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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 오븐


얼마전에 미국에서 누군가가 자동차로 요리 실험을 했다는 글을  읽었다. 햇볕이 강한 한여름에 자동차 의자에서 달걀 프라이부터 쿠키까지 구웠다는 것이다.   

내리쬐는 태양열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는 이런 이야기는 단순한 우스갯거리나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제 3세계에서는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요리법이 되고 있다. <태양열 오븐 Solar oven> 또는 <태양열 조리Solar cooker> 같은 프로젝트가 바로 그런 것이다.

태양열 조리기구는 크게 두가지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 진다. 하나는 온실효과를 이용한 상자형으로, 안을 까맣게  만든 상자에 (이중) 유리나 투명 비닐을 씌워 만들어진다. 또 다른 방법은 태양열을 반사시켜 한 곳에 모아 음식을 조리하는 파라볼 형이다. 이것은 태양빛을 반사시켜주는 재료인 알루미늄 호일이나 판으로 위성 안테나나 우산처럼 휘거나 각이지도록 된 반사판 만들고 가운데에 열을 잘 받아들이는 검정색의 조리용기를 놓아 음식을 익히게 된다. 


국제 태양열 조리 기구(SCI)에 소개된 가장 간단한 상자형 태양열 조리기.


독일의 EG Solar 에서 개발한 파라볼 형 태양열 조리기. 

상자형은 간단하게 만들 수 있긴 하지만, 온도가 그리 높게 올라가지 않고,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고, 음식을 젓거나 하기 위해 유리 뚜껑을 열면, 온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파라볼 형은 온도를 300도까지 올릴수 있긴 하지만, 반사되는 빛에 눈이 부시거나, 잘못하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태양은 하루 중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파라볼 형의 경우는 이 반사면을 그때 그때  태양의 위치에 따라 맞출수 있도록, 자체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그리고 상자형의 경우는 조리기구 아래에 바퀴를 달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지는 형태적 특성이 있다.  

최근 태양열 조리기구 개발과 보급은 생각보다 널리 퍼져 있다. 특히 SCI(solar cookers international)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홈 페이지에 각종 태양열 조리기구를 소개하고, 이들의 제작법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필요한 곳에서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알루미늄, 마분지, 투명한 비닐봉투, 막대기 정도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규격화가 되어있는 전기나 가스를 이용한 조리시설과는 달리, 태양열 조리기구는 그것이 사용되는 장소와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같은 위도 상이라고 해도, 바람이 많은 지역이 있고, 사막도 있고,  습도가 높은 지역도 있다. 이런 지역적 특성에 맞춰, 기본안이 조금씩 변형되고 첨가되기 마련인데, 이렇게 변형된 안들은 다시 이런 기구들의 사이트에 올려져, 세계 다른 곳 사람들에게 정보로 제공된다. 또한 1992년부터 비정기적으로 국제 태양열 조리 컨퍼런스(Solar Cookers International Conference)가 열려왔는데, 올해는 미국, 코스타리카, 인도, 이탈리아, 남아공화국에 이에 6번째로 스페인의 그라나다에서 열려(7월12-16일) 새로운 형태나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2006년 7월12-16일동안 스페인의 그라나다에서 열린 태양열 조리사 컨퍼런스 기간 중 전시된  태양열 조리기기들


2006년 태양열 조리사 컨퍼런스에 참가한 태양열 조리기기들


SCI에 소개된 태양열 조리기구들을 살펴보면, 이 프로젝트의 기본이 되는 로져 베르나르 교수와 바바라 케어 교수가 공동으로 개발한 쿡 킷(Cook Kit)을 비롯하여, 베르나르 교수가 따로 개발한 태양열 판 조리기(Solar Panel Cooker) 들의 형태도 흥미롭지만, 이를 변형한  것 중에서 특히 텅 H.  탄(Teong H. Tan)이 종이접기 원리를 응용해 고안해낸 <썬타스틱 (Suntastic)>의 디자인 형태, 비록 효율은 조금 떨어져 보이지만, 남아돌거나 고장난 우산을 이용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마크 에이야츠(Marc Ayats)의  파라쿠치나(Paracucina), 또는 수레쉬 바이디아라얀 (Suresh Vaidyarajan)이 고안한 자동차 바퀴 투브와 유리판을 이용한 기구 <타이어 조리기(The Tire Cooker)> 등이 무척 흥미로와 보인다. 


 
로져 베르나르와 바바라 케어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쿡 킷(Cook Kit)>


로져 베르나르의 판형 조리기 <Solar Panel Cooker>


텅 H. 탄이 디자인한 종이접기형 조리기기 <썬타스틱 (Suntastic)> 


마크 에이야츠의 우산을 이용한 조리기 <파라쿠치나 (Paracucina)>


수레쉬 바이디아라얀이 고안한 자동차 바퀴를 이용한 기구 <타이어 조리기(The Tire Cooker)> 


클리어 돔 솔라 터멀(ClearDom Solar Thermal)에서 디자인한 피라미드 형 태양열 조리기<Pyramid Cooker>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태양열 조리기구 프로젝트는 1970년대 프랑스의 로져 베르나르(Roger Bernard)와 미국의 바바라 케어(Barbara Kerr)가 태양열을 이용한, 간단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조리기구 를 개발한 것에서 출발하였다. 그 당시는 그저 몇차례 실험으로 그쳤는데, 에너지와 환경문제가 다시 대두되던 1990년대 들어 와서 이런 방안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특히 오지로의 접근이 쉬워지고, 워크샵과 인터넷의 도움으로 열대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이를 만들어 사용하게 되면서, 각 지역의 기후적 특성에 맞춰 새로운 형태나 요소가 추가된 것들이 다시 인터넷을 통해 상호 교환되면서 널리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 같은 현대의 기술의 덕분이라고 여겨지는 태양열 조리기구 프로젝트의 역사는 실제로는 매우 오래되었다. 이미 나폴레옹이 아프리카의 식민지에서 사용하기 위해 개발을 명했다는 것부터, 18세기 스위스의 자연과학자  오라스 드 소쉬르(Horace de Saussure)의 상자형 태양열 조리기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비슷한 시기에 인도에서 어느 영국 군인은 태양열 조리기구를 만들어 특허를 신청하기도 하였고, 1881년에는 샤뮤엘 피에로퐁트 랭글리(Samuel Pierpont Langley)가 자신이 만든 <hot box>에서 =달걀을 익히는 것으로 태양 에너지의 효과를 실험하기도 하였다. 또한 1894년 중국에서는 어떤 식당에서 태양열로 요리한 음식을 팔기도 했다고 한다.


랭글리의 <Hot Box> 입단면

하지만, 그 후 다른 기술의 발달로 태양열 조리기구 연구는 주춤해졌는데,  1950년대에 들어와서야 다시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태양열을 이용한 조리기구 개발에 나서게 되어, 유엔에서는 세계 여러 오지에 500개의 나무로 된 태양열 조리기구를 보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멕시코의 한 마을을 제외하고 3개월 후에는 대부분의 조리기구가 땔깜으로 사용되어 버린 실패를 경험해 이 프로젝트를 포기해 버린 적도 있다.

이처럼 태양열 조리기구는 반드시 에너지절약과 제로 에미션(무공해)이라는 친환경적인 장점만 가진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해가 없는 저녁이나 밤에는 사용할수 없기 때문에, 주로 해가 지고 나서야 저녁을 먹던 식습관과의 마찰도 문제가 된다. 또한 땔깜을 모으는데 투자했던 시간이 남아돌면서, 무료해진 사람들의 사회적 문제도 대두되기도 하였다. 게다가 당시 개발된 태양열 조리기구는 제작, 보급 등 비용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경제력이 없는 제 3세계는 이런 태양열 조리기구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서구 사회에 예속되는 결과가 생기기도 하였다.

이런 경험들은 최근 다시 대두되는 태양열 조리기구 개발에서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점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태양열 조리 협회의 활동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태양열 조리기구 프로젝트는 간단한 물리적 지식과 단순한 형태로 땔감이 부족한 지역의 자연조건을 이용해 조리를 하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 도덕적 정당성을 갖는다. 여기다가, 디자인이 어느 한 개인의 지적 소유물이라고 보지 않고, 사물의 기능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고 이런 해결책을 서로 공유하며 발전시키자는 데 초점을 맞춘, 카피-레프트(Copyleft) 개념*으로 이용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또한 이 태양열 조리기구가 경제적으로 빈곤한 열대지역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 사용될 수 있도록 서구의 부유한 나라의 각종 재단과 기구들의 후원이 얽혀져 있는 점도 매우 바람직 하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태양열 조리법이 학생들을 위한 학습범위에서 벗어나, 뜨거운 한 여름 서울 시청 앞 광장 같은 곳에서 열리는, 각자 만든 태양열 조리기구로 그릴이나 요리대회 같은 시민 문화로 자리해 지구촌 정보교환에 한 몫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조엘 굿먼(Joel H. Goodman)의 태양열을 이용한 공동  또는 고정 취사시설 디자인 안


 
* 카피-레프트: 저작권인 카피-라이트에 반하여 지적 재산을 서로 나누면서, 네트로 연결된 열린 온라인 에술(네트 아트)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로, 일련의 예술가, 기술자, 수학자들이 스위스 바젤에서 만든 그룹 이름에서 출발한 운동이자 개념이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제작 분야에서 GNU 라이센스 같은 개념으로 주로  사용된다.


사진자료: 국제 태양열 조리 기구 SCI, 국제 태양열 조리사 컨퍼런스 


태양열 조리 기구 자료실 (The Solar Cooking Archive)
www.solarcooking.org

국제 태양열 조리사 협회(Solar Cookers International) 
www.solarcookers.org

국제 태양열 조리 컨퍼런스 (Solar Cookers International Conference) 
http://solarconference.net

다양한 조리기구 사례 :
www.solarcooking.org/plan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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