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덴마크의 토르벤 베스터가드 프란젠(Torben Vestergaard Frandsen)사와 네덜란드의 롭 플뢰렌(Rob Fleuren), 이스라엘의 모쉐 프로머(Mosche Frommer)가 함께 상수원 정화 시설을 갖추기 힘든 제 3세계, 오지, 또는 지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일시적으로 상수원이 오염된 지역 등지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둥근 막대 형태의 휴대용 정수기(워터 필터)를 개발하였다.

라이프 스트로우, 토르벤 베스터가드 프란젠 사 

라이프 스트로우 처음 사용법

라이프 스트로우 평소 사용법

물론 물을 정화하는 기술은 이 회사가 처음 개발한 것은 아니다. 이미 군사 작전 지역이나 오지 탐험 등에서는 휴대용 정수시설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이 보통 100불 가까이 또는 더 비싸기 때문에, 생존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긴 하지만, 경제력이 없는 지역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었다. 이 덴마크 회사가 획기적으로 이루어낸 것은, 이런 기술을 경제력이 빈곤한 지역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3달러 짜리의 제품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 휴대용 정수 제품은 기술 혁신을 한 제품에 주어지는 올해의 WELL-TECH 상을 받기도 하였다.

이 라이프 스트로우는 알갱인 형태의 활성 카본(GAC) 층, 할로겐의 기초로 한 합성수지 PDR 층 등 3단계 정수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25cm 길이에 지름 3cm 정도 되는 이 제품 하나로 700리터의 물, 즉, 하루에 2리터 정도 물을 마신다고 했을때,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물을 정수해준다. 아직 대량생산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현재 우간다에서 실험중에 있고, 이미 작년 파키스탄 대지진때 유니세프(UNICEF)를 통해 6만개가 지급되었다고 한다.

라이프 스트로우를 사용해 물을 마시는 모습 

덴마크 회사 측에 의하면 이 푸른 색의 필터제품은 티푸스, 콜레라, 이질, 설사 등을 일으키는 물에 있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99.9% 를 걸러준다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0.1%에 해당하는 간염 바이러스는 걸러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 사용품이 식수난이 있는 지역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은 아니다. 그밖에도 물은 식수 뿐만 아니라, 몸을 씻고, 빨래를 하고, 음식을 하는데도 필요한데, 이런 문제는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에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제품을 개발해 내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디자인을 할 때, 노약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의 기준을 잡으면, 결국에는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이 된다고 유니버셜 디자인 이론은 말한다. 이것은 이런 생존을 위한 가치있는 디자인에도 적용 될 수 있다. 제 3세계, 생존을 위한 최적의 제품과 형태 만들기는, 결국은 제 3세계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닥칠수 있는 자연재해나 위급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수해로 고립된 지역에서 먹을 물이 없어 고생한 경우, 이런 라이프 스트로우를 마을 회관 같은 곳에 비상용품으로 비치해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다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얼핏보면 이런 제품의 개발은 디자인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디자인이란 것이, 어떤 제품을 그저 예쁘장하게 재 포장해 제품의 단가를 올리는 일에서 벗어나, 생존에는 유익하지만, 일반인들이 접근이 쉽지 않은 기술과 그런 기술적 혁신을 일상 생활속에도 거부감 없이 친근하게 사용할수 있는 제품으로 거듭나는데 한 몫을 해야 한다고 본다.  

사진: Torben Vestergaard Frandsen, Index 2005

라이프 스트로우: www.lifestr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