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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지다-알란 플레처 회고전

예전에 어린아이의 감성을 가진 디자이너로 이곳에서 소개한적 있는 알란 플레처(Alan Fletcher)가 지난 9월 21일 세상을 떠났다.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거장디자이너의 비보에 영국 디자인계는 큰 아쉬움을 표현했으며, 얼마 전 그의 집이자 스튜디오로 쓰이는 노팅힐 자택에서 추도회 겸 파티가 있었는데,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세계 곳곳에서 참석하여 그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자신의 운명을 미리 예감했던 것인지 알란 플레처는 올해 디자인뮤지엄에 자신의 자료들을 기증하면서 이를 기념하는 회고전을 열기로 하고, 죽기 전까지 이 전시회의 기획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 전시회 예정일이었던 11월 11일부터 고 알란 플레쳐의 업적을 기념하는 ""Alan Fletcher: Fifty years of graphic work(and play)""이라는 전시회가 내년 2월 18까지 열리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 전시회에 아직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오랫동안 많은 이의 존경을 받아온 디자이너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회고전인 만큼 추천할만한 전시회라고 자신한다.

생전에 가진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은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다.(Design is not a thing you do. It""s a way of life.)""라고 자신의 디자인을 보는 시각을 표현한 알란 플레처는, 오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과 일상생활을 분리시키지 않고 항상 연습장과 펜을 놓지 않아 휴가를 가서도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이 담긴 그래픽 디자인을 해왔다.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V&A), 로이터 통신(Reuters), 허만 밀러(Herman Miller), 포춘 매거진(Fortune magazine), 디렉터 협회(the Institute of Directors), 올리베티(Olivetti), 로이드(Lloyds of London), 펭귄출판사(Penguin), 피렐리(Pirelli) 등의 클라이언트를 위해 디자인한 그의 작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확실한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절제된 그래픽 요소를 사용한 수준 높은 구성이 돋보인다. 또한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인 ""Beware Wet Paint"" 와 처음부터 읽지 않고 아무 곳이나 탁 펼쳐도 이야기가 전개되게끔 디자인된 ""The Art of Looking Sideways"" 등 천 페이지가 넘는 사전만큼 두꺼운 책을 보고 있자면 천재성이 돋보이는 알란 플레처의 시각적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1931년 케냐에 파견 나가있던 영국인 부모님 사이에 태어나서, 다섯 살 때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미술/디자인 명문 학교들인 Hammersmith School of Art, Central School, Royal College of Art 등에서 수학하면서 동시대 디자인 거물들인 Derek Birdsall, Ken Garland 등과, 후에 회사를 같이 만들어 파트너가 된 Colin Forbes, Theo Crosby 등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Yale 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후 게리 그랜트, 오드리 헵번 등이 나오는 화려한 미국영화를 통해,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영국에 비해 밝은 미국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미국의 그래픽 디자인 스타일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이후 뉴욕과 LA 등지에서 머무르며 활동하던 알란 플레처는 런던에 돌아와 친구 Colin Forbes, Bob Gill과 함께 최초로 디자이너들이 파트너로 운영하는 ""Fletcher/Forbes/Gill""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후 이 회사는 Bob Gill이 빠지고 건축가 Theo Crosby가 합류하여 Crosby/Fletcher/Forbes가 되었는데 일반적인 디자인 스튜디오처럼 특정 디자인 분야만 전문적으로 하기 보다는 세 명의 디자이너의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Corporate identity 디자인부터 건축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어우르는 종합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였다.

한 예로 국제적 통신사인 영국의 로이터(Reuters)사를 위해 만든 회사 로고에서부터 컴퓨터 모니터 레이아웃, 건물에 이르는 총체적 디자인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때 알란 플레처는 로이터(Reuters)라는 단어를 84개의 점으로 구성된 기본 그리드를 이용하여 렌더링한 로이터사 로고를 디자인해졌는데 컴퓨터 모니터 성능이 우수해져 더 이상 이러한 화면의 점들이 보이지 않게 된 1996년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Crosby/Fletcher/Forbes 사는 이후에 제품 디자이너 등 두 명의 디자이너들이 합류를 하였는데 더 이상 이름들을 넣어 부르기에는 너무 길어진다는 판단아래 1971년 ""펜타그램(Pentagram)""이라고 회사이름을 변경하였다. 당시 다섯 명이었던 파트너 수를 따 ""다섯 개의 꼭지점을 가진 별""이라는 뜻인 ""펜타그램""이라고 지었다. 현재도 명실상부 디자인 분야에서 최고중의 하나로 꼽히는 펜타그램은, 여느 대규모 디자인 회사들이 큰 모회사에 팔려서 경영되는 안타까운 현실과 달리, 독립적인 디자인 파트너들(지금은 18명)이 런던, 뉴욕 등에 위치한 5개의 스튜디오에서 상황에 따라 협력하며 활동하는 이상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프로젝트와 거기에 비해 충분치 못한 프로젝트 기간, 회사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하는 비슷비슷한 디자인 프로젝트들 등 쳇바퀴 같은 생활에 염증을 느껴 1991년에 펜타그램을 떠나 노팅힐에 위치한 자기 집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죽기 전까지 작업을 해왔다.)

이렇게 창의적인 개개인의 디자이너들이 상업적인 파트너쉽을 시스템을 처음 제시하는 등,자신의 작업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영국 디자인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에도 기여를 하였다. 1963년 친구들과 함께 D&AD(Design and Art Director""s Association)을 세우고 초대회장을 맡은 알란 플레처는 동료들과 밤샘작업을 하며 힐튼호텔에서 그 해의 최고의 디자인들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가졌다. 이 전시회를 보러 온 클라이언트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고 여기에 참가한 디자이너들과 아트 디렉터들은 이 전시회 이후 프로젝트비를 엄청나게 많이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도 영국에서 가장 명망 있는 디자이너 단체로 여겨지는 D&AD의 초기활동은 영국산업에서 디자인의 프로파일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앞의 글에서 소개한 ""Prince Philip Prize for Designer of the Year""를 수상하기도 하였다.

항상 검은 중절모를 쓰고 다니며 동네 할아버지 같은 인자한 미소를 지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그를 그리워하는 디자이너가 많을 것 같다. 아래는 디자인 뮤지엄이 소장한 자료 중 일부분을 소개한 것이다.

 

* 참고 웹싸이트
www.design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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