. 왼쪽 : 영국, Maggie""s Centre, 오른쪽 : 일본, Karuizawa



* 왼쪽의 Maggie""s Centre는 영국 북쪽의 Dundee에 위치한, 암환자들이 쉴 수 있는 휴양소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에서 지내면, 좀더 강하게 암과 싸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서 탄생한 곳인데, 이곳에서 생활하는 암환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적어도 심적으로는 큰 효과를 주는 듯하다. 오른쪽은 건축가 Makoto Yamaguchi가 2003년 음악가 클라이언트를 위해 지은 별장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둘러싸인 이 건물은 한 면 전체를 유리로 덮어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하였다.


 


2) 이 외에도 프로그램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각 나라의 대사관 건물과 인테리어에 대한 분석이었다. 동독과 서독이 합쳐진 후에 베를린이 수도가 되면서 독일에 있던 각국의 대사관들이 한꺼번에 전부 베를린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히틀러 시대 때 베를린 도시전체를 재설계하는 임무를 맡았던 건축가 알버트 스피어(Albert Speer)는 베를린 내에 외교 단지(Diplomatic Quarter)를 만들어 대사관들이 여기로 옮겨오도록 하였었는데, 독일이 통일이 되면서 각국 대사관들이 동시에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이런 특수한 상황덕분에 각 나라별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방법을 비교해 볼 수 있게 되었는데(대부분 1999년에서 2003년 사이에 지어졌다.), 알랑 드 보통은 이 중에서 이집트 대사관 건물과 북유럽의 핀란드 대사관을 비교하여 소개하였다.

- 이집트 대사관



* 2003년 가을에 완공된 이집트 대사관은 건물 전면을 갈색 대리석으로 포장하여 멀리서부터 확 눈에 띌 정도로 인상적이다. 대리석에는 이집트의 고대 수도들을 상징하는 파피루스 나무와 로터스(lotus) 열매를 새기고, 대사관 내에 파라오 사원을 만드는 등 과거 찬란했던 시대에 대한 향수가 많이 담겨있다. 반면에 현대사회에서의 이집트의 역할이나 현재모습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그는 평가했다. 




* 입구를 들어서면 양쪽에 각각 일상생활을 표현한 벽화가 새겨져 있다.


- Nordic 대사관





* 그동안 북유럽 국가-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랜드, 노르웨이, 스웨덴-들은 북유럽 협회(Nordic council)를 만들어 정치적 사회적 협력을 추구해왔다. 이에 부흥하기 위해 베를린  외교단지에도 각국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다섯개의 건물을조화롭게 연결하여 Nordic 대사관 단지를 만들었으며, 방문객들이 공동입구를 통해 건물에 들어가고 나오도록 설계되었다. 1999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수평으로 펼쳐진 창가리개를 통해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빛 흡수율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 알랑 드 보통은 "예전의 이집트의 영화를 현대적인 해석이 없이 그대로 재현한 이집트 대사관 내부에 비해, 핀란드 대사관 내부는 심플한 핀란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적용하였다."라고 비교하였다. 전통적/현대적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스타일을 가지고 어느것이 더 낳다는 비교를 하는 것이 꺼림직하긴 하지만, 화면속에서 보여지는 핀란드 대사관 내부는 별다른 특색없는 우리나라 대사관 건물들에 비해 확실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공간이었다. 인테리어 소재는 차분한 자연 소재를 사용하였으며, 사우나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대사관 내 미팅룸 옆에 사우나 실을 두어 손님들과 미팅 후 사우나를 하면서 친목을 다질 수 있도록(^^;) 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3) 한참 뒤늦게지만 얼마 전에서야 본 ""말아톤""이라는 영화를 보고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 정신과 의사가 엄마(김미숙 분)와 함께 병원을 찾은 자폐증 아이(조승우 분)에게 감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웃는 모습, 우는 모습, 찡그린 모습의 사람얼굴을 보여주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에게 알맞은 모습의 그림을 집도록 하던 장면. 영화가 전체적으로 감동적이었지만 특히 이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런데 ""The Perfect Home""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집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살고있는 집이 사람이라면 어떠한 성격(personality)을 가지고 있는 것 같느냐?""라는 질문을 했었다.

사람들의 자신의 집 스타일에 대한 선호도가 다양한 만큼 답도 가지각색으로 나왔는데, 자신의 집을 ""거칠고 강한 남성"", ""동성애자"", ""인자하고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할머니"" 등등 갖가지 재미있는 답들이 나왔다. 유저들이 디자인된 사물/공간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직접적인 형용사를 사용대신 의인화하여 표현하게 함으로써 유저에 인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워낙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 되어 있어 가정마다 캐릭터를 갖추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각자 집을 꾸미는 방식은 다를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집은 어떠한 personality를 가지고 있는지요?


* 관련 웹사이트

http://www.alaindebotton.com

http://www.finnland.de/kannel/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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