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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거는 미래: 도이취 은행(Deutsche Bank)





푸른색의 정사각형 테두리에 같은 굵기의 푸른색 선이 대각선으로 가로 질러 있는 모양의 도이취 은행 로고는, 성장을 상징하는 은행의 로고로 이보다 더 간략하고 함축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정사각형 안의 빗금>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로고의 디자인(오른쪽)은 1970년대, 독일 그래픽 작가인 안톤 슈탄코브스키(Anton Stankowski)가 하였다. 올해는 마침 슈탄코브스키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가 살았던 슈투트가르트, 루르지역, 그리고 취리히에서 회고전이 열리기도 하였다.

 

도이취 은행(도이췌 방크)*이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창구-대기 공간으로 분리되던 은행 실내 대신 마치 살롱이나 바 또는 디자인 트렌스 샵 분위기로 바꾼 것이다.

베를린의 크바티어 110번지에 있는 도이취 은행 지점이 바로 이런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2005년 9월에 문을 연 큐110(Q110) 지점은 주소인 Quartier 110에서 이름을 따왔다.




큐110 입구

밖에서 본 큐 110 지점은, 여느 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베를린을 상징하는 곰(베를린 시에는 두 종류의 기본 곰 모양을 정해 예술가, 사업체, 단체 등에서 마음껏 꾸미게 하여 시내 곳곳에 세워두었다)이 도이취 은행 로고색인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고, 간판에 도이취 은행 표시 외에 큐 110 로고가 따로 들어가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은행에 온 것인지, 백화점에 온 것인지, 가구 전시장에 온 것인지, 호텔 로비에 들어 온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커다란 전면 유리 문으로 된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쪽으로는 소원의 갤러리, 왼쪽으로는 ATM 기계들이 있는 자동화 코너와 그 뒤로 트렌드 샵이 자리하고 있다. 트렌드 샵에서는 스타일베르크 디자인 제품이나 일본 무지(MUJI) 제품, 그리고 월드컵 기간 중에는 축구용품과 기념품을, 요즘같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런던의 해로드 백화점 크리스마스 용품, 그리고 큐110의 자체 머천 다이징 상품들이 판매 된다.




트렌드 샵 부분.
사 진 원본 출처: 무빙 픽쳐스




크리스마스 시즌 행사로 해로드 백화점 곰과 기념품이 준비되어 있다.

소원의 갤러리는 여론 조사를 토대로, 독일인들이 꿈꾸는 미래 계획의 우선 순위인 내집 마련, 건강, 가족의 행복 등과 관련된 제품을 소개한다. 물론 제품 소개와 함께, 이런 것을 소유하기 위한 금융상품을 같이 권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자동화 코너 ­ 트렌드 샵을 통하거나, 소원의 갤러리를 지나면 원래 은행 업무를 보는 공간이 나오는데, 기존 은행에서 볼수 있는 창구는 보이지 않는다. 광장(포룸)이라는 이름이 붙은 넓직하게 트인 중앙 공간에는 안내와 상담용 스탠딩 데스크들이 있다. 그 건너편 유리벽쪽으로는 바(Bar)가 보이고, 그 앞에는 푹신한 소파들이 놓인 살롱이나 모던한 카페 분위기의 라운지가 있다. 포룸 둘레에는 고객의 취향에 맞도록 다양한 분위기로 꾸며진 상담실이 자리한다 .




라운지 모습
원목 바닥에 값비싼 카펫 , 모던하고 단아한 디자인의 고급 가구들, 공간 중간중간에 적절하게 놓인 깔끔하면서도 화사한 꽃 장식들은 딱딱하고 건조한 일반 은행의 분위기와는 다른 친근한 느낌을 주는데 한 몫 한다.



 



중앙의 포룸 광경


어린이 놀이시설인 키즈 코너

이처럼 도이취 은행의 미래를 보여주는 큐110에서는, 고객과의 대화는 카페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고, 바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라운지 서가에 마련된 베스트셀러나 잡지를 읽을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부모들이 은행일을 볼 동안,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어린이 코너도 마련되어 은행측이 고용한 보모가 그들을 돌봐준다. 그때그때마다 제품이 바뀌는 트렌드 샵이 있어 쇼핑장소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카페테리아는 약속장소로도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금융상품은 마치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물건을 고르듯이 선택할 수 있도록, 깜찍한 양철 박스에 넣어져 진열되어 있다.


양철 박스에 넣어진 금융 상품들
사진출처: Advanced Marketing Consulting

다른 은행지점들과는 달리, 큐110은 수요일과 휴일인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저녁 8시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퇴근후에도 가족단위로 와서 상담을 받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중앙 포룸 부분의 데스크가 옆으로 치워지고, 천정에 매달린 안내문들은 위로 올라가, 넓은 홀이 만들어져, 음악회, 전시회 등 각종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라운지에서 주문할 수 있는 음식 메뉴판
도이취 은행 로고처럼 정사각형으로 되어 있다.




금융상품 박스나 큐110 잡지 뒤에 들어가 있는 할인 쿠폰들

 

이미 몇 년 전부터 독일의 은행들은 은행 실내에 회화 작품들을 바꾸어 가며 전시하거나, 작은 전시회 (예를 들어, 저금통 전시회나 지역사회 모습을 담은 전시회)를 여는 등, 은행 업무 외의 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오스트리아 잘쯔부르크 지방에 있는 라이프아이젠 은행의 한 지점 <여성은행>의 경우에는, 여성을 겨냥한 따뜻한 색조의 실내 구성에, 어린이 보호시설, 릴렉스 공간 그리고 카페테리아가 준비되어 있다. 이처럼 최근 몇몇 은행지점들은 호텔 로비 분위기의 실내로 바뀌기도 하고, 카페테리아나 인터넷 카페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

도이취 은행 측은 큐110 지점 설립 1주년을 맞아, 그동안 고객이 다른 지점에 비해 50%이상 늘었다고 평가한다. 물론 이런 숫자 뒤에는, 도이취 은행 직원 중 가장 유능한 직원들을 큐110에 배치한 점 같은 내부 전략의 뒷받침도 무시 할 수 없다. 큐110은 당분간 유일한 지점으로 있게되겠지만, 여기서 얻는 노하우는 부분적으로 다른 지점에서도 적용하게 되고, 2007년 이후에는 다른 지점들이 큐110을 모델로 새단장을 하게 된다고 한다.

도이취 은행을 비롯한 일련의 은행 실내구조의 변화는 단순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는 금융상품도 ’크로스오버 셀링’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도입해, 디자인 제품과 소비시장에 직접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미도 지닌다. 즉, (고급)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은행의 미래 전략인 것이다.

도이취 은행은 큐110으로 <아이디어 나라의 356개의 장소>라는 국가 미래지향 아이디어 사업체에 선정되기도 했고, 미래 연구소에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곳에 주어지는 <미래상(ZukunftAward)>이 주어지기도 해, 왠만한 베를린 시내 관광 안내 책자에서 관광명소로 소개되고 있다.

쥐드 도이취 신문은 이런 은행의 변화하는 모습을, 이제까지 소홀히 해왔던 일반 개인 고객들의 가치를 은행측에서 새삼스레 깨닫고 투자를 하는 것이라 논한다. 따라서 개별상담과 현장 상담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공간인 지점의 수가 늘어나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 미래를 지향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고객 유치 경쟁 상황에서 이제는 은행도 전형적인 실내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개방적이고, 편안한 서비스 공간으로 변하는, 전반적인 디자인 마케팅의 때가 온 것일까?

쥐드 도이취 신문은 인터넷을 통한 다이렉팅 뱅킹 고객이 늘어나는 것을 예로 들면서, 고객들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결국은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게 되는 멋들어진 은행 시설도, 저녁 늦게까지 찾아갈 수 있는 은행 업무 시간이나, 오랜 기다림 같은 불편함도 아니고, 단지 수익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80%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은행 고객들은 복잡한 상담이 필요없는 단순한 은행업무 처리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번거로운 현장 상담에 대한 투자는 그 결과가 화려하지만은 않다고 보는 다이렉팅 뱅킹 관계자의 말도 전한다.

이런 상반된 입장은 결국은 은행의 미래를 대중을 위한 할인시장 전략에서 찾을 것이냐, 고급화를 지향하는 명품 브랜드 전략에서 찾을 것이냐 하는 문제로 좁혀 볼 수 있는데, 두 가지 시장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이취 은행의 큐110 프로젝트는 명품 브랜드화를 선택한 것이고, 여기서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도이취 은행: 1870년에 자본금 5백만 탈러(현재 10억 유로에 해당)로 설립된 도이취 은행은 초기에는 미국의 북대서양 철도를 비롯하여 바그다드 철도, 크룹스, 바이엘, BASF, AEG, 지멘스 등에 투자를 해 자산을 늘렸다. 도이취 은행의 성장에는 가능성 있는 사업체 투자나 작은 은행 합병 같은 일 외에도, 1, 2차 세계대전을 지나면서 겪은 어두운 과거도 바탕이 된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재산 몰수나, 유태계 은행 강제 합병, 유태인 피해자의 금 징수 그리고 나찌의 자금 조달및 자금 관리 등을 통해 크게 성장하기도 하였다. 2차 대전후에는 전범재판에 회부되는 것을 피해가기도 했지만, 10여개의 작은 은행단위로 나누어져, 1950년대에 다시 합병이 되면서 현재 모습을 갖춘,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닌다.


별도로 명기되지 않은 사진 자료 출처: 큐110 / 도이취 은행

큐110 홈페이지: http://www.q110.de/de/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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